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만류에도 박원순 옹호 나선 與인사들…왜? [정치T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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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에 대한 부채의식 또는 동정심 때문?
박영선 낙마 원하는 세력의 물밑 공작 음모론도
박원순 옹호가 지지층 결집시켜 선거에 도움 될 수도
박영선 낙마 원하는 세력의 물밑 공작 음모론도
박원순 옹호가 지지층 결집시켜 선거에 도움 될 수도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으로 열리는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권 인사들이 연이어 박 전 시장을 두둔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직접 자제해달라며 만류했지만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박원순 전 시장의 청렴함을 칭찬한 데 이어 박원순 전 시장의 서울시정을 호평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이러한 발언이 쏟아져 나오자 박영선 캠프 관계자들은 사석에서 강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앞서 임종석 전 실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라면서 "청렴이 여전히 중요한 공직자의 윤리라면 박원순은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였다"라고 썼다. 이어 "뉴욕의 센트럴파크 부럽지 않을 용산 공원의 솦 속 어느 의자엔가는 매순간 사람의 가치를 높이고자 치열했던 박원순의 이름 석자를 소박하게나마 새겨 넣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글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하승창 전 청와대 사회혁신수석, 조한기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문대림 전 청와대 제도개선비서관 등이 '좋아요' 혹은 '슬퍼요'를 누르며 공감을 표했다.
조국 전 장관도 페이스북을 통해 박원순 전 시장을 옹호하는 취지의 책 '비극의 탄생' 한 대목을 공유하며 "박원순 시장의 비극적 운명이 슬프고, 성희롱 피해자의 처지 역시 슬프다"고 했다.
앞서 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박원순의 족적이 눈부시다. 어떻게 인간이 완전무결할 수 있나"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박영선 후보와 당내 경선을 벌였던 우상호 의원도 "박원순 시장의 정책을 계승하고 그의 꿈을 발전시키는 일, 제가 앞장서겠다"며 "박원순이 우상호고, 우상호가 박원순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서울시 정책을 펼쳐가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의 발언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여당 내 다른 계파가 의도적으로 박원순 프레임을 재조명시키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돌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민주당 사람들이 박영선이 시장 되는 것을 원하지 않나 봐요. 선거 프레임을 박원순 복권으로 가져가는 것을 보니"라고 했다.
선거 공학상 이 시기에 여권 인사들이 박원순 전 시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선거에서 박영선 후보가 낙마하게 되면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정치적으로 타격을 받게 되고 당내 대권 경쟁상대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상대적 이득을 보게 되므로, 이 같은 셈법이 작동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게 음모론의 골자다.
최근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시민단체를 통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을 폭로한 것이 이재명 경기지사 측의 작품이란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측 핵심 인사 여러 명이 과거 이 지사와 일했던 적이 있다는 게 주장의 근거였다. 이 지사 측은 "터무니없는 이간 작전"이라고 일축했다.
한편으로는 임종석 전 실장 등이 정치적 계산 없이 박원순 전 시장에 대한 동정심 또는 부채의식 때문에 이 같은 발언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임종석 전 실장의 경우 2012년 저축은행 비리 사건에 휘말려 정치권에서 사실상 퇴출됐었다. 2014년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은 이후 그의 재기를 도운 것이 박원순 전 시장이었다. 임종석 전 실장은 이때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역임했다.
자신의 재기를 도운 박원순 전 시장이 일방적으로 매도당하는 상황이 연출되자, 임 전 실장이 참지 못하고 옹호 발언을 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다.
하지만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이에 대해 "굉장히 순진한 해석"이라고 짚었다. 고성국 평론가는 "개인적으로 박 전 시장에게 애틋한 감정이 있을 수 있지만 감정에 따라 행동할 사람들은 아니다. 정치적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국 평론가는 "그분들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 승패에는 관심이 없다고 본다. 자기 정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라며 "중도층 표는 포기한 것이다. 고정 지지층 표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발언들을 한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저도 개인적으로 그런 발언들을 하는 이유가 궁금해 민주당 인사들에게 물어봤는데, 당내에서는 '자기 정치를 위해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게 중론"이라고 했다.
장성철 소장은 "임종석 전 실장의 경우 민주당 내에서 차기 대선 출마를 이미 결심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더라. 임 전 실장은 서울시장 선거 승패보다 일단 본인 인지도 상승을 위해 그런 발언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박원순 원죄를 털고 가지 않을 경우 향후 여러 선거에서도 계속 민주당이 밀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래서 정면돌파를 하자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사자가 사망해 진실을 밝히기 어려운 만큼) 박원순 성추행 사건을 판단불가 영역으로 끌어내 털고 가자는 전략 아닐까 싶다"고 추측했다.
