2009년에 출간된 “미완의 작품들”은 프랑스 문학박사 이자벨 밀레(Isabelle Miller)가 쓴 책입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미완성 작품은 작품 제작 과정에 대한 비밀을 완성된 작품보다 더 많이 드러낸다”라고 하면서 예술의 역사상 미완성으로 남은 작품은 수없이 많으며 능력이나 영감이 부족해 완성하지 못한 경우도 있지만, 지나친 의욕과 이상 탓에 마무리 짓지 못한 것들도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거장들의 예술 작품 중에 ‘미완성’이란 이름이 붙은 작품들이 있는데 이 중에서 몇 개는 완성된 작품들보다 더 높게 평가받고 인기도 높은데 대표적인 것으로 미켈란젤로의 조각품 ‘노예상’ 그리고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 ‘미완성 교향곡’이 꼽힙니다.

미켈란젤로의 ‘노예상’은 이탈리아 피렌체의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미술관에서 제일 유명한 작품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David)’이며 다비드를 보기 위해 들어가는 입구 쪽에 도열해 있는 것이 ‘노예상’입니다.

그러나 유명한 왕이나 위인을 조각한 작품도 아니며 완성도 안 된 채 서 있는 노예상이지만 꿈틀대듯 드러난 몸체 일부는 돌덩어리를 박차고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것만 같은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품입니다.

형식상으론 미완성이지만 오히려 아직 조각되지 않고 숨어있는 대리석 덩어리 부분이 묘하게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드러난 몸매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인상은  일반적인 미완성 조각품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줍니다.

바라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미 대리석 속에 완벽하고 치밀하게 조각된 완성품이 들어 있는데 일부러 완성품 위에 회반죽을 덕지덕지 붙여 놓아 감춰놓은 것 같은 느낌,

미켈란젤로가 그 붙어 있는 덩어리를 떼어내다가 다 떼어내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으로 보입니다.

또한 미완성 교향곡으로 불리는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도 마찬가지입니다. 4악장이 표준인 교향곡에서 1, 2악장 그리고 3악장 일부만 있으니 형식적인 면에선 미완성입니다.

하지만 음악적 관점에서 볼 때 부족함을 찾기 어렵기에 마치 미켈란젤로가 회반죽 속에 살짝 가려 있는 완성품을 캐내다가 말았듯이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은 이미 2악장만으로 거의 완성된 작품이라 평가되는데 부족함이 없기에 이름은 미완성이지만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과 더불어 세계 3대 교향곡으로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필자가 블록체인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이렇게 미완성의 작품으로 아직 드러나지 않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그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미치도록 열광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새로운 기술적 발명은 발명 당시 그대로의 상태로 인류의 삶에 녹아든 적이 없으며, 그 발명 하나를 기반으로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면서 기술적이나 이론적으로 더욱 다듬어지면서 모양과 효용을 더해가며 세상을 바꿔온 사례를 우리는 수없이 경험 했습니다.

따라서 블록체인은 시간이 흐를수록 발전을 거듭하여 인류의 삶을 바꿔 나갈 것입니다.

지난 목요일(4월4일)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금융위기를 예측해 유명해진 뉴욕 대 루비니 교수와 이더리움의 창시자 부테린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설전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설전에 대하여 대부분의 미디어는 루비니의 완승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필자는 두 사람의 논쟁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무엇보다 루비니 교수는 학자입니다.

원래 학자는 기존의 법체계와 체계화된 이론을 바탕으로 새로운 현실에 대한 문제점 지적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주로 합니다.

그리고 교수라는 직업은 수없이 많은 강의와 강연을 통해 대화를 이끄는 방법과 주도권을 잡는 방법 그리고 잘 정리된 이론을 바탕으로 실전까지 충분히 쌓아 어지간해서는 상대방에게 빈틈을 보이지 않습니다.

이에 반하여 부테린은 개발자입니다.

개발자는 앞으로 완성될 모델을 설계하고 상상하여 완성되었을 때 구현되는 기능과 해당 제품으로 나타날 가치,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중요시하며 연구실에 틀어박혀 개발에 혼신의 힘을 기울일 뿐 강연이나 토론으로 설전에 단련되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더구나 이더리움은 아직 진화 중인 미완성 상태의 생태계입니다.

신이 아닌 이상 그 어떤 천재라도 초기 설계상의 오류는 존재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또한 미처 예상치 못했던 순기능과 역기능, 더 나아가 예상치 못한 사용자들의 왜곡된 반응까지 고려해서 설계할 수는 없기에 당연히 시행착오는 물론 여러 가지 문제를 드러낼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각자의 위치와 경험이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미완의 생태계를 두고 맞다 틀리다 하는 얘기하는 것조차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며, 주최 측이 흥행을 위한 이벤트로 기획했을지는 몰라도 필자의 눈에는 무의미한 토론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부테린은 단순히 화폐의 기능 하나밖에 없었던 비트코인에 스마트컨트랙트라는 살아있는 기능을 추가한 천재입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루비니는 부테린을 위대한 선각자로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과거의 기준으로 미래를 평가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루비니는 이더리움과 암호화폐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신근영 한경닷컴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