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욱 도드람양돈농협 조합장(사진)은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브랜드 돈육 시장이 아직 만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집콕 소비가 증가하면서 고급 돈육을 찾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며 “스페인 이베리코 돼지처럼 국내 돈육업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기회가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31년 역사, 브랜드 돈육의 대명사
도드람은 1990년 이천의 양돈 농가 13인이 세운 협동조합이다. 이천시 마장면에 있는 도드람산에서 조합 명칭을 따왔다. 올해로 취임 3년차(8대)인 박 조합장은 “사료업체에 휘둘리는 게 싫어 양돈 전문가가 직접 사료도 만들고 가공도 해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올해로 설립 31주년을 맞은 도드람은 사업규모가 3조2295억억원(지난해 말, 금융 부문 포함)에 달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조합원 570명이 평균 3300두씩 사육하고 있다. 조합원 한 명당 연간 약 55억원의 사업 성과를 올리는 셈이다. 가공 전문 계열사인 도드람푸드만 해도 지난해 4662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5년 만(2015년 매출 2131억원)에 두 배 이상 성장했다.
협동조합에서 출발해 돈육 전 과정(종돈, 컨설팅, 사료, 도축·가공, 유통, 문화)에 걸쳐 기업형 수직 계열화를 달성한 사례는 국내 처음이고,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미국만 해도 타이슨푸드, IBP 등 글로벌 기업들이 사료 공급 및 완제품(돈육) 구매라는 구매독점자의 지위를 쥐고, 양돈 농가를 하청업체로 전락시켰다.
박 조합장은 “필리핀에 대한 우리 정부의 해외원조사업의 일환으로 축산업 지원이 검토되고 있는데 도드람이 벤치마킹 모델”이라고 말했다. 도드람이 2018년에 1000억원을 투자해 완공한 김제FMC는 국내 최고 수준의 육가공센터로 평가받고 있다. 정구용 축산물위생심의위원회 위원장(상지대 명예교수)은 “선진국 어떤 곳과 비교해도 위생, 경영 등에 손색이 없는 시설”이라며 “독일 축산 관계자들이 견학을 다녀갔을 정도”라고 했다.
13인의 양돈농가에서 3조 식품전문기업으로
수직 계열화와 첨단 가공시설은 도드람 돈육 맛의 핵심이다. 박 조합장은 “아직 대부분의 도축·가공 시설은 불결·청결의 문이 하나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산 돼지가 들어가는 문과 가공 후 완제품이 출하되는 문이 같다는 것이다.도드람은 가공 및 유통 과정에서 미생물 감염을 ‘제로’로 만들기 위해 ‘15·2·5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도축할 때 15℃, 가공 및 유통 과정에선 2℃로 맞추고, 매장 온도는 5℃로 유지한다는 철칙이다. 박 조합장은 “미생물에 조금이라도 노출된 돼지고기는 식후 복통을 유발하기도 한다”며 “도드람이 만든 돼지고기를 먹고 배 아픈 경우는 맛있어서 너무 많이 먹을 때 외에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도드람의 향후 과제는 ‘브랜드 파워’다. 국내 돈육 시장 1위 브랜드고, 180여 개 돈육 브랜드 중 역사가 가장 오래됐긴 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고작 6%(작년 말) 남짓이다. 전국의 지역별 조합과 중소 업체들이 난립해 있다는 얘기다. 박 조합장은 “국내산 돼지고기면 모두 한돈이라고 부른다”며 “한돈을 넘어 품질이 입증된 브랜드 돈육을 찾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로 e커머스(전자상거래)를 통한 돈육 소비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도드람에 도약의 기회를 안겨주고 있다. 도드람의 지난해 온라인 판매 실적은 전년 대비 106% 증가했다. 자체 판매 플랫폼인 도드람몰의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56.7% 늘었다. 박 조합장은 “마트나 정육점에서 돼지고기를 살 때 ‘삼겹살 주세요’가 아니라 ‘도드람 주세요’라고 주문하는 소비자들이 더 많이 늘어나도록 남은 임기 동안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천=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