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우리가 슈퍼맨보다 배트맨을 더 좋아하는 이유?
< 프롤로그>

누구나 어릴적부터 자신만의 슈퍼 히어로로서의 삶을 꿈꾸며 성장한다. 성인이 된 후에도 현실에서 성취하지 못하는 꿈과 정의 구현을 자신만의 슈퍼 히어로로 대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범죄와 부패, 탐욕의 가상 도시 고담시(구약성서에 나오는 악의 도시 소돔과 고모라를 딴 이름)에서 박쥐 가면속에서 고독하게 악당들과 벌이는 대결은 영화를 보는 모든 관객들에게 “단순한 모험을 넘어 스스로 철학적인 상념에 사로잡히게 하는 독특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 외계의 별에서 온 올 마이티한 슈퍼맨과는 달리, 배트맨은 총보다는 주먹으로 피를 흘리며 정의를 구현하기에 사람들은 더 많은 연민과 인간적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어릴적부터 배트맨과 친숙한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배트맨 만화의 초판본을 경매를 통해 고가에 수집하는 등 그 인기가 여전하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우리가 슈퍼맨보다 배트맨을 더 좋아하는 이유?
< 영화줄거리 요약>

배트맨의 탄생은 1939년 디텍티브 코믹스(DC 코믹스)의 만화를 통해서였다. 그 전 해에 DC코믹스가 발행한 “슈퍼맨”이 인기를 끌자 이를 모방한 영웅들이 쏟아졌고 출판사는 이에 대항하기 위해 만화가 “밥 케인”에게 의뢰해 배트맨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이후 “프랭크 밀러”, “앨런 무어”등 유명 만화가들이 이 시리즈에 참여했다.
배트맨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건 90년대 이후, 팀버턴 감독의 영화 (배트맨/1990), (배트맨 리턴즈/1992)에 이어 “조엘 슈마허’감독이 (배트맨 포에버/1995), (배트맨과 로빈/1997), 을 내놓게 되면서 부터다 . 그 이후 천재 감독 “놀란”이 (배트맨 비긴즈 /2005) , (다크나이트/ 2008)을 내 놓고, 이후 (다크나이트 라이즈/2012)로 (다크나이트 3부작)을 완결 하였다. 오늘은 다크나이트 3부작을 중심으로 리뷰하려 한다.

1. 배트맨 비긴즈 (2005)
배트맨 역할을 맡은 “크리스찬 베일(터미네이버 미래전쟁의 시작 주인공)”은 역대 배트맨 중 원작자 “밥 케인”의 배트맨과 가장 닮은 인물이라는 평이다. 그 이유는 영웅이면서도 인간적 고뇌를 가진 이중적 모습을 깊이 있게 잘 연기했기 때문이다.
“브루스 웨인”은 어린 시절, 부모님이 길거리에서 피살되는 것을 눈앞에서 지켜본 후 죄의식과 분노로 늘 고통받는다. 복수하고 싶은 욕망에 불타 오르지만 명예를 지켜야 한다던 부모님의 가르침 사이에서 갈등하던 그는, 악을 물리칠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 고담시를 떠나 홀로 세상을 유랑하게 된다.
적을 이기려면 적의 세계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브루스는 범죄자들의 소굴에 섞여 생활하며 그들의 습성을 터득해 나간다. 그러던 중 “듀커스(니암 니슨 분)”는 브루스에게 “어둠의 사도들”집단에 가입하라는 제안을 한다. 듀커스가 속해 있는 “어둠의 사도들”은 동양계 무술의 달인 “라스알굴”이 이끄는 범죄소탕 조직, 그러나 브루스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함무라비식 강경책으로 응징하는 이들의 방법이, 자신과는 맞지 않음을 깨닫고 돌아온다. 한편 브루스가 떠나 있던 동안 고담시는 부패와 범죄로 파멸되어 가고 있었다.
브루스는 악이 점령한 고담시를 되살리기 위해 충성스러운 집사 ‘알프레드’와 청렴한 경찰 “짐 고든(게리 올드만 분)”, 그리고 웨인기업의 응용과학 전문가 “폭스(모건 프리만 분)”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존재 “배트맨”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2. 다크나이트 (2008)
배트맨이라는 타이틀이 붙지 않은 최초의 배트맨 영화다. 이 영화에서 최고의 스타는 뭐니 뭐니해도 역대 최고의 조커로 영혼을 바쳐 열연을 펼친 “히스레즈(브로크백 마운틴 주연)”이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서 고인으로서는 드물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까지 수상했다. 범죄와 부정부패를 제거하여 고담시를 지키려는 배트맨, 그는 짐 고든 형사와 패기 넘치는 고담시 지방검사 “하비 덴트(아론 에크하트 분)”와 함께 도시를 범죄 조직으로부터 영원히 구원하고자 한다. 세명의 강력한 리더가 의기투합함에 따라, 위기에 처한 “조커”는 고담시의 모든 악당 두목들이 모인 자리에 보라색 양복을 입고 얼굴에 짙은 화장을 한 괴이한 존재로 나타나서, 자신들의 최대 걸림돌인 “배트맨을 죽이자”는 사상 초유의 제안을 하게 된다. “조커”는 어떠한 룰도, 목적도 없는 사상 최악의 악당 미치광이 살인광대로 부상되면서, 배트맨을 죽이고 고담시를 끝장내 버리기 위한 광기 어린 행각으로 도시를 큰 혼란에 빠뜨린다. 조커는 배트맨이 가면을 벗고 정체를 밝히지 않으면 악행을 멈추지 않겠다며 점점 배트맨을 조여온다. 한편 배트맨은 낮에는 기업의 회장으로, 밤에는 가면을 쓴 범죄 응징자로 낮과 밤의 정체가 다른 자신과 달리, 법을 통해 도시를 구원하겠다는 “하비 덴트”야말로 진정한 해결사가 아닐까 고민하게 된다. 희대의 악당 조커를 막기 위해 직접 나서서 영원히 자신의 존재를 감춘 밤의 기사가 될 것인가, 하비덴트 검사에게 모든걸 맡기고 이제 가면을 벗고 이중생활의 막을 내릴 것인가, 갈림길에 선 그는 사상 최강, 운명을 건 대결을 펼치게 된다.

