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디지털 혁신 중심은 사람…인재 2000명 키울 것"
“혁신은 사람에서 시작되고 사람으로 완성된다고 봅니다. 부산에서 디지털 혁신 전문가 2000명을 키워내겠습니다.”

기업가가 회사 가치를 키우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벌어들인 이익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설 수도, 주가 관리나 현물자산 투자로 평가 차익을 키울 수도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 전문 업체 베스핀글로벌의 이한주 대표(49·사진)는 “사람에 대한 투자”라고 말했다. 사업의 시작과 수익화, 안착을 위해선 기술만큼이나 인력 생태계가 절대적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대표가 부산시와 함께 ‘BTC(Bespin Technology Center) 부산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 단순한 시장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이 대표는 25일 부산에서 열린 BTC부산센터 추진 간담회에서 “부산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은 부산에 기반을 둔 우수한 정보기술(IT) 인재들을 주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지역 항만, 물류, 중공업, 관광 등 모든 산업군이 이런 인재들이 수행할 DX의 ‘타깃’이다. 클라우드, 데이터 전문 인력 교육을 베스핀글로벌 부산사업본부가 직접 맡아 향후 5년간 최대 2000명의 인재를 키워낸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커리큘럼은 실무교육과 훈련에 중점을 두고 개발되며, 수료생들은 바로 현업에 투입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 수료생 전원에게는 베스핀글로벌 입사 및 BTC부산센터의 근무 기회를 준다. 부산시도 적극 화답했다. 신상해 부산시의회 의장은 “청년고용뿐 아니라 이들이 향후 설립할 혁신기업에 이르기까지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BTC부산센터는 부산 지역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요람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부산 내 스마트시티·자율주행·인공지능(AI) 기술 스타트업들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다. SK텔레콤, 스파크랩, 호스트웨이 등 이 대표와 연이 깊은 파트너사들이 협력하기로 했다. 스타트업 창업 경력이 있는 이 대표는 “BTC부산센터가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스타트업들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열한 살 때인 1983년 아버지(이해민 전 삼성전자 대표)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다. 대학(시카고대 생물학부) 졸업 후인 1998년 클라우드 서비스의 원조 격인 웹 호스팅 업체를 창업해 5억달러(약 5500억원)에 매각한 게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의 시초가 됐다. 이 대표는 이때 번 자금을 바탕으로 2015년 베스핀글로벌을 설립했다. 회사는 창립 3년 만인 2018년 매출 300억원을 넘기는 등 급성장을 거듭한 데 이어 올해는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