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A씨가 김천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토지인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1월 경매를 통해 경북 김천시의 한 임야를 매수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해당 임야에는 한 사찰(B사) 통행로가 있었다. 김천시는 해당 도로를 시멘트로 포장한 상태였다.
A씨는 김천시가 자신의 토지를 무단 점유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시멘트 포장도로를 철거하고 토지를 인도해 달라는 것이다.
김천시는 이미 30~40년 전 해당 도로를 법정도로로 지정한 뒤, 당시 임야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지상에 시멘트 포장을 하고 지금까지 관리하고 있는 중이라고 맞섰다. 다른 사람들이 해당 도로를 사찰 통행로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A씨가 알고 있는 상태에서 임야를 낙찰 받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1·2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도로의 주된 이용자는 사찰 내방객들이므로, 원고의 청구가 받아들여진다 하더라도 피고나 일반 공중에게 고통이나 손해가 생긴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해당 도로를 통행하는 사람들이 (A씨의) 임야에 침입해 나무를 훼손하거나 약초를 무단으로 채취하는 등 원고에게 발생하는 피해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며 “시멘트 포장이 철거되더라도 통행로로의 이용은 여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재판부는 “해당 도로는 사찰이 중건된 시점 이후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됐다가 1985년경 새마을사업의 일환으로 시멘트 포장이 이뤄졌고, 김천시가 1994년경 농어촌도로로 지정해 30년 이상 관리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알면서 임야를 매수한 원고가 도로의 철거·인도를 구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앞선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특정 토지가 공로가 되면, 그 부지의 소유권 행사는 제약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는 소유자가 받아들여야 할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에 해당한다.
대법원 재판부는 “해당 도로는 B사로 출입하는 유일한 통행로로서 사찰의 승려, 신도, 탐방객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도 이용하고 있다”며 해당 도로가 ‘공로’가 맞다고 봤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