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경찰서입니다’라는 전화를 걸면 어김없이 ‘딸칵’ 하고 전화가 끊어진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A씨의 일상이다. 수사에 필요한 정보를 물어보기 위한 전화여도 “보이스피싱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욕설을 내뱉는 이들도 많다. 경찰이나 검찰 수사관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이 확산되면서 나타난 풍경이다.

25일 경찰과 정보기술(IT)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금천경찰서, 부산금정경찰서, 광주고등지방법원 등 아홉 곳은 최근 KT의 ‘발신정보 알리미’ 서비스를 도입했다. 공공기관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늘어 실제 업무에 필요한 전화까지 ‘불발’되는 사례가 많아지자 마련한 대안이다. 공공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2만7515건에 달한다. 이 기간 피해액은 총 6936억원이다.

KT의 발신정보 알리미는 각 정부기관이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해당 기관의 이름’을 표시해준다. 발신회선을 KT의 지능망에서 인증해 가입 여부를 확인한 뒤 알림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KT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집단이 인증을 변조할 수 없도록 3중 검증장치를 뒀다”며 “진짜 업무용 전화를 오해하는 사례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과 금융감독원도 이 같은 서비스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화 불발 등으로 인한 시간 및 인력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봐서다.

경찰 관계자는 “공공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계속 늘어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며 “이런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이 씁쓸하지만 다른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