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세계 패권 노리는 중국의 꿈(中國夢)
중국은 지난 11일 최대 정책결정회의인 양회(兩會)를 열고 인공지능(AI)을 중국이 지향하는 국가목표, 즉 ‘中國夢’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재확인했다. 중국은 시진핑이 집권한 2013년 이후 중국몽을 국가비전으로 집중 거론해 왔다. 2020년 보통사람들도 부유하게 사는 ‘샤오캉사회’를 실현하고, 새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취지로 이번 양회에서 14차 5개년 계획을 마련했다. 2018년부터는 중국몽 달성을 위한 신인프라(新基建)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에서 인공지능(AI)이 국가전략으로 채택된 것은 다른 나라처럼 2016년 ‘알파고 충격’을 겪고 나서다. 세계적으로 충격을 주었던 알파고 사건은 중국에서도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따라 2017년 7월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세계적으로 최초인 셈이다.
우선 1단계로 2020년까지 세계적 수준의 기술 수준을 달성하고 법제도를 준비하기로 했다. 2단계는 2025년까지 AI 기술적 한계를 돌파하고 세계 최고의 기술국가로 도약하는 것이다. 2030년에는 미국을 제치고 이론/기술/응용 전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는 ‘AI굴기’를 실현한다는 게 3단계 목표다. 그 이후 매년 양회에서는 AI에 관한 정책 성과와 계획을 발표해오고 있다. 중국을 움직이는 공산당의 가장 중요한 국정행사인 양회에서 리커창총리가 발표한 ‘정부업무보고’와 최근 AI보고서를 토대로 중국의 AI정책을 살펴 본다.

중국의 AI정책은 AI기술정책과 이를 활용한 응용정책으로 구분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AI정책은 시진핑주석이 의장인 공산당 상무위원회를 정점으로, 전담조직이 과학기술부에 설치됐고, 전문가 AI자문위원회의 자문을 받아 중앙정부, 지방정부, 기업, 대학이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는 체제로 추진되고 있다.
2017년 국가전략계획 수립 이후, 같은해 12월 공업정보화부에서 AI산업 3개년 계획이 만들어졌다. 2020년 7월 AI표준지침이 범국가차원에서 마련돼 각종 AI정책을 조율하고 있다.
국가정책에 따라 지방정부에서도 AI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북경, 광동, 상해, 강소성, 절강성 등이 선두 그룹이다. 북경의 경우 2017년부터 스마트도시를 AI를 통해 실현한다는 기치하에 크라우드센터, AI데이터, 알고리즘, AI칩과 같은 분야에 집중투자하고 있다. 광동성도 광주시와 심천시를 앞세워 차세대 AI혁신 인프라 건설계획과 같은 정책을 집중 추진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안휘성은 합비시에 스마트 음성 밸리를 구축했고, 로봇클러스터도 구축해 육성 중이다. 산서성은 일찍부터 데이터에 특화해 데이터 수집, 처리, 거래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바이두 같은 기업을 유치해 AI용 데이터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투자 동향
주요 기업들의 투자도 활성화되고 있다. 바이두는 AI용 서버 500만 대를 투입하고, 알리바바는 향후 3년간 클라우드서버, 칩, 네트워크에 34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텐센트는 블록체인, 데이터센터 등에 75조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2020년 AI분야에서 전년 대비 73% 증가한 644건 25조원정도가 투자됐다. 데이터플랫폼, 데이터센터, 범용 알고리즘 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게 눈길을 끈다. 또 자율자동차와 지능형로봇 분야에도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연구개발 및 특허 지재권 동향
AI 신인프라정책에 힘입어 많은 대학과 연구소가 기술개발에 집중한 결과 2020년 전녀대비 56% 증가한 70만 건의 특허가 출원됐다. 바이두는 1만 건의 특허 출원을 통해 3000건의 라이센스를 받았다. 칭화대와 절강대학, 항공대학도 많은 특허를 출원했다.

▶기업 동향
많은 기업들이 AI 신인프라 비즈니스에 뛰어들고 있다. 바이두는 AI칩 ‘쿤룬’을 생산하고 있고, 화웨이는 AI플랫폼 ‘Atlas900’을 발표했다. 알리바바도 AI훈련용 ‘EFlops’를 개발했다.
AI스타트업도 빠르게 유니콘으로 성장하고 있다. 상탕테크는 영상처리와 딥러닝을 통합한 AI 오픈플랫폼을 개발했다. 전통산업 분야에서도 가전기업 하이얼이 AI솔루션을 소개하는 등 제조, 의료,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많은 솔루션들이 개발되고 있다.

▶분야별 동향
컴퓨팅파워 분야에서 AI칩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기업들도 잇달아 칩을 발표하고 있는데, 바이두는 ‘쿤룬’ 화웨이는 ‘910’ 알리바바는 ‘빛800’ 한무기는 ‘270’을 내놨다. 이 시장은 2019년 2조원에서 2023년 17조원 규모로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데이터센터 구축도 신인프라의 중요 분야로 바이두의 양천센터처럼 세계 수준의 센터가 구축되고 있다.

AI데이터 구축도 중국이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분야다. 고품질 데이터를 개방화해 개발비를 낮추기 위한 사업이 활발한데, 제남시의 경우 2018년 오픈플랫폼을 구축해 1010개 DB를 개방했다. 데이터 거래를 위해 2014년 귀양 빅데이타거래소가 설립된 이후 2000여 회원과 225개 데이터 소스로부터 150PB 데이타를 축적하여 4000개 이상의 서비스를 선보였다. 천진시도 오픈플랫폼을 구축해 567개 데이터셋, 6760만 건 데이터를 수집했다. 바이두에서는 ‘아폴로스케이프(ApolloScape)’라는 플랫폼을 통해 자율주행을 위한 환경, 날씨, 교통상황을 포함한 복잡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연구개발과 테스트를 지원하고 있다.

