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뇌 신경 자극해 신호 분석…'나노 죽부인' 미지의 뇌 탐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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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 사이언스
원통형으로 만든 고분자 그물망
뇌신경에 면역반응 일으키지 않아
오랜 기간 동안 신호 측정 가능
원통형으로 만든 고분자 그물망
뇌신경에 면역반응 일으키지 않아
오랜 기간 동안 신호 측정 가능
광유전학은 빛으로 생체 조직 세포를 조절하고 연구하는 분야다. 15년밖에 안 된 신생 연구 분야지만 뇌과학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신경세포를 활성화하는 데에는 전기 자극과 약물이 주로 활용돼 왔다. 이 같은 방식은 목표 세포뿐만 아니라 주위 세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한계가 있다. 빛을 이용하는 광유전학 기술로는 목표 신경세포를 정확하게 제어할 수 있다. 원하는 위치에서 뇌신경을 자극하고, 이때 발생하는 신호를 정확히 분석하는 게 가능하다. 세계 과학계는 광유전학이 뇌 기능을 정확히 밝혀내고 각종 질환의 치료법을 개발할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연구진도 획기적인 기술을 속속 내놓으며 광유전학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의 박홍규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기존보다 한층 개선된 광유전학 연구장치를 개발해 국제학술지 나노레터스에 지난 19일 게재했다. 신경 자극과 신경 신호 기록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삽입형 장치를 개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광유전학 연구를 위해 신호를 측정하기 위한 삽입형 탐침과 발광다이오드(LED) 등의 발광 장치를 별도로 사용해왔다. 특히 기존에 주로 쓰인 금속이나 실리콘 소재의 딱딱한 탐침은 뇌의 면역 반응을 일으켜 뇌신경 자극과 측정을 방해했다.
박 교수 연구팀은 미국 하버드대와 공동으로 뇌와 비슷한 굽힘 강도를 갖는 그물구조 탐침을 개발해 2018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이 탐침은 죽부인과 모양이 비슷해 ‘나노 죽부인’이란 별칭이 붙었다. 유연한 그물망 형태의 고분자를 원통형으로 만 나노 구조체다. 연구팀은 이 구조가 뇌신경에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아 오랜 기간 동안 뇌신경의 신호를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을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으로 확인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뇌 신호 측정은 물론 빛을 통해 뇌신경을 인위적으로 자극할 수 있도록 나노 죽부인의 구조를 개선했다. 발광 장치와 삽입형 탐침을 하나로 간소화한 것이다. 연구팀은 기존 구조에 1㎝ 길이의 광도파로를 결합해 외부의 빛을 끝단까지 전달할 수 있게 했다. 광도파로는 광통신에 쓰이는 광섬유처럼 광전력을 전달할 수 있는 구조를 말한다.
광유전학 기기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정재웅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연구팀은 김정훈 연세대 의대 교수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뇌 완전 이식형 무선 광유전학 기기를 개발했다. 외부 기기와 연결된 광섬유를 통해 빛을 전달하는 기존 기기와는 달리 뇌에 통째로 이식하는 장치다. 동물의 움직임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기는 배터리의 무선 충전이 가능하고, 스마트폰 앱을 통해 광자극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도 있다.
무선 충전을 넘어 전력을 스스로 만들어 구동하는 광유전학 기기도 나왔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이종호 기계공학부 교수와 김태 의생명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태양전지를 통해 피부 밑에 삽입된 상태에서도 전력을 충분히 생산할 수 있는 기기를 제작했다. 광유전학 치료법 개발의 주요 난제로 꼽혔던 지속 가능한 광원 개발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국내 연구진도 획기적인 기술을 속속 내놓으며 광유전학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의 박홍규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기존보다 한층 개선된 광유전학 연구장치를 개발해 국제학술지 나노레터스에 지난 19일 게재했다. 신경 자극과 신경 신호 기록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삽입형 장치를 개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광유전학 연구를 위해 신호를 측정하기 위한 삽입형 탐침과 발광다이오드(LED) 등의 발광 장치를 별도로 사용해왔다. 특히 기존에 주로 쓰인 금속이나 실리콘 소재의 딱딱한 탐침은 뇌의 면역 반응을 일으켜 뇌신경 자극과 측정을 방해했다.
박 교수 연구팀은 미국 하버드대와 공동으로 뇌와 비슷한 굽힘 강도를 갖는 그물구조 탐침을 개발해 2018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이 탐침은 죽부인과 모양이 비슷해 ‘나노 죽부인’이란 별칭이 붙었다. 유연한 그물망 형태의 고분자를 원통형으로 만 나노 구조체다. 연구팀은 이 구조가 뇌신경에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아 오랜 기간 동안 뇌신경의 신호를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을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으로 확인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뇌 신호 측정은 물론 빛을 통해 뇌신경을 인위적으로 자극할 수 있도록 나노 죽부인의 구조를 개선했다. 발광 장치와 삽입형 탐침을 하나로 간소화한 것이다. 연구팀은 기존 구조에 1㎝ 길이의 광도파로를 결합해 외부의 빛을 끝단까지 전달할 수 있게 했다. 광도파로는 광통신에 쓰이는 광섬유처럼 광전력을 전달할 수 있는 구조를 말한다.
광유전학 기기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정재웅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연구팀은 김정훈 연세대 의대 교수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뇌 완전 이식형 무선 광유전학 기기를 개발했다. 외부 기기와 연결된 광섬유를 통해 빛을 전달하는 기존 기기와는 달리 뇌에 통째로 이식하는 장치다. 동물의 움직임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기는 배터리의 무선 충전이 가능하고, 스마트폰 앱을 통해 광자극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도 있다.
무선 충전을 넘어 전력을 스스로 만들어 구동하는 광유전학 기기도 나왔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이종호 기계공학부 교수와 김태 의생명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태양전지를 통해 피부 밑에 삽입된 상태에서도 전력을 충분히 생산할 수 있는 기기를 제작했다. 광유전학 치료법 개발의 주요 난제로 꼽혔던 지속 가능한 광원 개발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