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방향 바뀌며 긴박한 순간…밤사이 물뿌리며 진화

"6·25 전쟁 당시 고사했다가 수복일(9월 28일)과 동시에 살아나 국운(國運)을 함께 한 소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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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에도 수령 120년 소나무 지켰다"
강원 홍천군 화촌면 성산리 수령 120년 보호수에 대한 홍천군의 설명이다.

지난 23일 오후 3시 52분께 이 일원에서 산불이 발생해 축구장 28개와 맞먹는 20만㎥ 넓이의 산림이 9시간 동안 소실됐지만, 이 보호수는 화를 면했다.

진화대원들이 산 중턱에 자리 잡은 보호수를 지켜낸 것이다.

수고 6m, 둘레 284㎝에 이르는 우람한 풍채를 지닌 소나무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산불 진화 최정예 요원들의 발 빠른 대처 때문이다.

당시 화마는 순간최대풍속 초속 8m에 달하는 강풍을 타고 5가구가 있는 민가 방향으로 향했다.

"화마에도 수령 120년 소나무 지켰다"
민가에 불길이 번지지 않도록 저지선을 구축한 진화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잠시 화마는 갑작스럽게 소나무가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공중에서 물을 뿌리던 헬기는 날이 어두워 철수했고, 잡혔던 주불은 다시 재발화된 상태였다.

진화대원들은 오후 7시부터 8시 사이 인력으로만 불을 꺼야 하는 순간이었지만, 망설일 틈이 없었다.

연기와 턱턱 막히는 숨을 참으며 소나무에 연신 물을 뿌렸다.

화마가 내뿜는 열기에 뿌리 일부가 그을리고 주변 잔디가 새카맣게 탔지만, 조기 진화에 다행히 나무 생육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됐다.

이 소나무는 홍천군이 1982년 3월 21일 보호수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지정일 기준 수령 120년이다 보니까 이보다 훨씬 더 긴 세월을 함께 해 왔다는 게 주민들 말이다.

"화마에도 수령 120년 소나무 지켰다"
주민 박모씨는 "사유림에 있는 소나무는 200년은 족히 넘는다고 전해 들어 올 정도로 오랜 세월 마을과 함께해오고 있다"며 "마을에서는 방석 소나무로 불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나무가 사계절 수려한 기품을 품고 있어 사진작가의 촬영지로, 주민에게 안식처로, 관광객에게 숨은 명소로 알려져 있다.

강은수 화촌면이장협의회장은 "산불로 인해 나무 일부가 그을리는 등 손해를 입었지만, 잘 회복해서 예전 수려한 모습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