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내년에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 권리를 사고파는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을 개설한다. 일본 온실가스의 90% 이상을 배출하는 기업들에 배출량을 적극적으로 줄이는 동기를 주는 조치로 평가된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2050년까지 온실가스 실질 배출량을 ‘제로(0)’로 줄이기 위해 2022년까지 배출권 거래시장을 개설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28일 보도했다. 배출권 거래시장은 온실가스를 상한선 이상으로 배출하는 기업과 상한선 미만으로 내뿜는 기업이 배출권을 사고파는 시장이다. 일본 정부는 배출량을 줄일수록 이익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삭감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90%가 산업 부문에서 발생하지만 2019년 일본 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3년보다 10% 줄어드는 데 그쳤다. 정부가 기업에 탄소세를 부과하긴 하지만 세 부담이 t당 289엔(약 2984원)에 불과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반면 유럽연합(EU)은 2005년부터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해 기업들이 일찌감치 탈석탄화에 나서도록 했다. 다만 EU 시장에선 헤지펀드가 거래 가격을 급등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감안해 일본 정부는 기업만 시장에 참여시켜 과도한 가격 변동을 막을 방침이다. 경제산업성이 올여름까지 시장 개설을 위한 세부방안을 세우기로 했다.

배출권 거래시장이 문을 열면 기업의 비용 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미즈호종합연구소는 지난 26일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면 일본 기업들이 연간 2조6000억엔(약 27조원)을 부담해야 하고, 2030년에는 그 규모가 4조3000억엔으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