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게임업계로부터 촉발돼 주요 대기업으로 확산된 연봉 인상 바람이 노동시장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체적인 노동시장 임금 수준은 정체된 가운데 고액 연봉자들의 임금만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보기술(IT)업체 및 대기업의 잇단 연봉 인상이 저임금 근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저임금 근로자 '박탈감' 커져…최저임금 인상 압박 커지나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은 352만7000원이었다. 전년에 비해 1.1%(3만7000원) 오르는 데 그쳤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300인 미만 사업장이 1.7% 올랐고, 300인 이상 사업장은 2.1% 감소했다. 대기업 임금이 줄어든 것은 항공운송·반도체업 등의 특별급여가 줄어든 탓이고, 중소 사업장의 임금이 오른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저임금 근로자의 노동시장 이탈로 인한 ‘착시현상’이라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양대 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미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위해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초반 2년 동안은 16.4%, 10.9%를 올리며 ‘최저임금 시급 1만원’ 시동을 걸었지만 이후 2.9%, 1.5% 인상으로 급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사실상 삭감됐다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경제상황을 고려하겠다며 최초 요구안도 1만원 이하로 제시했지만 올해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세다. 민주노총도 “올해가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할 마지막 기회”라고 공언하고 있다.

노동계는 인상률과 별개로 최저임금 산입범위 재조정도 요구하고 있다. 2018년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으로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가 최저임금으로 계산되는데, 노동계에서는 이를 사실상 최저임금 삭감으로 보고 올해 심의에서 원상복구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반면 경영계에서는 최저임금액이 이미 한계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최저임금(시급 8590원)을 받지 못한 근로자가 319만 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15.6%에 달한다”며 “이미 사용자의 지급능력을 넘어서 현실적으로 작동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내년 최저임금 수준은 올 7월 초중순께 결정된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