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인플레 우려 없다" vs 브레이너드 "4월 물가 2% 초과" [조재길의 지금 뉴욕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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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옐런 나란히 하원 청문회 참석
"물가 오름세 나타나도 일시적일 것"
차기 의장 거론 브레이너드 Fed 이사
"작년 3~4월 기저효과…다음달 급등"
"물가 오름세 나타나도 일시적일 것"
차기 의장 거론 브레이너드 Fed 이사
"작년 3~4월 기저효과…다음달 급등"
미국 경제 정책을 좌우하는 두 명의 수장이 23일(현지시간) 한자리에 섰습니다. 제롬 파월 중앙은행(Fed) 의장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직전 Fed 의장)이 하원 금융위원회 증언대에 오른 겁니다.
파월 의장과 옐런 장관은 작년 3월 제정된 코로나 구제 법안(케어스 액트)에 따라 매 분기마다 의회에 출석해 경기 상황에 대해 보고해야 합니다.
가장 큰 관심은 현재 경기에 대한 진단과 인플레이션 전망이었습니다.
파월은 “대규모 부양책이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크게 높이지 않을 것”이라며 “Fed는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 대응할 수단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경기 회복세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지만 완전한 수준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필요한 지원을 계속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외신들이 방점을 찍은 건 “올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 않고, 실제 나타나더라도 지속적이지 않을 것”이란 부분입니다. 큰 맥락에서 지난 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언론 브리핑에서 밝혔던 내용과 유사합니다. 특히 만에 하나 물가가 지나치게 상승하더라도 대처할 수단이 있다고 자신한 부분도 눈길을 끕니다.
파월은 “지난 25년간 우리는 물가 상승세 둔화(디스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한 세상에서 살아왔다”며 “일회성 지출(부양책)에 따른 일시적인 물가 급등이 이런 분위기를 망가뜨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파월은 “우리 목표(최대 고용 및 적정 인플레이션)를 향해 상당한 진전이 있을 때에만 자산 매입을 줄이는 등 긴축에 들어갈 것”이라며 “실제 테이퍼링에 착수하기 전에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역시 지난주 발언과 대동소이합니다. 시장에선 물가 오름세가 갑자기 나타나면서, Fed가 연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개시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습니다. Fed가 작년 6월부터 매달 1200억달러씩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를 매입해 왔는데, 이 규모를 줄이기 시작하면 시장 유동성이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국채 금리 역시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2019년 여름만 해도 Fed가 매입해 보유한 국채는 4조달러 이하였는데, 지금은 총 7조7000억달러에 달합니다.
이날 파월 발언의 요지는 “올해 물가가 갑자기 급등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에 긴축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한 겁니다. 인플레이션 발생 우려가 낮다는 건, 긴축 정책에 서둘러 착수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옐런 역시 미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 낙관했습니다. 그는 “내년엔 완전 고용으로의 복귀를 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자산 가치가 상승할 수 있겠지만 백신 접종 확대로 경제가 정상 궤도에 오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미 실업률은 지난달 기준 6.2%로, 작년 4월의 최고치(14.8%)보다 크게 떨어졌지만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직전이던 작년 2월(3.5%)보다는 높습니다. 미 금융당국은 작년 2월 수준의 실업률을 완전고용 상태로 판단합니다.
옐런은 또 “세제 정책 변화를 검토하고 있다”며 “인프라 투자 프로그램의 재원을 마련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증세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뜻을 다시 한 번 피력한 겁니다.
이날 파월과 옐런의 청문회가 시작한 시간은 미 동부시간 기준으로 정오였습니다. 이들 발언이 전해진 뒤 미 국채 금리는 하락했습니다. 1년짜리 국채를 제외한 대다수 만기의 국채 금리가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벤치마크로 쓰이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1.63%로, 전날(연 1.69%) 대비 6bp(1bp=0.01%포인트) 밀렸습니다. 증시엔 호재로 작용할 만 했습니다.
하지만 유럽 내 코로나 3차 확산 우려가 부각되면서 뉴욕증시는 전반적으로 1% 안팎 떨어졌습니다.
이날 언론의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라엘 브레이너드 Fed 이사의 별도 연설도 있었습니다. 브레이너드는 바이든 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으로 거론됐고, 과거부터 Fed 차기 의장감이란 얘기가 돌았던 비중있는 인물입니다.
그는 워싱턴DC에 본부를 두고 있는 미국실물경제협회(NABE) 화상 콘퍼런스에서 “올해 억눌린 수요가 폭발적으로 나타나면서 과거 수십년간 봤던 것보다 더 강력한 성장을 목도할 것”이라며 “작년 3~4월 물가 하락에 따른 기저 효과로 다음달부터 물가 상승률이 2%를 넘어설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FOMC는 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이 올해 2.2%(중간값 기준, 최고치 기준으로는 2.5%)까지 오를 것으로 봤는데, 브레이너드는 이 최고치 근접 시점이 일시적이나마 올해 4~5월이 될 수도 있다고 관측한 겁니다. 올 1월 근원 인플레이션(식료품 및 에너지 가격 지수 제외)은 작년 동기 대비 1.5%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브레이너드는 “다만 경기 전망보다 결과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집행하고, 선제적 조치를 취하기보다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며 Fed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쉽게 긴축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점을 다시 강조했습니다.