최진 원장은 "민주당 인사들은 그들의 행동이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부담스러워 하더라. 다만 임종석 전 실장 개인으로 보면 정치적으로 이득이 더 크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원순 옹호가 오히려 박영선 후보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신율 교수는 "이번 선거는 어차피 외연 확장(중도층 확대) 전략이 먹히기 힘들다. 자기 지지층을 선거장에 나가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보궐선거는 일반적으로 투표율이 낮다. (박원순 옹호 발언으로) 지지층을 적극적으로 투표장으로 나가게 한다면 박영선 후보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이런 식의 전술을 써 선거에서 승리한 적 있다"며 "이들의 박원순 옹호 발언이 민주당에 불리할 것이라고만 봐서는 안 된다. 그런 정치적 계산이 있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TMI는 '너무 과한 정보(Too Much Information)'의 준말입니다. 꼭 알지 않아도 되는 정보지만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정치 뒷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직접 자제해달라며 만류했지만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박원순 전 시장의 청렴함을 칭찬한 데 이어 박원순 전 시장의 서울시정을 호평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이러한 발언이 쏟아져 나오자 박영선 캠프 관계자들은 사석에서 강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앞서 임종석 전 실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라면서 "청렴이 여전히 중요한 공직자의 윤리라면 박원순은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였다"라고 썼다. 이어 "뉴욕의 센트럴파크 부럽지 않을 용산 공원의 솦 속 어느 의자엔가는 매순간 사람의 가치를 높이고자 치열했던 박원순의 이름 석자를 소박하게나마 새겨 넣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글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하승창 전 청와대 사회혁신수석, 조한기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문대림 전 청와대 제도개선비서관 등이 '좋아요' 혹은 '슬퍼요'를 누르며 공감을 표했다.
조국 전 장관도 페이스북을 통해 박원순 전 시장을 옹호하는 취지의 책 '비극의 탄생' 한 대목을 공유하며 "박원순 시장의 비극적 운명이 슬프고, 성희롱 피해자의 처지 역시 슬프다"고 했다.
앞서 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박원순의 족적이 눈부시다. 어떻게 인간이 완전무결할 수 있나"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박영선 후보와 당내 경선을 벌였던 우상호 의원도 "박원순 시장의 정책을 계승하고 그의 꿈을 발전시키는 일, 제가 앞장서겠다"며 "박원순이 우상호고, 우상호가 박원순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서울시 정책을 펼쳐가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의 발언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여당 내 다른 계파가 의도적으로 박원순 프레임을 재조명시키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돌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민주당 사람들이 박영선이 시장 되는 것을 원하지 않나 봐요. 선거 프레임을 박원순 복권으로 가져가는 것을 보니"라고 했다.
선거 공학상 이 시기에 여권 인사들이 박원순 전 시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선거에서 박영선 후보가 낙마하게 되면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정치적으로 타격을 받게 되고 당내 대권 경쟁상대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상대적 이득을 보게 되므로, 이 같은 셈법이 작동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게 음모론의 골자다.
최근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시민단체를 통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을 폭로한 것이 이재명 경기지사 측의 작품이란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측 핵심 인사 여러 명이 과거 이 지사와 일했던 적이 있다는 게 주장의 근거였다. 이 지사 측은 "터무니없는 이간 작전"이라고 일축했다.
한편으로는 임종석 전 실장 등이 정치적 계산 없이 박원순 전 시장에 대한 동정심 또는 부채의식 때문에 이 같은 발언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임종석 전 실장의 경우 2012년 저축은행 비리 사건에 휘말려 정치권에서 사실상 퇴출됐었다. 2014년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은 이후 그의 재기를 도운 것이 박원순 전 시장이었다. 임종석 전 실장은 이때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역임했다.
자신의 재기를 도운 박원순 전 시장이 일방적으로 매도당하는 상황이 연출되자, 임 전 실장이 참지 못하고 옹호 발언을 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다.
하지만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이에 대해 "굉장히 순진한 해석"이라고 짚었다. 고성국 평론가는 "개인적으로 박 전 시장에게 애틋한 감정이 있을 수 있지만 감정에 따라 행동할 사람들은 아니다. 정치적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국 평론가는 "그분들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 승패에는 관심이 없다고 본다. 자기 정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라며 "중도층 표는 포기한 것이다. 고정 지지층 표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발언들을 한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저도 개인적으로 그런 발언들을 하는 이유가 궁금해 민주당 인사들에게 물어봤는데, 당내에서는 '자기 정치를 위해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게 중론"이라고 했다.
장성철 소장은 "임종석 전 실장의 경우 민주당 내에서 차기 대선 출마를 이미 결심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더라. 임 전 실장은 서울시장 선거 승패보다 일단 본인 인지도 상승을 위해 그런 발언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박원순 원죄를 털고 가지 않을 경우 향후 여러 선거에서도 계속 민주당이 밀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래서 정면돌파를 하자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사자가 사망해 진실을 밝히기 어려운 만큼) 박원순 성추행 사건을 판단불가 영역으로 끌어내 털고 가자는 전략 아닐까 싶다"고 추측했다.
최진 원장은 "민주당 인사들은 그들의 행동이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부담스러워 하더라. 다만 임종석 전 실장 개인으로 보면 정치적으로 이득이 더 크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원순 옹호가 오히려 박영선 후보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신율 교수는 "이번 선거는 어차피 외연 확장(중도층 확대) 전략이 먹히기 힘들다. 자기 지지층을 선거장에 나가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보궐선거는 일반적으로 투표율이 낮다. (박원순 옹호 발언으로) 지지층을 적극적으로 투표장으로 나가게 한다면 박영선 후보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이런 식의 전술을 써 선거에서 승리한 적 있다"며 "이들의 박원순 옹호 발언이 민주당에 불리할 것이라고만 봐서는 안 된다. 그런 정치적 계산이 있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TMI는 '너무 과한 정보(Too Much Information)'의 준말입니다. 꼭 알지 않아도 되는 정보지만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정치 뒷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