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지자체 직원·배우자·직계존비속 전수조사 속속 착수
산업단지 위주 '맹탕조사' 우려도 제기…대상지 확대 여론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비롯된 부동산 투기 의혹을 둘러싼 국민적 공분이 커지는 가운데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직원들의 의심스러운 토지 거래 조사에 착수하고 있다.
"혹시 우리 직원도?" 공직 전체로 확산하는 땅투기 조사
애초 개발부서 근무 경력자를 겨냥하다가 국민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가라앉지 않자 전체 공무원·지방의원으로 조사 대상을 확대하는 추세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자체가 산업단지 위주의 조사계획을 세우면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투기를 발본색원하려면 신규 택지 개발지나 새로 뚫린 도로 주변 등으로 조사지역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경기도 평택시는 29일 개발부서 근무 경력과 관계없이 현직 공무원 1천863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브레인시티 일반산단과 경기경제자유구역 현덕지구를 대상으로 개발부서 근무 경력자의 거래 내용을 조사했으나 특이점이 나오지 않자 조사 대상을 전 직원으로 확대한 것이다.

경기 의왕시는 이달 24일부터 전체 공무원 700여명과 도시공사 직원 200여명의 투기 여부를 확인하는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고천·초평·월암·청계2지구 등 관내 도시개발사업지구가 핵심 조사 대상이다.

경기 김포시도 1988∼2017년 이뤄진 공무원 1천624명의 토지거래 내용 68건을 확인, 업무상 기밀을 이용해 취득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혹시 우리 직원도?" 공직 전체로 확산하는 땅투기 조사
전북 완주군도 이달 24일부터 테크노밸리 제2산단과 복합행정타운이 조성 중인 제내·장구·둔산·구암·운곡리 5개 마을을 중심으로 전체 공무원의 투기 여부 조사에 나섰다.

충북도는 지난 22일부터 도 소속 공무원과 충북개발공사 임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은 도와 시·군, 충북개발공사, LH를 포함한 공공기관이 시행한 도내 17개 산단이다.

도는 직원들의 근무경력을 파악, 조사 대상을 정하고 이들의 토지 거래 내용을 확인해 투기 정황이 드러날 경우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도가 전수조사에 나서자 진천군과 옥천군도 전체 공무원과 군의원을 대상으로 투기성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각 지자체는 전수조사에 착수하면서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의혹이 확인되면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는 대부분 산업단지 개발지역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산업단지의 지가 상승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혹시 우리 직원도?" 공직 전체로 확산하는 땅투기 조사
산업단지보다는 그 주변 땅, 도로 확장·포장 대상지 주변, 주택 재개발 현장, 노른자위가 될 타지역 땅을 사는 원정 투기 등으로 조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일례로 세종시는 자체 조사를 한 후 공무원 부동산 투기 의혹이 1건 밖에 없다고 발표했지만 하루 뒤 '맹탕 조사'였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발표 하루만인 이달 19일 경찰이 다른 공무원의 투기 의혹 단서를 잡고 강제수사에 들어간 것이다.

이 공무원은 세종시의 조사 대상이었던 연서면 스마트국가산단이 아닌 관내 읍·면의 토지를 사들여 투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지역 부동산개발정보업체 관계자는 "투기 수요가 많이 몰리는 곳은 산단이 아니라 그 주변부"라며 "투기 의혹을 파헤치려면 산단 주변의 의심쩍은 토지 매매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 지자체가 구성한 특별조사단에는 외부 전문가가 포함되지 않았을뿐더러 재직 시 취득한 투자 정보로 부동산을 샀을 수도 있는 퇴직자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런저런 문제점 탓에 지자체별 조사가 맹탕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지자체 조사가 산단에 국한돼 있고 취득 시기도 한정적이며 특정 부서 근무 공무원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문제가 있다"며 "도내 자치단체의 관련 활동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