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AI 군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AI 군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정의(孫正義·손 마사요시)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이 네이버와 함께 지난달 1일 일본에서 Z홀딩스를 출범시켰습니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인 야후재팬이 설립한 합작법인 A홀딩스의 자회사입니다. 이용자 3억명을 넘어서는 아시아 최대 IT 플랫폼으로 '아시아 기반 글로벌 선도 AI 테크기업’을 만드는 게 이들의 목적이라고 합니다. A홀딩스와 Z홀딩스에는 '아시아', 'A부터 Z까지',' 인공지능(AI)' 이라는 세가지 뜻이 담겨져 있다고 합니다. 이들 두회사는 향후 5년간 5000억엔(약 5조30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및 일본에서 약 5000명의 인공지능(AI) 엔지니어도 확보할 계획입니다. 일본 언론에서는 손정의 사장이 수년전 내세운 'AI 군(群)'전략을 다시 펼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습니다.

'아시아 기반 글로벌 선도 AI 테크기업' 목표

손정의 회장은 20대에 손자병법을 활용해 '손의 제곱병법'을 고안한 걸로 유명합니다. 이 병법은 25가지의 경영전략을 담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손 회장이 특히 강조하는 전략의 하나가 '군(群·집단)전략'입니다. 소프트뱅크 그룹 자료에선 군 전략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갖는 여러 기업군이 각각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면서도 자본관계와 동지적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면서 함께 진화하고 성장하는 것을 지향하는 전략"이라고 합니다. 즉 자본적으로 결합이 된 기업들이 각각 자립한 상태, 자율적 상태로 있지만 언제든지 서로 협조할 수있는 그런 기업군을 말합니다.

소프트뱅크는 통신기업이면서 금융 투자기업입니다. 투자에선 출자 비율이 항상 과반을 넘지 않으며 브랜드 통일도 지향하지 않습니다. 성장하지 않은 기업에선 투자 지분을 과감히 빼 버립니다. 이 점에선 일본 대기업군과 다릅니다. 더구나 투자 기업답게 투자 포트폴리오도 중시합니다. 아날로그 시대엔 제조기술이 핵심역량이라면 디지털 시대, AI시대엔 비즈니스 모델이 기업의 핵심 역량으로 변했습니다.
손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군전략을 AI와 결합시켜 'AI군 전략'을 만들었습니다. AI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에 포함되면서 모든 산업이 근본부터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AI를 서비스나 비즈니스 모델로 활용해 업계를 새로 바꾸는 기업들에 투자해 군을 형성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혁신 기업들의 사업 모델을 배우고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할 수있는 범위내에서 공유하고 활용하는 게 이득이라는 겁니다. 이것이 AI군전략의 요체입니다.
손정의 다음 비전은 AI제국 건설
손회장은 자신을 'AI군 전략'의 발명가로 기억했으면 한다는 얘기를 입버릇처럼 해왔습니다. 주주총회나 결산 설명회 등에서 줄곧 AI 전략을 강조해왔습니다. 2017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출범시킬 때도 자신이 내세우는
AI군 전략을 실현시키기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소프트뱅크 그룹이 10년이상 오랜기간 동안 주식을 보유하는 것도 기업군단을 만들어 군전략을 펼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습니다. 손 회장은 무엇보다 일본에서 이런 AI 시대에 맞는 군전략을 펼치려 하는 모양입니다. 일본 언론에서는 현재 비전펀드가 투자하는 기업 약 200개 기업에서 10~20%가 새롭게 일본에 진출한다고 전합니다. 일본 시장을 하나의 실험장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中 아이디어, 印 데이터기술로 日 모바일 결제시장 구축

