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배터리 기술 분쟁과 관련, LG 측이 요구하는 ‘조 단위’ 합의금을 줄 용의가 없음을 다시 한번 밝혔다.

이명영 SK이노베이션 이사는 26일 정기 주주총회에 의장 자격으로 참석해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의 경쟁사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전날 주총에서 “이번 사안을 유야무야 넘길 수 없고, 피해 규모에 합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한 데 대한 반박 성격의 발언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달 LG의 영업비밀 침해 주장을 인용해 SK이노베이션에 미국 내 10년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후 양측은 합의를 시도했으나 ‘적정한 합의금’ 규모를 놓고 의견 차이가 커 협상이 진전되지 못했다.

이 이사는 이날 ITC 결정과 관련, “ITC가 문서 관리 미흡을 이유로 사건의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은 채 경쟁사의 모호한 주장을 인용한 점이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당사의 배터리는 지금까지 한 번도 발화 사고가 나지 않는 등 안전성과 품질 면에서 차별적 경쟁력을 인정받아왔다”고 덧붙였다.

LG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어떤 영업비밀을 가져가서 활용했는지 명확하게 밝히자”고 SK에 제안했다. ITC에 각 사가 제출한 영업비밀 리스트와 관련 증거자료를 상호 동의하에 바꿔서 보면 영업비밀 침해 여부가 더욱 분명하게 밝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출장 중인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이날 주총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 사장은 ITC 수입금지 명령을 무력화하기 위해 현지에서 정관계 인사들을 만나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