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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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첫 TV 토론이 있었습니다. TV 토론은 선거의 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 몇 년간 토론다운 토론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TV 토론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요. 특히 기자 출신 후보와 변호사 출신 후보 간 토론이라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습니다.

토론에서 누가 승기를 잡았는지는 저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토론의 기술 관점에서 두 후보의 토론을 분석해봤습니다.

박 후보는 처음부터 오 후보를 '거짓말쟁이'이란 이미지를 씌우는 전략을 폈습니다. 토론의 첫 주제인 부동산에서 박 후보는 오 후보의 '말 바꾸기'를 따져 물었습니다. 오 후보가 주택 공급과 관련 "한 달 내 시동을 걸어도 1년 내 바로 본격화될 수 있는 물량이 8만호 정도 된다는 걸 확인했다"고 하자, 박 후보는 "일주일 내에 가능하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말 바꾸기를 지적했습니다. 오 후보는 "시동을 걸겠다는 뜻"이라고 반박했지만, 박 후보는 "한 달 만에 또 시동을 걸겠다고 말을 바꿨다"고 재차 언급했습니다.

박 후보는 오 후보의 내곡동 문제를 짚을 때에도 "계속해서 거짓말, 말 바꾸기 세 번째입니다", "또 말을 바꾸시네요", "또 말을 바꾸세요" 등의 말을 거듭 쓰면서 오 후보의 신뢰성에 흠집을 내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쳤습니다. 당사자인 오 후보는 박 후보의 이런 전략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오 후보는 '거짓말이 아니다'라고 방어하는 데 급급했습니다. 내곡동 그린벨트 해제가 "국장 전결이었다"라고 답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오 후보의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일반인의 시각에서는 시장이 몰랐다는 것만으로도 수상해 보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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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후보는 부인이 40년 전 상속 받은 땅이라는 점을 더 강조했어야 했습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처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기와 비교했으면 더 효과적이었을 겁니다. 또 보상은 36억원을 받았지만, 공공주택 부지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현재 더 큰 이익을 얻었을 것이라는 점도 부각했어야 합니다. 앞서 임종성 민주당 의원 일가는 경기 광주 고산지구 사업지가 아닌 사업지 '인근'에 땅을 산 것으로 드러나 최대 10배 이상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마당입니다.

여기에 "사위가 처가의 재산에 관심을 두는 건 불경하다"라는 식으로 응수했어도 좋았을 겁니다. 만약 "처가 재산을 모를 수 있느냐"는 반격이 들어오면, 문재인 대통령 처남이 그린벨트에 투자해 LH로부터 47억원의 보상을 받은 사실을 제시했을 수도 있습니다.

박 후보는 질문 공세로 오 후보의 기선을 제압하기도 했습니다. '질문 공세'는 철학자 쇼펜하우어도 논쟁의 기술 중 하나로 꼽습니다. 쇼펜하우어는 심지어 '상대에게 중구난방식의 질문을 던지는 것'이 논쟁을 이기는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박 후보는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해서 가장 핵심이 무엇이냐", "하도급 내역서 공개했느냐", "설계내역서 공개했느냐" 등 오 후보를 질문으로 몰아붙였습니다.

다만 오 후보의 안심소득 실험 공약을 지적하면서 모델이 된 독일 베를린의 인구가 "얼마나 되냐"는 질문은 박 후보 역시 제대로 준비되지 못했다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오 후보가 답을 하지 못하고 박 후보에게 되묻자 "200만 정도 된다"라고 했지만, 베를린의 인구는 400만명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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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각 후보가 정하는 키워드 토론에서 박 후보가 '돌봄·육아'를 고른 것은 전략적이었습니다. 여성 후보인 박 후보가 돌봄과 육아를 강조하면 남성 후보인 오 후보보다는 진정성 있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박 후보는 토론에서 "제가 40년 직장 생활을 했다"며 "그래서 직장맘들의 마음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 공감을 끌어내는 화법을 썼습니다.

돌봄·육아는 또 오 후보의 무상급식 사퇴를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주제입니다. 박 후보는 실제 자유토론이 시작하자마자 "무상급식을 찬성하느냐"고 오 후보에게 질문했습니다. 오 후보가 "무상급식이 이른바 보편적인 소득수준과 무관한 복지시작이라고 봐서 반대했을 뿐이지 그것 자체만 한 가지만 한다고 그랬으면 그때 그렇게 반대할 일이 아니었다"고 하자, 박 후보는 "그것이 시장의 직을 걸고 그렇게 내던질 일이었느냐", "지금 무상급식 되는 게 잘못된 것이냐", "부자와 어려운 사람을 꼭 그렇게 구분해야 하느냐"며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박 후보는 오 후보를 무상급식 사퇴로 몰아붙이다가 결국 '보궐선거'를 거론하면서 역공의 빌미를 제공합니다. 박 후보는 "이것(무상급식 사퇴) 때문에 보궐선거가 있었다"며 "보궐선거라는 의미에서 똑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오 후보는 "성추행에 의한 보궐선거와 똑같군요"라고 맞받아쳤습니다.

박 후보가 상대 후보보다 더 호소력이 있는 자신의 돌봄·육아 정책을 설명하는 데 조금 더 시간을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오 후보는 돌봄·육아 공약으로 "키즈카페 무료화"를 언급하는 등 박 후보보다는 고민의 깊이가 덜하다는 인상을 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박 후보는 자신이 고른 돌봄·육아 주제 토론에서 내곡동 문제를 재차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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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후보의 질문 공세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오 후보는 토론 후반부에서는 박 후보 공약에 대한 분석으로 반격을 펼쳤습니다. 박 후보의 대표 공약인 수직공원을 두고 "서울에는 산이 많다. 140개 봉우리가 있다", "겨울에 (수직정원에) 물 공급하는 수도관이 얼면 어떻게 하느냐", "여름에 모기는 어떻게 해결하느냐" 등의 질문을 던졌습니다.

박 후보는 "이제는 AI(인공지능)를 나무를 키우는 데 활용을 해서, 빗물을 받아서 그것을 다시 삼투압 방식으로 끌어올리는 형태이기 때문에 과거처럼 그렇게 예산도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라며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답을 내놨습니다.

오 후보는 이어 "(수직정원) 한 채 짓는 데 5000억원이 들어간다고 한다"라며 예산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박 후보가 대답을 피하자 오 후보는 "5000억원 들어가는 것 아닙니까"라는 질문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박 후보는 "그렇지 않다", "빌딩 사이즈에 따라 다르다"라고 답하다가 오 후보의 거듭된 질문에 "1000억원이 들 수도 있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오 후보가 내곡동 공격을 받으면서도 박 후보의 도쿄 아파트를 거론하지 않은 것입니다. 차후 토론을 위해 아껴두는 것인지, 아니면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는 판단인지 모르겠습니다. 두 후보의 2차 토론회는 30일 오후 10시 KBS에서 방송됩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