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적은 누구인가?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우리의 적은 경쟁자인가?
많은 사람들이 회사의 적을 국내 앞선 경쟁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앞선 경쟁 기업이 어떤 전략을 갖고 어떤 신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는가에 대해 신경을 쓴다.
회의 안건마다 경쟁사와의 비교 자료를 요구한다.
적을 경쟁사라 규정하면 주어진 시장에서 뺏을 생각밖에 없다.
사람이 여럿인데 먹을 파이가 하나이고 동일하게 나눌 조건이 아니라면,
조금이라도 더 먹기 위해 싸울 수밖에 없다.
이렇게 좁은 국내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은 매일매일이 고통이다.
이제 생각을 넓혀 적을 글로벌 초 우량기업이라면 어떨까?
초 우량 기업과의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나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규모와 질적으로 초 우량기업과 경쟁할 만큼의 힘이 있어야 한다.
전 세계를 상대로 경쟁하기 때문에 국내 경쟁과는 비교가 될 수 없는
전략경영과 현지 마케팅 전략이 있어야 한다.
더 뺏기 위해 좁은 틀 안에서 싸우는 것이 아닌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로 장착된 신규 개척과 차별화 전략이
보다 경쟁우위를 갖게 된다.
이제 망하는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적에 대한 규명은
내부의 적인 사내 경쟁자이다.
합심하여 하나가 되어 글로벌 전략을 펼쳐도 부족한데,
경영자와 관리자가 편을 나누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박 터지게 싸운다.
자신의 편이 아니면 협조해 주려고 하지 않는다.
조직장이 너 편 내 편으로 갈라져 있는 부서는 생기가 없다.
진정한 적과 싸워 보지도 못하고 자멸하고 만다.

왜 변화인가?
생각을 바꿔 기업의 적이 변화라면 어떤 모습과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질까?
필자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수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주판을 사용했다.
당시 시내 이곳 저곳에는 주산 학원이 있었고,
운동경기와 같이 단수가 있어 주산 1단이면
정말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세월이 흘러 직장에 들어가니 전자계산기가 있었다.
당시 PC가 보급되지 않은 시기였기에 사업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전지에 줄을 긋고 손으로 작업하였다.
예산 수립을 하려면 종횡이 맞아야 하는데,
전자계산기로 두르려 계산을 끝내면 종과 횡의 합이 일치하지 않아 틀린 곳을 찾기 위해 고생한 기억이 있다.
전자계산기의 가격이 내리고 대부분 이를 사용하게 되자 주산학원은 사라지고,
주판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없게 되었다.
1987년부터 사무실에 N5200이라는 PC가 보급되었다.
숫자만 입력하면 종횡은 물론 분석까지도 가능하게 되었다.
직장인이라면 전자계산기 하나는 꼭 갖고 있었는데,
PC가 보급되면서 전자계산기 사업은 사양사업이 되었다.
이후, PC의 변화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이다.

기업의 적은 이러한 변화이다.
변화의 흐름을 읽고 선제적 대응을 한다면 이기는 게임을 한다.
그러나,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한다면
아무리 성실하게 일해도 시장과 고객에게 외면당하게 된다.
주판을 사용하지 않는데 주판을 열심히 만들면 되겠는가?
변화가 적이라면, 적을 이기기 위해서는
변화를 앞서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기기 위해서는 새로운 변화를 창출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한 순간에 변화를 이해하고, 읽고, 앞서 대응하라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사고의 전환과 앞서갈 수 있는 역량이 축적되어 있어야 한다.
내부에 없다면 외부에서 과감히 도입하거나 영입해야 한다.
리더가 깨어 있어야 한다.
현 사업에 대한 본질을 이해하고 변화의 흐름에 대한 촉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사업에 대한 조직과 인력을 선발하고 육성해야 한다.
제도와 시스템을 통해 개선과 도전을 장려하고,
성과에 대해서는 금전적 비금전적 보상을 해야 한다.
직원들이 정보와 자료를 공유하며,
새로운 일을 창출하는 공식적, 비공식적 모임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현장의 개선과 제안활동이 살아 숨 쉬어야 한다.
위대한 발명은 축적된 지식의 산물이지, 한 순간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지식의 수집과 공유, 활용하는 활동들이 문화가 되어야 한다.

최근 기업을 둘러싼 내 외부 악재가 많다.
많은 기업들이 성장은 고사하고 생존을 말한다.
유지만 되면 좋겠다고 하소연이다.
그러나, 기업이 현상 유지를 한다는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이 환경 하에서는 쇠퇴하는 것이며 결국 망하게 된다.
어려울 때일수록 변화의 흐름을 읽고 사고의 전환과
일하는 방식을 바꿔 선제적 대응을 해야만 한다.
지금 내 몫 조금 더 챙기려고 땅따먹기 할 시점이 아니지 않는가?



홍석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