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맨 오른쪽)이 2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협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에 따른 혼란 등에 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은성수 금융위원장(맨 오른쪽)이 2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협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에 따른 혼란 등에 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시행된 지난 25일부터 금융회사 창구에서 상품 하나 가입하는 데 30분~1시간씩 걸리는 등 혼란이 이어지자 금융위원회가 진화에 나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6일 주요 금융협회장들을 불러 모아 금소법이 안착할 때까지 금융권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소비자들이 겪는 불편에 대해서는 에둘러 사과하면서 “절차 개선의 여지가 없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6개월간 처벌 없이 금소법 안착 유도”

은 위원장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금융협회장들과 예정에 없던 간담회를 열었다. 금융위는 “금소법 시행 등 현안에 대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듣고 업계와 소통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 성인모 금융투자협회 전무, 하은수 저축은행중앙회 전무, 박영범 신협중앙회 관리이사가 참석했다.

은 위원장은 “금소법 시행과 관련한 세부지침 마련이 늦었고, 일선 창구까지 지침이 잘 전달되지 않아 국민들의 불편이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법 시행 초기 6개월간은 금감원과 함께 처벌보다는 컨설팅 중심으로 감독하겠다”며 “9월 25일 시행되는 내부통제 기준, 상품설명서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도 조속히 마련해 현장의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금소법 혼란’의 책임에선 금융당국과 금융회사 모두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소법은 2011년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이후 폐기와 재발의를 거듭하다가 지난해 3월 통과됐다. 금융위는 수년 전부터 국회에서 꼭 처리해야 할 ‘중점 법안’의 하나로 금소법을 포함시켜 왔다. 그러나 법이 통과됐음에도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현장 직원들이 궁금해 할 세부 가이드라인을 신속히 만들어주지 않았다. 금융사들의 대비도 충분치 않아 일선 창구 직원들이 뒷수습을 떠안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펀드 피해자의 눈물 기억해야”

금융거래 시간이 길어져 소비자 불편이 크다는 지적과 관련해 은 위원장은 “소비자 보호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절차 개선의 여지를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다만 금소법의 큰 틀은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시간이 더 걸리고 불편한 점이 다소 있더라도 불완전 판매라는 과거의 나쁜 관행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은 위원장은 “‘빨리빨리’와 ‘소비자 보호’는 양립하기 어렵다”며 “1년 전 펀드 불완전 판매 사태 피해자들의 눈물을 기억하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더욱 굳건히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금융사들이 금소법에 익숙해지면 업무 처리에 들어가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단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다음주부터 업권별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더 열기로 했다. 금소법 조기 안착을 위해 금융권의 적극적인 이해와 협조를 구한다는 취지에서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