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인천 영종도 집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세계 공항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새 전략을 짜겠다”고 강조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인천 영종도 집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세계 공항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새 전략을 짜겠다”고 강조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지금 인천국제공항이 많이 아픕니다. 켜켜이 쌓인 난제들을 차근차근 풀어 지난 20년과 마찬가지로 향후 20년 동안에도 ‘초일류 국제공항’으로서의 명성을 굳건히 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겠습니다.”

지난해 초 본격화된 코로나19 확산은 세계 대부분의 국제공항을 멈춰 세웠다. 29일 개항 20주년을 맞는 인천국제공항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출국이 사실상 중단돼 지난해 하루평균 여객량이 전년 대비 96% 급감했다. 텅 빈 공항터미널에서 자리만 지킬 수 없었던 면세사업자들도 하나둘 철수했다. 면세사업 위주로 구성된 상업매출이 타격을 입으면서 4268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6월엔 비정규직 직원들의 본사 직고용 이슈까지 불거졌다. 이른바 ‘인국공 사태’다.

이처럼 어려운 숙제들을 해결해야 할 이가 지난달 2일 취임한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다. 그는 국토교통부에서 철도국장, 건설정책국장, 2차관 등을 지낸 ‘교통라인’이다. 김 사장은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정규직 전환 작업을 마무리하고, 자회사도 공사 못지않은 글로벌 항공전문회사로 육성하는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며 “인국공 사태, 코로나19 확산이 던져준 메시지를 되레 긍정의 기회로 삼아 인천공항을 재도약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취임 전부터 국토부 출신이 사장으로 오는 데 대한 노조 반발이 컸습니다.

"드론택시 정류장·문화 융합으로 초일류 국제공항 재도약"
“2018년 국토부에서 교통물류실장을 맡아 버스업계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에 따른 갈등을 노사정 합의로 해결했습니다. 다양한 노사 중재 경험을 살려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마무리 작업인 직고용 절차를 원만하게 해결할 계획입니다. 국토부에서 건설정책, 교통물류 등의 업무를 맡으면서 인천공항의 성장과 함께한 것도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인국공 사태를 불러온 정규직 전환 작업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2017년 12월 인천공항 비정규직 직원 9785명의 정규직 전환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자회사 세 곳(인천공항시설관리·운영서비스·경비)의 채용을 끝냈고 보안검색 요원(1902명)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업무 종사자들만 본사 직고용 절차를 남겨놓고 있습니다.”

▷보안검색 요원 직고용 채용 절차 과정에서 탈락자들의 반발이 예상됩니다.

“직고용 추진 과정에서 갈등이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충분한 대화를 통해 공감의 폭을 넓혀가면서 추진하겠습니다. 채용 절차와 시기 등 구체적인 방안도 노사 간 사전 공감대가 있어야겠죠.”

▷직고용 채용 일정이 다음 정부로 넘어갈 수도 있을까요.

“정규직 전환과 직고용은 이번 정부에서 끝내야 합니다. 대부분이 비정규직인 인천공항공사 자회사는 과거처럼 본사와 협력업체 관계가 아니에요. 정규직 전환은 물론이고, 그 이상의 결실을 보기 위해 경쟁력 강화 등 미래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자회사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게 무슨 의미입니까.

"드론택시 정류장·문화 융합으로 초일류 국제공항 재도약"
“보안·검색·시설관리·서비스·경비 등은 비정규직 직원들이 담당하던 분야입니다. 공항 운영과 안전에 매우 중요한 만큼 최고의 운영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전문성도 필요하죠. 공항 운영 선진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기술이 축적된 우수 인력이 근무하게 되면 자회사도 경쟁력 있는 항공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겁니다.”

▷코로나19 타격이 크지만 ‘포스트 코로나’ 준비도 게을리할 수 없습니다.

“인천공항은 세계공항서비스평가에서 2005년부터 12년 연속 1위를 차지했습니다. 여객과 화물처리 능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죠. 하지만 현재 공항 운영 시스템과 서비스 방식은 30년 전 동북아시아 허브공항을 준비하던 시절 작품이에요. 앞으로 20년 동안 세계 공항산업을 선도하려면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합니다. 더 이상 지정학적 위치와 서비스 우위에 만족해선 안 돼요. 대규모 시설을 갖춘 글로벌 공항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공항 서비스도 상향 평준화됐습니다.”

▷재도약 승부수는 무엇입니까.

“비전은 ‘사람·기술·문화의 융·복합’입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기반으로 미술 음악 등 문화와 연결해 공항 운영 콘셉트를 바꿀 계획입니다. 인공폭포, 정원, 상업시설이 어우러진 ‘주얼창이’가 있는 싱가포르 창이공항과 네덜란드 왕립박물관의 분점이 있는 스키폴공항 등을 벤치마킹하고 있어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시장에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드론택시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인천공항이기 때문입니다.”

▷공항경제권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천공항공사가 보유한 영종도 대지는 총 5만6200㎡에 달합니다. 공항 인근에 ‘파라다이스시티’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가 운영되고 있거나 건설 중이지만 더 다양한 시설을 유치해야 합니다. 공항 배후단지에서 항공 서비스, 글로벌 비즈니스, 항공 정비 등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초일류 공항이 될 겁니다.”

▷코로나19로 재정적자가 심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공항 4단계 건설사업이 필요한가요.

“4단계 사업은 활주로를 추가 건설하고, 제2터미널을 확장하는 게 핵심입니다. 10년 뒤 예상되는 항공 수요를 감당하면서 글로벌 허브공항으로 도약하려면 4단계 사업이 반드시 필요하죠. 2024년 완공시켜 연 1억 명 넘는 여객을 처리하는 매머드급 공항으로 도약시키겠습니다.”

▷면세사업자들이 인천공항면세점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면세점 임대료를 감면하고 매출 연동제로 변경해도 새로운 사업자를 유치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역설적으로 공항면세점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줬습니다. 온라인과 비대면 유통 흐름에 맞는 면세점 운영방식을 개발해 수익 창출에 나서겠습니다. 담배 주류 화장품 등 기존 ‘효자 상품’만 고집할 필요가 없어요. 발상을 전환해 신상품을 찾아내고 면세점 공간도 새롭게 꾸며야 합니다. 새로운 콘셉트의 면세사업을 위해 용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면세구역에도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해 문화가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겠습니다.”

▷실적 전망은 어떻습니까.

“올해 8660억원의 순손실이 예상됩니다. 지난해 46.5%였던 부채비율이 2024년에는 100%대로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연간 순이익이 1조원에 육박하던 우량기업으로서 뼈아픈 대목이죠. 하지만 국내 공공기관 평균 부채비율(170%)보다는 아직 양호합니다. 이 정도 적자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요. 코로나19 외엔 위기 요인이 없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급격한 여객 수요 회복에 대비하는 게 더 시급합니다.”

▷스카이72 골프장 영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스카이72 측과의 계약은 지난해 말 종료됐습니다. 스카이72 측은 골프장을 인계하고 떠나야 합니다. 스카이72 측에서 주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 지상물매수청구권 등은 2002년 체결한 골프장 운영실시협약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대응할 계획입니까.

“다툼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소송을 통해 해결하면 됩니다.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골프장 영업은 중단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4월 1일부터 영업을 종료하라’고 전달한 상태고요. 영업을 계속하면 현장에 직접 나가 영업 중단을 요구할 생각입니다. 골프장은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제공하겠습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도 스카이72 측이 영업하지 못하도록 골프장 등록을 취소해야 합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