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화의 무역인문학]  점증하는 무역기술 장벽
무역 기술 장벽 증가

“중국이 한류(韓流) 열풍을 타고 급성장한 한국 화장품에 대해 투자와 견제를 동시에 하면서 자국 화장품 산업 경쟁력 향상을 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 중국은 자국 화장품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 화장품 통관 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기술 장벽을 높이고 있다. 중국 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은 지난해 11~12월 서류 미비나 품질 불량 등을 이유로 한국산 화장품 수입을 대거 불허했고, 5월부터는 그동안 관여하지 않던 해외 직구(직접 구매) 화장품에 대해 통관 수입품과 마찬가지로 위생허가증을 요구하고 면세 혜택을 폐지할 예정이다.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갈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고서는 “한국 화장품 업체들은 중국 위주에서 다른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시장으로 수출 경로를 다변화하기 위해 브랜드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선비즈, 2017.2.14.)

전 세계적인 무역자유화 바람으로 인하여 전통적 무역장벽은 계속 낮아진 반면 다양한 형태의 비관세장벽 특히 무역기술장벽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과학 기술의 개발력을 가진 선진 국가들은 자국 기술이나 제품 보호를 위해 기술체계를 폐쇄적으로 유지하려 하므로 기술이 통상마찰의 요인이 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이러한 기술 장벽문제로 인한 분쟁 해결을 위한 노력은 1970년 동경라운드협상에서 처음으로 다루어졌다. 그 후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설립되면서 기술 관련 국제경제규범이 본격적으로 발전되었다. WTO는 분쟁해결제도를 통해 기술이 불필요한 무역장애로 활용되지 않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실제로 여러 나라에서 자국의 기술관련 제도나 조치를 통해 타국 제품이나 기술의 수출입을 금지하는 기술 장벽의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각국의 각기 다른 기술표준 채택은 교역상 비관세 장벽으로 오용될 가능성이 크며 급속한 기술 혁신은 상이한 기술표준체계의 고착화를 초래한다. 급속히 발전하는 IT 기술은 국가 간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새로운 산업을 출현시키고 있으며 기존 통상 규범의 한계를 넘어선다. IT에 기반한 신산업의 출현과 새로운 거래방식의 발생, 그러나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통상규범 간의 조화가 국제 경제 질서 확립에 핵심 사안으로 부각되었다. 기술무역 장벽의 주 사안으로는 국내외 업체간 기술 규제를 차별 적용하거나, 과다하게 높은 기술적 요건을 필요로 하거나, 관련 법 또는 규정의 빈번한 개정과 불충분한 의견 제시 기간 등이 있다. 특히 한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한국에 대하여 기술장벽을 쌓는 주된 나라이다. 수입품에 대한 기술 규제는 환경, 안전 등 공익 목적을 위해 각국이 취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다.

그러나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기술 규제는 무역 원활화에 장애로 작용한다. 2014년 사우디 아라비아는 한국에서 수입되는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냉매를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제하였다. 이 규제가 시행되면 한국 제품의 수출은 전면 중단될 수 밖에 없었다. 이때 사우디아라비아는 규제 시기에 대한 정확한 공표를 하지 않아 한국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볼 때, 교역국의 무역기술장벽에 대한 대응방안 모색, 교역 상대국의 ‘숨은 규제’를 찾아내어 사전에 예방책을 만들어 내는 정책을 꾸준히 시행해야 한다. 한국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이나 국가의 경쟁력은 기술발전 자체보다는 기술개발의 방향성과 변화 적응성이다.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국제 경제질서에 대응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기술의 변화가 커지는 만큼 각 국도 자국 보유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폐쇄성과 비호환성도 높여간다. 기술 기득권 국가들은 경제질서의 재편 경쟁에서 국제 기준과 규범을 자국에 유리하게 확립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우리나라의 기술개발 방향과 정책이 적응성과 호환성이 얼마나 확대되는 가에 따라 미래 한국의 경쟁력이 좌우될 것이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