AI 알고리즘의 경우 오픈소스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데, 영상처리 분야는 최고 수준에 도달해 의료, 제조, 유통 분야로 활용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자연어 처리 분야에서도 많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와함께 오픈소스 AI 프레임워크 개발도 잇따르고 있다. 2017년 바이두는 국가 지정 오픈플랫폼인 스로틀을 필두로 2018년 텐센트와 샤오미가 오픈플랫폼을 발표하였고, 2020년 칭화대에서도 딥러닝 학습플랫폼 ‘天修’를 발표했다. 이렇게 백화제방하는 오픈플랫폼 출현에 따라 2019년 과기부는 차세대 오픈플랫폼 가이드를 제정하기도 했다.

AI 신인프라의 내부역량을 강화하는 정책을 바탕으로 중국경제를 굳건히 하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우선 세계의 공장이라 일컬어지는 제조업 분야에서 AI도입이 활발하다. 2015년 ‘스마트제조 2025’ 발표 이후 광동, 천진, 저장, 산동, 상해 등지에서 클러스터가 구축됐다. 폭스콘은 품질관리, 하이얼은 가전분야, 바이두는 의료기기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로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분야 AI도입도 활발하다. 이미 2017년 AI 발전계획에서 중점분야로 선정됐다. 전통 한의학과 인공지능을 결합시켜 진단과 의료서비스 품질을 향상하고 있고, 코로나19 발발 이후 바이러스 분석과 원격진료, 추적관리 등에 AI가 활용되고 있다.

교통분야 또한 AI가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는데, 2019년 스마트교통 시장규모는 25조원으로 전년대비 14% 성장했다. 스마트 고속도로 구축도 활발하다. 한편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AI가 도입되고 있는데, 2020년 9월 현재 20개 도시 200개 지역에서 자율주행 허가가 나 500대 이상의 차량이 시험운행을 하고 있다. 북경시의 경우 2020년 11월까지 시험도로 700km에서 213만km 이상의 자율주행 시험을 했다.

에너지는 경제성장과 함께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는 분야다. 그만큼 AI 도입도 활성화되고 있다. 바이두는 에너지 생산과 수송 등을 포괄하는 솔루션을 개발했고, 화웨이는 석유채굴부터 파이프라인 관리까지 해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텐센트도 스마트 솔루션 개발에 성공했다. 특히 스마트 그리드 분야 AI응용이 활발하다.

금융분야에서도 AI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2017년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금융과학기술위원회를 설치해 2019년 9월 AI활용을 위한 금융기술 발전계획을 수립했다. 일선 창구분야에서 결제와 투자자문, 고객지원 등 뒷받침해주고 백엔드에서는 리스크 관리감독 기능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핑안그룹의 일괄통화, 교통은행의 재테크 컨설팅, 타이콘보험의 스마트 서비스 등이 주목할 만하다.

문제점들도 지적되고 있다. 우선 AI 알고리즘과 스마트칩, 오픈플랫폼 등과 같은 분야에서는 취약점이 나타나고 있다. 둘째가 데이터 수집, 유통의 문제다. 데이터셋 개방 미흡, 훈련데이터 부족, 데이터 공유체계 미흡 등이 꼽힌다. 셋째는 인재 부족과 융합 부족이다. 복합형 인재의 부족으로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업종간은 물론 대중소기업간 기술 격차도 여전히 큰 상황이다. 넷째로 안전과 윤리문제는 지속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신뢰성있는 AI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며, 사샐활이나 도덕윤리문제도 풀어 나가야 할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한편 미국 스탠포드대학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세계 AI학술지에서 중국의 연구논문이 20.7%를 차지해 미국(19.8%)을 능가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초 미국 비영리단체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은 흥미로운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AI를 이끄는 미국과 중국, EU의 AI역량을 평가한 결과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미국이 AI산업생태계, 인재규모, 연구논문, 하드웨어 면에서 우월하지만, 중국이 최근에는 AI활용과 데이터 축적에서는 미국을 능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AI 벤쳐캐피털이 미국은 143억달러인데 중국은 56억달러에 그쳤다. 스타트업도 미국이 1393개로 중국(383개)을 압도했다. AI연구자의 경우 미국은 2만8536명인데 중국은 1만8232명이었다. 논문은 미국이 질적으로 우세하다는 평가다. 미국이 발표 편수에서 1만6233편으로 중국(2만4929편)에 뒤졌지만, 피인용지수에서는 미국 1.4, 중국 0.8로 중국을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30개국 이상이 국가차원에서 AI전략을 수립했다. 2017년 캐나다를 필두로 중국과 미국, EU, 일본이 발표했고, 우리도 2019년 발표했다. 코로나로 세계 경제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AI를 향한 도전은 멈추지 않고 있다. 미래 목장에 튼튼한 소를 키우는 노력은 더욱 박차를 가할 때다. 국가차원의 전략이 성과를 나타내도록 정부와 기업이 충분한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마련돼야 한다. 우수한 인재가 양성될 수 있도록 대학 뿐아니라 초중고 과정에서도 지원이 확대돼야 하며, AI알고리즘의 쌀 역할을 하는 데이터 축적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AI가 초래할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법제도와 보험시스템 정비도 필요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