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후대에 남겨줄 정신적 유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정진택 < 고려대 총장 president@korea.ac.kr >
![[한경에세이] 후대에 남겨줄 정신적 유산](https://img.hankyung.com/photo/202103/07.25560147.1.jpg)
이렇게 건물에 명명(naming)하는 이유는 그 건물의 건축비 마련에 기여한 기부자 또는 기업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대학이 비싼 등록금을 받더라도 교비만으로 연구와 교육에 필요한 공간을 마련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졸업생이나 독지가의 기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도움을 주신 분께는 건물 명칭에 성함을 넣어줌으로써 그 뜻을 기리고 보답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기부자와 기여 내용이 확실하기 때문에 건물 또는 강의실 등에 명명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어느 경우든 명명이 이뤄지면 건축물과 함께 그 이름이 후손에게 역사로 남게 된다. ‘건축물’이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유산’이라면, 대학의 역할과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인지해 학교 발전에 기여한 ‘뜻’과 ‘행동’은 ‘정신적인 유산’으로 남는다. 두 가지 모두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한 레거시(legacy·유산)다.
최근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20주기 추모 전시회에 다녀왔다. 아산의 대표 정신인 도전·창의·혁신·나눔·소통을 주제로 사진, 영상, 유물, 어록 등이 전시돼 있었다. 어쩌면 그분의 일생이 바로 대한민국 산업화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 중공업, 건설업을 창업하고 경부고속도로, 한강대교 등 수많은 인프라를 구축해 물질적 유산을 남겼지만, 서울올림픽 유치와 서산 간척지, 중동 건설 현장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불굴의 도전 정신과 기업가 정신이라는 소중한 정신적 유산을 우리 사회에 남겨놨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수많은 사업을 성공으로 이끈 그분의 철학이 담긴 이 명언이 고려대 자연계 캠퍼스의 아산이학관 로비에 새겨져 이 나라 청년들에게 유산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분이 젊은 시절 현장 근로자로 돌을 날랐던 고려대학교 본관 집무실에서 정주영 명예회장의 도전 정신을 다시금 떠올린다. 진정으로 후대에 ‘이름’을 남긴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