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던 캐딜락이 달라졌다. 젊고 역동적인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중소형 스포츠 세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으로 라인업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국내에 공식 출시된 준중형 SUV ‘XT4’는 캐딜락의 새로운 브랜드 정체성을 한눈에 보여주는 모델이다. XT4로 서울에서 인천 강화군까지 약 120㎞를 시승해봤다.
먼저 XT4만의 개성 있는 디자인. 큼지막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양옆에 있는 수직 ‘L자형’ 전조등이 눈에 띈다. 준중형 SUV지만 앞모습은 대형 SUV 못지않은 크기와 공간감을 자랑한다. 유광 블랙 컬러로 덮인 그물 모양의 그릴 한가운데 캐딜락 엠블럼을 배치해 럭셔리한 느낌도 강조했다.
운전석에 앉아보면 독특한 요소가 많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후방을 보여주는 룸미러는 눈으로 직접 보는 것보다 넓고 선명한 시야를 제공한다. 각도 조정, 밝기 조절도 가능하다. 비가 오고 흐린 날씨 속에서도 고화질의 화면으로 후방 시야를 잘 확보할 수 있어 유용했다. 이 밖에 충돌 위험이 있을 때 시트에 진동을 전달해 알려주는 ‘안전경고 시트’, 장거리 운행 시 피로를 덜어주는 마사지 시트 기능도 있다.
실내 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앞뒤 바퀴 축 간 거리)는 2779㎜다. 경쟁 모델로 꼽히는 벤츠 ‘GLA(2730㎜)’, 볼보 ‘XC40(2702㎜)’보다 길다. 실제로 앉아보면 최대 5인까지 거뜬히 탑승할 수 있다. 뒷좌석 레그룸(다리를 뻗는 공간)은 1004㎜로 성인 여성이 무릎을 쫙 피면 주먹 한 개 반 정도의 공간이 남는다. 트렁크는 기본 637L다. 뒷좌석을 접으면 1385L까지 넓어진다.
안정적인 주행감도 인상적이었다. 고속도로, 좁은 비포장도로, 질척거리는 진흙길 등 다양한 환경에서도 캐딜락 특유의 묵직한 차체로 흔들림 없는 주행감을 선사했다. 2.0L 직분사 가솔린 트윈스크롤 터보엔진, 자동 9단 변속기의 결합으로 넓은 도로에서 속도를 낼 때는 부드럽게 속도가 올라간다.
가격은 5531만원이다. 북미 판매가보다 700만원가량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싼 가격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최상위 트림(세부모델)에 풀옵션을 적용한 단일 트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편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