군전략의 시너지가 일본에서 나타난 사례는 스마트폰 결제 앱인 페이페이(PayPay)였습니다. 페이페이는 일본 야후가 2018년 설립한 스마트폰 결제 기업입니다. 일본내에서 최근 4000만 명 가까이 페이페이에 등록해 이용하고 있습니다. 일본 스마트폰 결제 사용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원래 페이페이의 아이디어는 중국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에서 왔습니다. 하지만 2018년 10월에 일본에서 서비스를 구체화할 때 손 사장이 주로 차용한 것은 소프트뱅크에서 인도에 투자한 모바일 결제 앱 '페이TM'이 축적해왔던 데이터의 고속처리 기술이었습니다. 알리페이의 비즈니스 모델이 인도 페이TM을 거쳐 일본에 상륙한 것이었습니다. 이걸 가능하게 만든 게 AI 군전략이라는 겁니다. 소프트뱅크 그룹이 운영하는 비전펀드가 출자한 미국의 지도제작 서비스 기업 맵박스도 일본에서 AI군전략을 펼치려하고 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3월 일본에서 맵박스 재팬을 설립했습니다. 맵박스는 위치 기반 내비게이션을 주로 제작하는 기업으로, 설립 5년 만에 테슬라에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공급할만큼 기술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맵박스는 사용자들이 내비게이션으로 사용할 때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지도에 반영하는 기술을 뽐냅니다. 사용자가 지도 제작에 직접 참여한다고 해서 지도의 위키피디아로 불리기도 합니다.
맵박스 재팬은 이 회사의 지도 제작 노하우가 소프트뱅크에서 운영하는 일본의 각종 기업들과 연계시키는 일을 맡게 됩니다. 가령 소프트뱅크가 운영하는 포탈 야후 재팬의 지도 서비스를 확장하고 모바일 결제 페이페이등도 이 서비스와 연동이 됩니다. 자율주행에선 지도와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생명입니다. 향후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기업들이 사용하는 자율주행 내베게이션 시스템 서비스에 맵박스를 사용할 계획입니다.
일본만이 아닙니다. 인도호텔 예약 앱 오요(Oyo)와 중국의 배차서비스 기업 디디추싱은 2017년 중 오요의 중국 진출 지원의 일환으로 상호 제휴했습니다. 2018년 5월 인도의 배차 서비스 기업 올라를 독일 자동차 판매사이트 오토원그룹에 소개해 오토원의 해외사업 확대를 지원했습니다. 이러한 제휴를 통해 기업들은 새로운 지역에서 고객을 확보하고 비용절감을 추진해 매출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자금과 조언 인맥 등을 제공하고 소프트뱅크 그룹내의 생태계에 있는 기업을 소개하는 게 군전략의 핵심입니다.

한국 투자자, 해외주식으로 Z홀딩스에 가장 많이 투자

손정의 회장은 2010년 소프트뱅크 30주년 기념식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300년 비전 기업을 얘기했습니다. 핵심은 컴퓨터와 인간의 차이는 300년되면 더욱 커질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달라진 미래를 구상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AI의 부상은 그의 선견지명을 더욱 빛나게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완성 되지는 않은 것같습니다. 2017년 설립된 펀드 1호가 출자한 일본의 기업들 대부분이 주춤한 상태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배차 응용프로그램 서비스를 시작한 디디추싱은 한 때 일본의 25개 현에서 서비스를 했지만 지금은 14개 현으로 축소했습니다.
손정의 다음 비전은 AI제국 건설
일본 국민과 기업들의 디지털 마인드가 확산되지 않는 상황에서 소프트뱅크가 열심히 움직여봤자 힘들 것이라는 소리도 내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AI 유니콘의 노하우를 Z홀딩스 아래에서 성장시켜 아시아로 뻗어나가는 전략이 오히려 유효할지 모릅니다. Z홀딩스는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 기술을 일본에 적용해 온라인 쇼핑을 선점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한국 투자자들이 3월에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주식이 일본 Z홀딩스라는 소식도 있습니다. 일본 Z홀딩스 출범으로 손정의 회장의 AI군전략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것 같습니다.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