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남우주연·여우조연상 후보작

80대 노인 앤서니(앤서니 홉킨스)는 은퇴한 뒤 평생을 가꿔온 런던의 아파트에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유일한 가족인 딸 앤(올리비아 콜맨)이 가까운 곳에 살며 종종 들른다.

명석하고 자신만의 원칙과 취향을 가진 앤서니의 완벽한 일상에도 균열이 생긴다.

딸의 얼굴도, 집도 낯설게 느껴지고 조각나고 뒤섞인 기억에 혼란스러워진다.

앤서니와 앤은 치매 환자와 가족이 흔히 겪어내야 할 일들을 비슷하게 겪는다.

앤서니는 늘 차는 시계를 매번 어디에 뒀는지, 딸이 결혼을 했는지 이혼을 했는지 종종 잊지만, 누군가의 돌봄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간병인들을 내친다.

앤은 그런 아버지에게 매번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설득하고, 새로운 간병인을 구해야 한다.

영화 '더 파더'는 전지적 시점에서 치매 노인과 그 딸, 주변 인물들이 겪는 일들을 멀찍이서 바라보며 동정을 구하는 안이한 영화는 아니다.

단순한 이야기는 누구의 기억인지 사실인지 착각인지 알 수 없도록 시점을 오가며 긴장감을 끌어올리다가는, 아파트 안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들을 사무치는 사건으로 겪어내야 하는 인물들의 내면과 감정을 파고든다.

결국엔 수십 년 동안 견고하고 안온하게 지켜오던 세계가 흔들리고 무너져내릴 때 '대체 내가 누구냐'고 묻게 되는 앤서니의 혼란과 고통의 소용돌이 속에 관객을 함께 몰아넣는다.

배우 앤서니 홉킨스가 자신의 이름을 딴 주인공 앤서니로 분해 품격 있는 연기로 영화의 품격을 높인다.

홉킨스는 이 영화로 84세의 나이에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올해 후보 중 최고령이자, 1992년 '양들의 침묵'으로 수상한 이후 29년 만의 재도전이다.

지난해에는 '두 교황'의 베네딕트 교황 역으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2019년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에서 히스테릭한 영국 여왕 앤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올리비아 콜맨이 홉킨스와 더할 나위 없는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영화는 한정된 공간에서 모든 일이 벌어지는 연극과 닮았다.

2012년 프랑스에서 초연해 호평받은 동명 연극이 원작이다.

원작을 쓴 작가 플로리안 젤러가 앤서니 홉킨스를 염두에 두고 각색해 직접 연출했다.

4월 7일 개봉.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