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노총과 통합 서두르는 한국노총…민주노총과 제1노총 싸움 '점입가경'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 22일 공공서비스노동조합총연맹(공공노총)과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뿌렸다. 통상적으로 직전 주말에 출입기자단에 배포하는 주간 보도일정에도 없던 내용이었다. 공공노총과의 통합 완료도 아닌 이제 막 통합 논의가 시작된 상황을 급히 홍보한 이유는 뭘까.

한국노총은 보도자료에서 지난 19일 공공노총과의 제1차 통합추진위원회를 시작으로 조직 통합 논의에 착수했고, 오는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통합 조인식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공노총은 전국통합공무원노조, 교사노동조합연맹, 지방공기업연맹 등 10만여명의 조합원이 가입된 조직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국노총은 또 "양 조직은 통합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새로운 비전과 사회대전환 운동 등 노동운동의 판도를 바꾸는 활동을 함께해 나가기로 했다"며 "통합이 완료되면 지난 1월 광역연맹(약 4만여명)의 가입과 함께 한국노총의 공무원 조직화 사업은 큰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전체 조합원도 약 140만명으로 확대된다"고 주장했다. 보도자료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빼앗긴 '제1노총' 지위 탈환을 천명한 셈이다.

한국노총이 예정에 없던 보도자료를 뿌린 것은 다름아닌 민주노총 때문이었다는 게 노동계 안팎의 평가다. 정부 공식 발표로 2018년 집계부터 민주노총에 제1노총 자리를 내준 한국노총이 가뜩이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이 지난 주말 '뇌관'을 건드렸던 것이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9명 중 5명에 대한 추천권을 행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양 위원장은 이날 "민주노총이 '제1노총'의 지위를 확보한 지 3년차에 들어서고 있다"며 "이제는 (최저임금위원회 구성도) 정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근로자위원은 양대 노총이, 사용자 위원은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추천권을 행사한다. 공익위원 추천은 정부 몫이다. 지금까지 근로자위원은 한국노총이 5명, 민주노총이 4명을 추천해왔다. 한국노총이 민주노총보다 조합원 수가 많았던 점을 고려한 관행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양 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달라진 상황을 강조하며 제1노총의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었다.

양 위원장은 한발 더 나아가 한국노총의 속을 긁는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한국노총 입장에서는 약간 감정이 상할 수는 있을 것 같다"면서도 "최저임금위원회만 놓고 얘기하기는 어려워 전반적인 정부 위원회 배정 문제를 같이 협의해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최저임금위원회 뿐만 아니라 각종 정부위원회의 노동계 지분 조정을 요구한 셈이다.

양대 노총의 조직확대 경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 민주노총이 게임 등 정보기술(IT)업종과 투쟁 사업장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포섭하는 '저인망' 작전이라면, 한국노총은 M&A(인수합병)를 통해 조직 몸집을 불리는 모양새다. 오는 5월이면 최저임금위원회의 위원 구성이 새 진용을 갖추게 된다. 제1노총 지위를 건 양대 노총의 자존심을 건 1라운드인 셈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