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전략…安, 2012년 대선당일 '철수' 이미지 불식 의도?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선거 현장에서 '찰떡 궁합'을 보여주고 있다.

오 후보 유세에 안 대표가 깜짝 등장해 분위기를 띄우는가 하면 두 사람이 개별 유세로 취약 지역을 한 번에 두 곳씩 공략해 시너지를 높이는 방식이다.

29일에는 오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의 첫 TV 토론 준비에 매진하는 사이 안 대표는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들과 여의도와 용산 유세에 나섰다.

안 대표는 특히 오 후보를 대신해 점심시간 여의도 증권가를 찾아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상임 부위원장을 맡은 주호영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았다.

오세훈 캠프 관계자는 통화에서 "우리가 미처 못 가는 곳을 방문해 인사하거나, 다른 일정 때문에 유세를 못 할 때 현장에 대신 나서주니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안 대표 측은 '두 번째 후보'의 자세로 선거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오 후보가 후보 원(1)이라면 안 대표는 후보 투(2)"라며 "때로는 각자, 때로는 같이 선거운동을 벌이면서 서로 보완하는 전략"이라고 했다.

지난 27일과 28일 유세에서는 두 후보가 함께했다.

각각 홍대입구와 강남구 코엑스로, 모두 20·30세대가 많이 모이는 곳이다.

안 대표가 젊은 층과 강남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아온 점을 고려해 국민의힘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하루 한 차례만 합동유세를 했다가, 이후로는 각자 움직이다 보니 '따로 또 같이' 전략이라는 말이 나왔다.

안 대표는 더 나아가 부산시장 보궐선거전으로도 보폭을 넓힐 계획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안 대표가 사전투표 하루 전인 1일 부산으로 내려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와 합동 유세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안철수, '찰떡궁합' 유세전…달라진 安 왜?
후보 단일화 이후 선거 협력이 매끄러워 보이는 것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 후보는 안 대표 지지층을 최대한 흡수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유세 현장 안팎에서 안 대표를 '예우'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안 대표를 지지한 유권자들이 일부 민주당으로 돌아서도 최소 3분의 2는 자기 쪽으로 끌고 와야 단일화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

4·7 재보선 이후 야권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안 대표도 유세 현장에서 지지자들과 소통하며 존재감을 유지하는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

야권 승리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부각함으로써 서울·부산을 탈환한 뒤 국민의힘에 목소리를 키울 수 있는 '일석이조' 행보로 풀이된다.

2012년 대선 트라우마도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협상 진통 중에 후보에서 사퇴한 그는 문 후보에 대한 전폭적인 선거지원을 꺼리는 모습을 보이다 대선 당일 오전에 미국으로 출국했는데, 여기서 비롯된 '철수 이미지'를 불식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