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와 중국 측이 공동으로 시행한 조사 결과 코로나19는 박쥐에서 시작된 바이러스가 다른 동물을 거쳐 인간에게 전염되면서 확산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AP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의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매우 작다"고 전해졌다.

AP통신은 지난 1월부터 28일간 WHO 주도로 중국 우한에서 진행된 코로나19 기원 조사에 대한 보고서를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AP통신은 "WHO의 조사 결과는 대체로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며 "적지 않은 의문점이 풀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WHO 조사팀은 '우한 실험실 누출 의혹'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추가 연구를 제시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AP통신이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WHO 조사팀은 코로나19의 기원을 4가지 시나리오로 정리했다. 그 결과 코로나19가 박쥐에서 다른 동물을 거쳐 인간에게 전염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결론지었다. 물론 박쥐에서 인간으로 직접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도 있다. 냉동식품을 통해 전파됐을 것이라는 가정에 대해서는 "가능하지만 확률은 낮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와 가장 연관성이 큰 바이러스는 박쥐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박쥐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와 코로나19는 수십 년의 진화 격차가 있는 것으로 추정돼 이 둘의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게 조사팀의 설명이다.

조사팀은 중국에서 보양 식품으로 쓰이는 천산갑에서도 코로나19와 유사한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했다. 하지만 밍크와 고양이 등 다른 동물도 코로나19에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천산갑이 코로나19의 기원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WHO 조사팀은 지난달 9일 조사를 마쳤는데도 번번이 보고서 발표를 미뤄왔다. 조사팀은 "내용은 이미 완성됐다. 며칠 내로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중국의 책임 회피를 돕기 위해 조사 결과를 왜곡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이 보고서를 일반에 공개하기 전에 회원국과 먼저 공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P통신은 해당 보고서를 WHO 회원국의 한 외교관으로부터 입수했다고 전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