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혐오 범죄가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아시아계 여성 6명을 포함해 8명이 사망한 미국 애틀란타 연쇄 총기 사건에 이어 이번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한 한인 여성이 흑인 여성으로부터 심각한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25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흑인 여성 5명은 한인 여성 김모씨의 미용용품점에서 전시된 가발을 쓰러뜨리고, 춤을 추는 등 난동을 부렸다.

김씨가 "괜찮다. 내가 정리하겠다"며 이 여성들에게 장난치지 말라고 요구하자 이 여성들은 김씨를 향해 "빌어먹을 아시안", "빌어먹을 중국인"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어 김씨의 남편과 아들이 있는 계산대로 다가와 "아시아계 사람들은 흑인 물품을 팔면 안 된다", "아시아계 사람들은 흑인 시장에 있어선 안 된다"는 등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고 이씨는 증언했다.

이후 김씨의 남편이 이 여성들에게 가게에서 나가라고 주문했지만 이들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씨의 남편이 이 일행을 경찰에 신고하자가 일행 중 3명은 가게를 박차고 나갔다.

그때 가게에 남아있던 흑인 여성 2명 중 한 명이 김씨의 얼굴을 힘껏 가격했고, 힘없이 주저앉은 김씨를 향해 8차례가량 더 주먹을 휘둘렀다. 김씨는 현재 코뼈가 부러져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여성 둘을 김씨 남편이 밖으로 쫓아내면서 사건이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중 한 여성은 밖으로 나와 주차장에서 김씨의 남편과 아들을 차로 치려한 혐의를 받는다. 이 모든 상황은 가게 안 CC(폐쇄회로)TV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해리스 카운티의 검찰청은 김씨에게 폭행을 가하고 김씨 남편을 차로 치려한 두 흑인 여성을 폭행 등 혐의로 기소했다. 휴스턴경찰서는 인종범죄 가능성에 방점을 두고 사건을 수사중이다.

기소된 한 흑인 여성은 지역 방송과 인터뷰에서 가게 안에 들어선 자신들이 흑인이라는 이유로 감시받는 듯한 느낌이 들어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번 일은 한 백인 남성이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총격을 가해 한인 4명 등 아시아계 여성 6명을 비롯해 8명을 숨지게 한 사건이 일어난 바로 다음 날에 발생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