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몸을 따로 떼어놓고 바라보는 데 익숙하다. 대학병원을 가봐도, 내과, 외과, 피부과, 정형외과, 안과, 치과 등으로 진료과목이 구분되어 있고, 내과 안에서도 소화기 내과, 순환기 내과, 호흡기 내과, 내분비 내과 등으로 세분되어 있다. 몸속 기관을 세세하게 분리해서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인간이 정말 기계처럼 이렇게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있는 존재인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800만 부 이상 팔리며 ‘장내미생물’ 열풍을 일으킨 <이토록 위대한 장>의 줄리아 엔더스(Giulia Enders)가 11년 만에 발표한 <오가닉 (Organisch)>이 독일에서 또다시 큰 화제다. 작년 8월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최상위권 목록에 오르더니, 새해 들어서도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오가닉’의 사전적 의미는 ‘유기체적인’, ‘살아 있는 체계로서의’라는 뜻으로, 이번 책 역시 인간의 몸에 관한 새롭고 흥미로운 관점을 선사한다.미생물학을 전공하고 소화기내과 전공의로 활약하고 있는 줄리아는 우리 몸이 따로 떨어져 제각기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들의 집합체가 아니라, 기관들이 끊임없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스스로 균형을 만들어가는 ‘하나의 유기체’라는 점을 직접 경험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번 책에서 그는 장, 면역, 호흡, 피부, 뇌 등의 신체 기관을 ‘분리된 요소’가 아닌 ‘연결된 시스템’으로 설명하며, 우리 몸에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을 ‘고장’이 아닌 ‘신호’로 읽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장’ 연구만 열심히 하면 좋은 의사가 될 줄 알았던 줄
거장들의 협연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수년 치의 빽빽한 스케줄을 가진 거장들의 만남은 우주를 돌아다니는 두 별의 충돌과 같은 성대한 이벤트가 아닐 수 없다. 지난 28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이뤄진 정명훈과 임윤찬의 만남이 바로 그러했다. 이 둘은 유럽과 한국의 무대에서 베토벤과 슈만의 협주곡으로 호흡을 맞춘 적이 여럿 있는데, 특히 이번 공연은 독일 최고의 악단 중 하나이자 정명훈 지휘자가 수석객원지휘자를 맡고 있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가 함께하여 올해 클래식 무대 최고의 이벤트 중 하나로 기대를 모았다.음악회의 시작을 알린 곡은 드레스덴에서 전성기를 보냈던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 서곡이었다. 지휘자가 청중에게 인사하고 관현악을 향해 돌아섰을 때, 콘서트홀은 순간 적막에 휩싸였다. 오직 기대로 가득했던 경이의 순간, 이미 음악은 시작되었다.마치 ‘dal niente’(무로부터)를 연주하듯 고요 속에서 조용히 소리가 들려오고, 마침내 따뜻한 음색을 가진 호른이 여유 있는 템포로 주선율을 연주하면서 소리의 꽃을 피운다. 이후 발전하는 과정에서도 섬세한 제스처로 터치하는 극적 표현, 모두가 어우러지는 조화롭고 유연한 소리, 그리고 마디 선과 박자표에 구속된 인위적 통제가 아닌 자연적 흐름에 가까운 음들의 연속은 지휘자와 관현악단이 추구하는 바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어느덧 ‘al niente’(무의 상태로)로 조용해지는 과정은 완결된 삶의 노래였다.이어서 임윤찬의 협연으로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이 연주되었다. 임윤찬은 밴 클라이번 콩쿠르부터 독창적인 해석과 과감한 시도를 선보였고, 이후
회화는 덧대어 칠하며 완성되는 예술이다. 반면 조각은 정반대다. 미켈란젤로는 이를 두고 '대리석 속에 이미 있는 형상을 해방시키는 것'이라 했다. 그 끝에 남겨진 본질만이 비로소 빛을 얻는다. 자연에도 이와 닮은 찰나가 있다. 달이 눈부신 광휘를 가려내는 순간 비로소 태양을 둘러싸고 있던 진줏빛 물결이 드러난다. 그렇다면 소리로 공간을 채우는 연주라는 행위는 덧셈의 회화일까, 뺄셈의 조각일까. 혹은 스스로의 빛을 가려야만 본질이 드러나는 코로나의 역설일까. 지난 1월 21일 저녁, 카네기홀 와일 리사이틀홀 무대에 오른 첼리스트 한재민을 보며 이 질문이 떠올랐다. 260석 규모의 와일 리사이틀 홀은 연주자의 숨소리 하나까지 고스란히 객석에 전달되는 투명한 공간이다. 무표정으로 걸어 나와 피아노 앞에 멈춰선 한재민은 환한 미소로 청중들에게 인사했다. 그 순간 거침없는 에너지로 무대를 사로잡았던 젊은 시절 조영창의 실루엣이 겹쳐 보였다. 2006년생, 에네스쿠 콩쿠르 최연소 우승을 거둔 한재민은 현재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공부하며 신동의 시기를 지나 차세대 거장으로서의 정체성을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