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의 나스닥 빌딩 모습. 뉴욕=조재길 특파원
미국 뉴욕 맨해튼의 나스닥 빌딩 모습. 뉴욕=조재길 특파원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이 올 들어 경제 성장 측면에서도 독주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발빠른 코로나 백신 확보와 함께 대규모 부양책으로 과감한 경기 진작에 나섰던 데 따른 영향입니다. 일각에선 경기 과열을 우려하기 시작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잇따라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이날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백신 접종 목표치를 두 배 높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바이든이 대통령으로 취임했던 게 지난 1월 20일이었는데 종전 목표(취임 후 100일 내 백신 1억 회 접종)를 58일 만에 달성(3월 18일)했기 때문에 이번에 새 목표를 제시한 겁니다.

미국이 적어도 다음달 29일까지 2억 회분의 백신 접종을 완료하겠다는 게 새 목표입니다. 백신 접종이 성인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미국 전체 인구(3억3000만 명) 중 접종을 원하는 대다수가 4~5월 중 접종을 마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나옵니다. 그럼 집단 면역이 형성되고, 경제 정상화의 큰 발을 떼게 되는 겁니다.

각종 지표는 이미 빠른 회복세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이날 발표된 작년 4분기 경제 성장률 확정치는 4.3%로, 잠정치였던 4.1%보다 상향 조정됐습니다. 실업수당 청구건수(지난주 기준)는 전주보다 9만7000명 감소한 68만4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60만 명대로 떨어진 건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처음입니다.

미 재무부가 발행하는 국채의 응찰률이 예상보다 낮아 인플레이션 우려를 고조시켰지만 경제 재개에 대한 자신감이 상쇄하고 남았습니다.

월가에서 관심을 모아온 리플레이션(reflation)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는 분위기입니다. 리플레이션은 물가가 오르지만 심각한 수준엔 이르는 않을 정도의 통화 팽창 국면을 뜻합니다. 주로 경기 회복 초입에 나타납니다. 경기 순환주에 해당하는 필수소비재나 에너지, 금융 등의 부문이 수혜를 입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작년에 증시를 주도했던 빅테크 등 기술주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밴슨그룹의 데이비드 밴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 인터뷰에서 “기술주는 지그재그 움직임을 보이면서 완만하게 하향 조절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트레이드증권의 마이크 로웬가트 투자전략 책임자는 “고용 시장 회복은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다만 미 중앙은행(Fed)엔 부담을 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이나 금리 인상 등 조기 긴축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날 미국 시장에서 주목 받은 이벤트 및 지수·가격 움직임은 아래와 같습니다.

- 작년 4분기 GDP 성장률 확정치 4.3%(잠정치보다 0.02%P 상승)
- 바이든 대통령, 백신 접종 목표 두 배 상향 조정(취임 100일 내 2억 회분)
-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60만 명대로 감소
- 대표적 급등락 종목인 게임스톱 주가, 52.49% 폭등(시간외 거래선 하락)
- 수에즈운하 운항 차질에도 국제 유가 4.3% 급락(WTI, 배럴당 58.56달러)
- 미 국채 금리는 큰 변동 없었음(10년 만기 기준 연 1.63%로, 0.01%P 상승)


아래는 오늘 아침 한국경제TV ‘굿모닝 투자의 아침’과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먼저 마감한 미 증시에서 특징적인 점을 말씀해 주시죠.

오늘 뉴욕증시에서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습니다. 무엇보다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더 빨리 정상화되고 있다는 지표들이 공개됐습니다.

개장 직전 발표된 지난주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68만4000명으로, 작년 3월 팬데믹 선언 이후 처음으로 70만 명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전문가 예상치(73만5000명)도 밑돌면서 고용 시장의 개선 조짐이 다시 확인됐습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나스닥 지수는 줄곧 약세를 보이다 장 막판에 상승 마감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나스닥 지수는 줄곧 약세를 보이다 장 막판에 상승 마감했다.
작년 4분기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확정치도 나왔는데, 종전 잠정치(4.1%)보다 0.2%포인트 높아진 4.3%로 집계됐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100일 동안의 백신 접종 목표치를 2억 회로, 종전 대비 두 배 높인 점도 경제 재개에 대한 자신감을 강화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종전 목표치였던 1억 회 접종을 지난주에 조기 달성했습니다.

경제 봉쇄가 더 일찍 풀릴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항공 크루즈 등 경기 순환주가 증시를 주도했습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알려져 있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6.56% 하락한 19.81로, 20을 밑돌았습니다.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추가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소비자 입장에선 유리하지 않다는 얘기가 있네요. 왜 그런 거죠?

비트코인으로 차량을 구매할 경우 적지 않은 세금을 별도로 납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은 세법상 화폐가 아니라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자산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미국에서 비트코인으로 자동차를 샀다면 그 이듬해 세무당국에 양도소득세 종합 신고를 해야 하는데, 만약 비트코인 가격이 구매 당시보다 올랐다면 차익에 대해 상당한 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다만 미국에서의 소득세율은 연소득과 자산 보유기간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개인마다 세금 차이가 클 수 있습니다.

미국에선 테슬라 홈페이지에서 비트코인으로 차량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만, 한국에선 빨라야 올해 말쯤부터 비트코인 구입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비트코인으로 차량을 구매할 때 역시 코인에서 얻은 양도차익의 20%를 소득세로 내야 합니다. 내년부터 바뀐 소득세법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 세율만 놓고 보면 다양한 감세 조건이 붙는 미국보다 높습니다.

앞으로 체크할 주요 일정 및 이벤트를 알려주시죠.

당분간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등의 코로나의 3차 확산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유럽에선 감염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 재봉쇄에 나서는 국가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은 다시 이동 제한 조치를 취했거나 취할 예정입니다. 확진자가 3000만 명을 넘은 미국에선 백신 배포 확대 등의 영향으로 올 들어 감염자 수가 크게 둔화했지만 방역 규제 완화의 영향으로 다시 늘어날 조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채 시장 동향 역시 언제든 증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입니다. 다만 벤치마크로 쓰이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번주 들어 안정세를 보였고, 증시도 조금씩 내성을 갖고 있습니다.

다음주엔 고용 지표를 눈여겨봐야 합니다. 31일에 3월의 ADP 고용보고서가 나옵니다. 다음주 금요일인 4월 2일 장 개시 직전엔 3월 실업률이 발표됩니다. 지난달 실업률은 6.2%로, 전달(6.3%) 대비 0.1%포인트 떨어졌습니다.

다음주 실적을 발표하는 기업 중에선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과 실내 운동복 업체인 룰루레몬, 애완용품 업체 추이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