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층집 기억은 생생한데 아파트 살았던 건 생각 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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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의 뜰' 쓴 강맑실 사계절 대표
어린시절 이사 다녔던 집들
삽화 곁들여 추억 담아내
땅집에선 이웃사이 돈독
아파트는 공동체성 없애버려
어린시절 이사 다녔던 집들
삽화 곁들여 추억 담아내
땅집에선 이웃사이 돈독
아파트는 공동체성 없애버려
“사람이 집을 짓지만 집이 사람을 만들죠. 집이라는 공간에 쌓아 올린 유년기의 찬란함을 그리고 싶었어요.”
40년 가까이 출판인으로 살아온 강맑실 사계절 대표(사진)는 자신의 첫 책 《막내의 뜰》을 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반갑다 논리야’ 시리즈, 《마당을 나온 암탉》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등 아동·청소년 분야의 다양한 스테디셀러를 펴낸 베테랑 편집자다.
광주광역시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강 대표는 교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 이사를 자주 다녔다. 1960년대에 유년기를 보냈던 집 10채 중 7채의 평면도를 그리고, 그곳에서 지냈던 추억을 동화 형식의 에세이로 담아냈다. 책 속의 삽화 50여 점도 직접 그렸다. 경기 파주의 출판사 사무실에서 만난 강 대표는 “2014년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허전한 마음을 달래려고 유년 시절을 정리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책 제목의 ‘막내’는 강 대표 자신이다. 3인칭 ‘막내’의 시선으로 아버지와 엄마, 큰언니, 큰오빠, 작은오빠, 작은언니, 별언니와 밝오빠가 한집에서 어우러져 지냈던 가족 이야기를 그렸다. 막내는 잦은 이사 때문에 외롭다. 새 친구를 사귀고 싶어 고무줄놀이나 구슬치기를 밤새도록 연습한다. 밤늦게 재래식 변소에 가기 무서워 식구들을 깨우고, 집에서 키우던 새끼 고라니 ‘밤비’가 죽었을 땐 엉엉 운다.
“책을 세상에 내놓는 게 왠지 부끄러워서 1인칭을 쓰기가 부담스러웠어요. 그림이 너무 어설프지만, 나의 기억을 복원하는 매개체여서 소중해요. 독자 누구나 나이에 상관없이 각자의 유년기를 떠올릴 수 있도록 구체적인 연도는 쓰지 않았습니다.”
강 대표는 “이 책을 쓰면서 땅집(1층짜리 단독주택)과 아파트의 차이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땅집에서 보냈던 기억은 생생한데 아파트에서 살았던 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 그는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우리 남편과 두 아이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땅집은 가족과 이웃의 사이를 돈독하게 하지만 아파트는 개인을 고립시키고 공동체 정신도 없애버리는 것 같아요. 아파트는 전부 똑같이 생겼잖아요. 과연 그곳에서 어떤 기억을 남길 수 있을까요. 이 책이 독자들에게 ‘우리집’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40년 가까이 출판인으로 살아온 강맑실 사계절 대표(사진)는 자신의 첫 책 《막내의 뜰》을 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반갑다 논리야’ 시리즈, 《마당을 나온 암탉》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등 아동·청소년 분야의 다양한 스테디셀러를 펴낸 베테랑 편집자다.
광주광역시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강 대표는 교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 이사를 자주 다녔다. 1960년대에 유년기를 보냈던 집 10채 중 7채의 평면도를 그리고, 그곳에서 지냈던 추억을 동화 형식의 에세이로 담아냈다. 책 속의 삽화 50여 점도 직접 그렸다. 경기 파주의 출판사 사무실에서 만난 강 대표는 “2014년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허전한 마음을 달래려고 유년 시절을 정리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책 제목의 ‘막내’는 강 대표 자신이다. 3인칭 ‘막내’의 시선으로 아버지와 엄마, 큰언니, 큰오빠, 작은오빠, 작은언니, 별언니와 밝오빠가 한집에서 어우러져 지냈던 가족 이야기를 그렸다. 막내는 잦은 이사 때문에 외롭다. 새 친구를 사귀고 싶어 고무줄놀이나 구슬치기를 밤새도록 연습한다. 밤늦게 재래식 변소에 가기 무서워 식구들을 깨우고, 집에서 키우던 새끼 고라니 ‘밤비’가 죽었을 땐 엉엉 운다.
“책을 세상에 내놓는 게 왠지 부끄러워서 1인칭을 쓰기가 부담스러웠어요. 그림이 너무 어설프지만, 나의 기억을 복원하는 매개체여서 소중해요. 독자 누구나 나이에 상관없이 각자의 유년기를 떠올릴 수 있도록 구체적인 연도는 쓰지 않았습니다.”
강 대표는 “이 책을 쓰면서 땅집(1층짜리 단독주택)과 아파트의 차이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땅집에서 보냈던 기억은 생생한데 아파트에서 살았던 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 그는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우리 남편과 두 아이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땅집은 가족과 이웃의 사이를 돈독하게 하지만 아파트는 개인을 고립시키고 공동체 정신도 없애버리는 것 같아요. 아파트는 전부 똑같이 생겼잖아요. 과연 그곳에서 어떤 기억을 남길 수 있을까요. 이 책이 독자들에게 ‘우리집’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