3. 다크나이트 라이즈 (2012)
배트맨이 조커와의 대결을 끝으로 세상에서 모습을 갖춘 8년 후, 고담시 지방검사 “하비덴트”의 죽음에 대한 책임 (고담시민들의 오해)을 떠안은 배트맨은 모든 비난을 감수하며 은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범죄방지 하비덴트법으로 인해 한동안 평화가 지속되던 고담시를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는 중성자 폭탄으로 무장하고 고담시의 파멸을 예고하면서 등장한 괴이한 마스크를 쓴 잔인한 악당 “베인”이 등장한다. 악당 베인은 배트맨이 스스로 택한 유배 생활에 종지부를 찍게 만들지만, 다시 돌아온 배트맨에게 베인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자신을 거부한 사람들의 고통을 지켜볼 것인가, 정의의 수호자로 나설 것인가. 배트맨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승패를 알 수 없는 마지막 전투를 시작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우리가 슈퍼맨보다 배트맨을 더 좋아하는 이유?
< 관전포인트>

A. 배트맨의 진정한 적은 누구인가?
무지막지한 힘을 휘두르는 마스크를 쓴 “베인” 일까, 아름다운 도둑 “캣우먼”일까, 아니면 자신을 도와주려던 정체불명의 “백만장자 여성 기업가”일까?
영화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주인공 배트맨을 통해 “괴물을 잡으려고 괴물이 되는 것은 과연 올바른가?” 라는 존재론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면서 스스로 고뇌하는 영웅을 만들어 낸다.

B.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배트맨은 누구도 탈출하지 못했던 지하동굴 감옥에서 어떻게 탈출할 수 있었을까?
악당 “베인”에게 허리가 부러진 배트맨은 엄청난 깊이의 지하 동굴 감옥에 던져지게 된다. 몸을 추스린 후 탈출하기 위해 동굴에 매달려 있는 밧줄을 이용해 여러 번 탈출을 시도했으나, 상처만 더 깊어지고 탈출에 실패하고 만다. 이때 이 동굴 감옥에서 수  십 년간을 갇혀 지내던 한 죄수가 하는 말을 듣게 되는데 “오랜 옛날 유일하게 탈출했던 어린 소년은 밧줄 없이 오직 자신만의 힘과 전략으로 동굴을 기어서 올라갔고 결국 탈출했다.”라는 내용이었다. 마침내 배트맨은 혼자만의 힘으로 그 동굴에서 탈출에 성공하여 악당이 탈취해간 중성자 폭탄을 제거하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사투를 벌이게 된다. 여기서 결국 인생을 살면서 겪게 되는 시련은 자기 스스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해결 방법을 찾아 극복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C. 배트맨도 혼자서 이 세상을 구하지는 못한다. 진정한 파트너가 필요한 것이다. 이때 새롭게 등장하는 영웅은?
영화에서 배트맨은 고담시를 살리기 위해 중성자 폭탄을 안고 바닷속으로 뛰어들고 이어서 그를 기리는 장례식이 열립니다. 한편 배트맨을 돕던 고아 출신 경찰 “존 블레이크(조셉 고든 분 )”는 자신이 자란 고아원에서 자신의 풀네임인 “로빈 존 블레이크”를 알게 되면서 배트맨의 기지로 발길을 옮기게 되고, 배트맨을 이어서 정의의 사도가 되는 “로빈”으로 변신하게 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우리가 슈퍼맨보다 배트맨을 더 좋아하는 이유?
< 에필로그>

”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은 누구나 마음속에 자신의 결핍을 채워줄 자신만의 강력한 히어로를 가지고 싶어 한다. 배트맨도 낮에는 평범한 신사 웨인이지만 밤에는 정의의 사도가 되듯이 말이다. 최근 뉴스에서는 편의점에서 김밥을 몰래 훔쳐 먹던 취업준비생인 청년에게 2만 원을 주면서 올바르게 살아가라고 격려했던 경찰관에 관한 내용이 전파를 탔다. 경찰관의 격려에 감동한 청년은 얼마 후 취직에 성공하였고 음료수와 돈을 들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러 경찰서를 찾아왔다고 한다. 배트맨의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우리 곁에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다하는 경찰관은 멋진 영웅이나 마찬가지이다. 현실 속에서 남을 배려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공공질서를 지키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정의와 사랑을 실천한다면, 그 순간 당신은 멋진 배트맨이 되어있을 것이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