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유럽 교역 동맥서 '사고'…뒤따르던 선박 100여대 대기중
"강한 바람에 밀려 제방에 박힌 듯"…"배 띄우는데 최소 이틀 예상"
400m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에즈운하서 좌초…선박 '올스톱'
한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서 멈춰서 수로를 오가는 수많은 선박의 운항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로이터 통신 등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하는 수에즈 운하는 길이가 120마일(약 190km)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운하다.

아프리카 대륙을 우회하지 않고 곧바로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글로벌 교역의 핵심 통로로, 지난해 기준 약 1만9천척, 하루 평균 51.5척의 선박이 이 운하를 통과, 전 세계 교역량의 12%를 담당했다.

보도에 따르면 '에버 기븐'(Ever Given)이라는 이름의 파나마 선적 컨테이너선이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7시 40분 수에즈 운하 북쪽에서 멈췄다.

2018년 건조된 이 선박은 소유주가 일본 쇼에이 기센, 용선사가 대만업체 '에버그린'으로 돼 있다.

폭 59m, 길이 400m, 22만t 크기의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으로, 중국에서 출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선박이 2만개 이상의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크기로, 수직으로 세우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보다도 더 높다고 설명했다.


소셜미디어에 퍼진 사진을 보면 뱃머리 부분이 한쪽 제방에 박히면서 선미 부분도 반대쪽 제방에 거의 걸쳐진 상태로 배가 멈춰 서 운하를 가로막고 있다.
400m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에즈운하서 좌초…선박 '올스톱'
하루 이상 선박이 수로를 차단하면서 다른 선박들의 운항 역시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WSJ에 따르면 최소 100척의 다른 선박들이 운하를 통과하기 위해 대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선박이 멈춰 선 이유와 관련해 에버그린 측은 "갑자기 불어온 강한 바람 때문에 선체가 항로를 이탈하면서 바닥과 충돌해 좌초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또 선원들은 모두 무사하며, 사고로 인한 부상이나 해양 오염 등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해양 역사학자인 살 메르코글리아노 박사는 BBC에 "이렇게 큰 배가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되기는 처음"이라며 선박이 둑에 박히면서 동력을 잃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400m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에즈운하서 좌초…선박 '올스톱'
하루에만 수십 대의 대형 컨테이너선이 수로를 오가는 만큼 사고가 빨리 수습되지 못하면 원유와 가스 수송을 비롯한 글로벌 교역에 큰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선박을 다시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 선박 주변의 모래 등을 퍼 올리는 데에만 수일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가디언은 이집트 당국이 예인선과 굴착기 등을 보내 이 배를 다시 띄우려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수습 기간이 얼마나 걸리느냐에 따라 원유 및 가스 공급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집트 관리는 AP통신에 예인선이 배를 다시 띄우기를 희망한다면서, 이 작업에 최소 이틀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에즈운하 관리당국(SCA)은 좌초한 배를 다시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오사마 라비 SCA 회장은 성명을 통해 "예인선과 구조선이 동원돼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