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김여정 하명법' 비판해와
김여정은 3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미국산 앵무새라고 칭찬해줘도 노여울 것은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처럼 비논리적이고 후안무치한 행태는 우리의 자위권을 유엔 결의 위반이니,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니 하고 걸고 드는 미국의 강도적인 주장을 덜함도 더함도 없이 신통하게 빼닮은 꼴”이라며 “자가당착이라고 해야 할까, 자승자박이라고 해야 할까”라고 비꼬았다.
문 대통령에 대한 비난은 지난 26일 서해 수호의 날 기념사와 지난해 7월 23일 국방과학연구소 방문 발언을 비교하며 나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6회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참석해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에 국민 여러분의 우려가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대화의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여정은 “북과 남의 같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진행한 탄도미사일 시험을 놓고 저들이 한 것은 조선반도(한반도) 평화와 대화를 위한 것이고 우리가 한 것은 남녘 동포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대화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니 그 철면피함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대남 비방 담화는 대북전단금지법이 전격 시행되는 날 나왔다. 대북전단금지법은 북한을 향해 △확성기 방송 △현수막 게시 △전단·USB·현금 등을 살포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게 골자다. 김여정이 지난해 6월 대북 전단 살포를 비판하는 담화가 나온지 하루 만에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처음 발의됐다. 야권에서는 ‘김여정 하명법’이라 비판하며 반대했지만, 여당은 같은 해 12월 14일 야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강제 종료시키고 재적 의원 180명 전원 찬성으로 강행 처리했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그리 오래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더이상은 남북 관계 개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여정은 앞서 지난 16일에도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관련해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남북 군사합의서 파기와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정리 등을 경고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비방에도 정부는 수위 조절에 나섰다. 통일부는 "북한 김여정 부부장의 이번 담화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남북 관계 유지 의지를 드러냈다. 통일부 당국자는 30일 “어떤 순간에도 서로를 향한 언행에 있어 최소한의 예법은 지켜져야 한다”면서도 “남북 대화의 흐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일관되게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