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 총무와 승자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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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6) 동호회 총무와 승자의 저주
경쟁에서 이긴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해서 좋고, 자신의 능력을 널리 보여 줄 수 있어서 좋고, 새로운 기회가 생겨서 좋다. 하지만 승리를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며 상대를 이긴 이후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경제학의 오랜 패러독스 가운데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라는 명제가 있다.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한 승자에게 무슨 저주가 생긴다는 말일까? 당장 가격을 헤아리기 힘든 고가품을 놓고 경매를 벌인다고 생각해 보자. 당신은 점점 경쟁자가 늘어나는 것을 보고 원래 생각했던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불러 결국 물건을 차지했다. 하지만 실제 물건의 가치가 당신이 지불한 금액보다 낮은 것으로 드러나면, 당신은 경쟁에서 이기고도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것이 승자의 저주다. 승자의 저주는 다양한 대상에게서 발생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타 기업을 인수하려는 과정에서 이를 인수하고자 하는 다른 기업들 간의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결국 기업의 가치보다 높은 가격으로 그 기업을 인수하고 이후에 실제적 이익을 얻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꼭 기업 인수의 과정뿐만 아니라 우리의 실생활에서도 빈번히 발생하는 이와 같은 승자의 저주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갈수록 경쟁이 심해진다고 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승자가 되려고 하는 지나친 경쟁 분위기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김민주의 경제법칙 101 중에서)
어느 친목회에서의 일이다. 친목회 회원이 음식점을 개업한다고 해서 모드 같이 가기로 했다. 그리고 돼지머리를 선사하기로 했다. 그런데 사실 고사용 돼지머리를 구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앞으로 장사를 웃으면서 잘하라고 웃는 얼굴을 가진 돼지머리여야 하지, 죽기 직전의 괴로운 표정을 짓는 돼지머리는 오히려 안 구하느니만 못하다. 그 머리를 구하는 일은 총무가 맡았다. 마침 어느 회원이 돼지머리를 진짜 돼지머리로 하지 말고, 종이 접기로 만들 수 있는 돼지머리가 있으니, 그걸로 하자는 제안을 하였다. 그 종이 접기로 된 돼지머리는 디자인된 것이기에 당연히 웃는 얼굴을 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활짝 유머러스하게 웃고 있어서 보는 사람도 저절로 웃음이 난다. 인터넷을 쳐보니 괜찮아 보였다. 총무는 그것으로 하자고 제안을 하였고, 대체로 동의를 하였는데 한 회원이 반대하고 나섰다. 누구는 목숨 걸고 시작하는 장사인데, 그런 가짜로 해서야 되겠냐는 논지였다. 다른 회원들은 진짜 돼지머리 살 돈으로 고사 돈으로 주자거나, 종이로 된 진짜 웃는 얼굴의 돼지머리가 더 좋다는 의견, 진짜 돼지머리를 들고 버스 정거장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가게까지 걸을 일도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한참 갑론을박하니 총무로서는 난감할 따름이었다. 결국 진짜 돼지머리를 사되, 들고 가는 일은 그 의견을 냈던 사람이 지고 가기로 했다. 하지만 총무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여 종이접기 고사용 돼지머리도 준비해 갔다. 그런데 결국 웃는 얼굴의 돼지머리를 구하러 돌아다니느라 힘든 것은 물론이고, 그 냄새나는 돼지머리를 차에서 내려 한참을 들고 가야 하는 곤혹을 치른 것도 그 회원이었다. 그 회원은 본인이 고집한 일이니 불편함을 겪고도 불평을 할 수 없었다. 그는 ‘승자의 저주’를 감당해야 했다. 만일 총무가 고집하여 ‘종이접기 돼지머리’로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많은 회원들이 동의했지만, 여전히 진짜 돼지 머리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회원들의 불만을 감내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총무를 향한 불만은 바로 모임 그 자체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그러면 논쟁에서는 이길지라도 모임 운영에서는 지는 셈이다. 전투에서는 이겼지만, 전쟁에서 지는 결과나 마찬가지이다.