파월과 옐런은 24일에도 나란히 의회 청문회에 나섭니다. 이번엔 상원 은행위원회 증언대입니다. 정책 당국자들의 무게를 감안할 때 색다른 발언을 내놓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파월 의장과 옐런 장관은 작년 3월 제정된 코로나 구제 법안(케어스 액트)에 따라 매 분기마다 의회에 출석해 경기 상황에 대해 보고해야 합니다.
가장 큰 관심은 현재 경기에 대한 진단과 인플레이션 전망이었습니다.
파월은 “대규모 부양책이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크게 높이지 않을 것”이라며 “Fed는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 대응할 수단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경기 회복세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지만 완전한 수준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필요한 지원을 계속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외신들이 방점을 찍은 건 “올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 않고, 실제 나타나더라도 지속적이지 않을 것”이란 부분입니다. 큰 맥락에서 지난 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언론 브리핑에서 밝혔던 내용과 유사합니다. 특히 만에 하나 물가가 지나치게 상승하더라도 대처할 수단이 있다고 자신한 부분도 눈길을 끕니다.
파월은 “지난 25년간 우리는 물가 상승세 둔화(디스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한 세상에서 살아왔다”며 “일회성 지출(부양책)에 따른 일시적인 물가 급등이 이런 분위기를 망가뜨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파월은 “우리 목표(최대 고용 및 적정 인플레이션)를 향해 상당한 진전이 있을 때에만 자산 매입을 줄이는 등 긴축에 들어갈 것”이라며 “실제 테이퍼링에 착수하기 전에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역시 지난주 발언과 대동소이합니다. 시장에선 물가 오름세가 갑자기 나타나면서, Fed가 연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개시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습니다. Fed가 작년 6월부터 매달 1200억달러씩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를 매입해 왔는데, 이 규모를 줄이기 시작하면 시장 유동성이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국채 금리 역시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2019년 여름만 해도 Fed가 매입해 보유한 국채는 4조달러 이하였는데, 지금은 총 7조7000억달러에 달합니다.
이날 파월 발언의 요지는 “올해 물가가 갑자기 급등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에 긴축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한 겁니다. 인플레이션 발생 우려가 낮다는 건, 긴축 정책에 서둘러 착수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옐런 역시 미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 낙관했습니다. 그는 “내년엔 완전 고용으로의 복귀를 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자산 가치가 상승할 수 있겠지만 백신 접종 확대로 경제가 정상 궤도에 오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미 실업률은 지난달 기준 6.2%로, 작년 4월의 최고치(14.8%)보다 크게 떨어졌지만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직전이던 작년 2월(3.5%)보다는 높습니다. 미 금융당국은 작년 2월 수준의 실업률을 완전고용 상태로 판단합니다.
옐런은 또 “세제 정책 변화를 검토하고 있다”며 “인프라 투자 프로그램의 재원을 마련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증세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뜻을 다시 한 번 피력한 겁니다.
이날 파월과 옐런의 청문회가 시작한 시간은 미 동부시간 기준으로 정오였습니다. 이들 발언이 전해진 뒤 미 국채 금리는 하락했습니다. 1년짜리 국채를 제외한 대다수 만기의 국채 금리가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벤치마크로 쓰이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1.63%로, 전날(연 1.69%) 대비 6bp(1bp=0.01%포인트) 밀렸습니다. 증시엔 호재로 작용할 만 했습니다.
하지만 유럽 내 코로나 3차 확산 우려가 부각되면서 뉴욕증시는 전반적으로 1% 안팎 떨어졌습니다.
이날 언론의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라엘 브레이너드 Fed 이사의 별도 연설도 있었습니다. 브레이너드는 바이든 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으로 거론됐고, 과거부터 Fed 차기 의장감이란 얘기가 돌았던 비중있는 인물입니다.
그는 워싱턴DC에 본부를 두고 있는 미국실물경제협회(NABE) 화상 콘퍼런스에서 “올해 억눌린 수요가 폭발적으로 나타나면서 과거 수십년간 봤던 것보다 더 강력한 성장을 목도할 것”이라며 “작년 3~4월 물가 하락에 따른 기저 효과로 다음달부터 물가 상승률이 2%를 넘어설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FOMC는 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이 올해 2.2%(중간값 기준, 최고치 기준으로는 2.5%)까지 오를 것으로 봤는데, 브레이너드는 이 최고치 근접 시점이 일시적이나마 올해 4~5월이 될 수도 있다고 관측한 겁니다. 올 1월 근원 인플레이션(식료품 및 에너지 가격 지수 제외)은 작년 동기 대비 1.5%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브레이너드는 “다만 경기 전망보다 결과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집행하고, 선제적 조치를 취하기보다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며 Fed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쉽게 긴축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점을 다시 강조했습니다.
파월과 옐런은 24일에도 나란히 의회 청문회에 나섭니다. 이번엔 상원 은행위원회 증언대입니다. 정책 당국자들의 무게를 감안할 때 색다른 발언을 내놓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