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구마사' 역사왜곡 논란 /사진=SBS
'조선구마사' 역사왜곡 논란 /사진=SBS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진 SBS '조선구마사'를 향해 경고했다.

24일 서경덕 교수는 인스타그램에 "'조선구마사' 역사왜곡 논란의 파장이 매우 크다"며 드라마의 한 장면을 캡쳐한 사진을 올렸다.

'조선구마사'는 조선 태종 시대 배경으로 한국형 크리쳐 사극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2일 첫 방송에서 태종이 무고한 백성을 잔혹하게 학살했다는 내용을 담아 역사왜곡 논란에 휘말렸다. 기방의 한 장면에서 중국식 만두를 비롯해 중국 술, 중국 간식 월병, 피단(오리알을 삭힌 중국 음식)이 놓여져있는 부분이 문제가 됐다. 조선시대가 배경임에도 건물, 음식, 식탁모양 등 중국풍을 사용했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커지자 '조선구마사' 제작진은 "명나라 국경과 가까운 지역이라 '중국인 왕래가 잦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력을 가미한 것"이라며 "변방의 인물들의 위치를 설명하기 위한 설정으로 특별한 의도는 전혀 없었다. 예민한 시기 오해 될 수 있는 장면으로 불편함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와 관련해 서경덕 교수는 "중국의 네티즌들은 웨이보를 통해 '당시 한국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드라마 장면을 옹호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중국이 복, 김치, 판소리 등을 자신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新 동북공정'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며 "제작진 역시 입장문에서 '예민한 시기'라고 언급했듯이, 이러한 시기에는 더 조심했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또 "이미 한국 드라마는 글로벌화가 되어 정말로 많은 세계인들이 시청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훌륭한 문화와 역사를 알리기도 시간이 모자란데, 왜곡 된 역사를 해외 시청자들에게 보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구마사' /사진=SBS
'조선구마사' /사진=SBS
서경덕 교수는 "우리의 문화와 역사는 우리 스스로가 지켜나가야만 한다"면서 "중국 동북공정 문화공정 당당하게 대응합시다"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해 목소리를 높였다.

네티즌들은 서 교수의 의견에 동조하며 "너무 화가 난다. 매번 같은 일을 반복하는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시청하고 소비하고 있다", "재방송이나 OTT 서비스에서 저 장면은 빼고 나왔으면 좋겠다", "'철인왕후'에서도 한차례 왜곡 논란이 있었던 작가다. 방송사도, 제작진도 배우들도 정신 차려야 한다"고 드라마를 비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조선구마사' 방영 중단을 요청하는 청원도 게재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조선구마사' 관련 민원이 1700여 건 이상 접수됐다.

'조선구마사'는 북방의 순찰을 돌던 이방원(태종)이 인간 위에 군림하려는 기이한 존재와 맞닥뜨린다는 상상력 위에 ‘엑소시즘’을 가미해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한 한국형 엑소시스트 판타지 사극을 표방한다.

'조선구마사'를 집필한 박계옥 작가는 '철인왕후'에서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자 국보인 조선왕조실록을 '한낱 지라시'라고 일컫는 대사 등으로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박 작가가 중국 대형 콘텐츠 제작사와 계약을 체결, 이후 조선족 루머에 휩싸이기도 했으나 제작진 측은 "아니다"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자들도 '조선구마사'를 외면하는 추세다. 지난 22일 방송된 1회는 5.7%, 8.9% 시청률을 기록한 반면, 23일 방송된 2회는 4.5%, 6.9%로 1.2%p, 2%p 하락했다. 시청자, 광고주들의 보이콧이 잇따르며 '조선구마사' 관련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서경덕 교수 공식입장 전문.

드라마 '조선구마사'에 관한 역사왜곡 논란의 파장이 매우 큽니다. 이미 중국 네티즌들은 웨이보를 통해 "당시 한국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드라마 장면을 옹호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이 한복, 김치, 판소리 등을 자신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新 동북공정'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한 셈입니다. 제작진 역시 입장문에서 "예민한 시기"라고 언급했듯이, 이러한 시기에는 더 조심했었어야 합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이미 한국 드라마는 글로벌화가 되어 정말로 많은 세계인들이 시청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훌륭한 문화와 역사를 알리기도 시간이 모자란데, 왜곡 된 역사를 해외 시청자들에게 보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의 문화와 역사는 우리 스스로가 지켜나가야만 합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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