회장은 앞에서 이끌어가는 리더이니 회원들의 불만을 어느 정도는 감내하면서 토론에서 이겨야 할 때가 많다면, 총무는 회장으로 인한 불만을 다독여야 하는 입장이니 굳이 회원들과 겨뤄서 이길 필요가 없다. 오히려 자신의 의견을 접어야 할 때가 더 많다. 회장은 ‘승자의 저주’를 감내할 용기가 필요하다면, 총무는 ‘패자의 축복’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경쟁에서 이긴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해서 좋고, 자신의 능력을 널리 보여 줄 수 있어서 좋고, 새로운 기회가 생겨서 좋다. 하지만 승리를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며 상대를 이긴 이후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경제학의 오랜 패러독스 가운데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라는 명제가 있다.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한 승자에게 무슨 저주가 생긴다는 말일까? 당장 가격을 헤아리기 힘든 고가품을 놓고 경매를 벌인다고 생각해 보자. 당신은 점점 경쟁자가 늘어나는 것을 보고 원래 생각했던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불러 결국 물건을 차지했다. 하지만 실제 물건의 가치가 당신이 지불한 금액보다 낮은 것으로 드러나면, 당신은 경쟁에서 이기고도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것이 승자의 저주다. 승자의 저주는 다양한 대상에게서 발생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타 기업을 인수하려는 과정에서 이를 인수하고자 하는 다른 기업들 간의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결국 기업의 가치보다 높은 가격으로 그 기업을 인수하고 이후에 실제적 이익을 얻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꼭 기업 인수의 과정뿐만 아니라 우리의 실생활에서도 빈번히 발생하는 이와 같은 승자의 저주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갈수록 경쟁이 심해진다고 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승자가 되려고 하는 지나친 경쟁 분위기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김민주의 경제법칙 101 중에서)
어느 친목회에서의 일이다. 친목회 회원이 음식점을 개업한다고 해서 모드 같이 가기로 했다. 그리고 돼지머리를 선사하기로 했다. 그런데 사실 고사용 돼지머리를 구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앞으로 장사를 웃으면서 잘하라고 웃는 얼굴을 가진 돼지머리여야 하지, 죽기 직전의 괴로운 표정을 짓는 돼지머리는 오히려 안 구하느니만 못하다. 그 머리를 구하는 일은 총무가 맡았다. 마침 어느 회원이 돼지머리를 진짜 돼지머리로 하지 말고, 종이 접기로 만들 수 있는 돼지머리가 있으니, 그걸로 하자는 제안을 하였다. 그 종이 접기로 된 돼지머리는 디자인된 것이기에 당연히 웃는 얼굴을 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활짝 유머러스하게 웃고 있어서 보는 사람도 저절로 웃음이 난다. 인터넷을 쳐보니 괜찮아 보였다. 총무는 그것으로 하자고 제안을 하였고, 대체로 동의를 하였는데 한 회원이 반대하고 나섰다. 누구는 목숨 걸고 시작하는 장사인데, 그런 가짜로 해서야 되겠냐는 논지였다. 다른 회원들은 진짜 돼지머리 살 돈으로 고사 돈으로 주자거나, 종이로 된 진짜 웃는 얼굴의 돼지머리가 더 좋다는 의견, 진짜 돼지머리를 들고 버스 정거장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가게까지 걸을 일도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한참 갑론을박하니 총무로서는 난감할 따름이었다. 결국 진짜 돼지머리를 사되, 들고 가는 일은 그 의견을 냈던 사람이 지고 가기로 했다. 하지만 총무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여 종이접기 고사용 돼지머리도 준비해 갔다. 그런데 결국 웃는 얼굴의 돼지머리를 구하러 돌아다니느라 힘든 것은 물론이고, 그 냄새나는 돼지머리를 차에서 내려 한참을 들고 가야 하는 곤혹을 치른 것도 그 회원이었다. 그 회원은 본인이 고집한 일이니 불편함을 겪고도 불평을 할 수 없었다. 그는 ‘승자의 저주’를 감당해야 했다. 만일 총무가 고집하여 ‘종이접기 돼지머리’로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많은 회원들이 동의했지만, 여전히 진짜 돼지 머리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회원들의 불만을 감내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총무를 향한 불만은 바로 모임 그 자체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그러면 논쟁에서는 이길지라도 모임 운영에서는 지는 셈이다. 전투에서는 이겼지만, 전쟁에서 지는 결과나 마찬가지이다.
회장은 앞에서 이끌어가는 리더이니 회원들의 불만을 어느 정도는 감내하면서 토론에서 이겨야 할 때가 많다면, 총무는 회장으로 인한 불만을 다독여야 하는 입장이니 굳이 회원들과 겨뤄서 이길 필요가 없다. 오히려 자신의 의견을 접어야 할 때가 더 많다. 회장은 ‘승자의 저주’를 감내할 용기가 필요하다면, 총무는 ‘패자의 축복’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