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코니서 식물 재배 늘어…"답답한 실내생활에 활력"
텃밭 가꾸며 '코로나 블루' 극복…도시농부 돼볼까
"며칠 전엔 열무 씨앗을 심었고, 오늘은 상추 모종을 들고 나왔어요.

오갈 데도 없이 아파트 안에만 갇혀 있으려니 우울증이 올 지경이었는데 기분 전환에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 (주부 정모(59)씨)
봄기운이 완연하던 지난 24일 오전.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무지개 텃밭'에서는 작은 모종삽과 분무기를 든 사람들이 곳곳에서 분주하게 걸음을 옮겼다.

이 텃밭은 가구당 3.5평 정도를 분양받아 원하는 작물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매년 봄 파종부터 가을 수확까지 운영된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텃밭을 가꾸며 활력을 얻으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2012년부터 텃밭 관리자를 맡고 있다는 손경호(68)씨는 28일 "성동구민만 신청할 수 있는데도 최근 인기가 커지면서 분양 경쟁률이 8대1에 달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옥수동의 한 복지관에서 독거노인을 돌본다는 자원봉사자 박미경(59)씨도 지난 12일 개장 이후 텃밭에 매일같이 나온다.

박씨는 "코로나 사태로 복지관 프로그램이 모두 중단돼 어르신들이 많이 외로워했다"며 "요즘은 종종 텃밭에 모시고 나와 바람도 쐬고, 함께 새싹 자라는 것도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텃밭 가꾸며 '코로나 블루' 극복…도시농부 돼볼까
집 발코니에서 나만의 작은 밭을 가꾸기 시작하거나 반려 식물을 들여 교감하며 위로를 얻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한모(40)씨도 벌써 1년째 아파트 발코니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재택근무를 하며 스티로폼 박스에 상추를 심어본 것을 시작으로 지금은 방울토마토와 당근, 딸기까지 키우는 중이다.

한씨는 "등원 못 하고 집에 있는 아이를 앞에 두고 서로 답답해하기만 하다가, 발코니 텃밭을 가꾸면서 마음에도 휴식의 공간이 생겼다"며 "코로나 덕에 얻은 수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윤예원(25)씨도 "취업 스터디도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독서실도 그만두니 우울함이 커져 집에 화분을 들였다"며 "물을 주는 시간을 확인하거나 베란다로 데리고 나가 햇빛을 쐬게 하는 일들이 권태로운 시기에 활력을 주는 것 같다"고 했다.

텃밭 가꾸며 '코로나 블루' 극복…도시농부 돼볼까
식물 기르기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체험용 식물 키트를 제공하거나 비대면으로 채소 기르는 법을 가르치는 단체도 생겨났다.

최근 쪽파 키트를 참가자들에게 배송하고 온라인으로 워크숍을 진행했다는 '호랑이의 정원' 관계자는 "막상 다 기르고 나니 귀엽고 안쓰러워서 먹지 못하겠다는 분이 많았다"며 "사람들이 집에서 다양한 식물을 키워볼 수 있도록 다양한 키트를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원예 활동이 스트레스와 고립감을 관리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원예치료복지협회의 제의숙 박사는 "식물을 키우다 보면 무언가를 돌보고 있다는 '양육감'이 드는데, 그게 자신의 존재감으로 이어진다"며 "식물에 말을 걸거나 촉감을 느끼는 일이 일상에 좋은 자극을 주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