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한된 환경에서 실시한 개별 부품의 시험 결과를 마치 완제품의 일상적인 효능인 것처럼 소비자가 오해하도록 만들었다면 이는 '기만적인 광고'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삼성전자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공정위가 삼성전자에 부과한 과징금은 96% 이상 그대로 유지해 사실상 삼성전자가 패소한 결과다.

삼성전자는 2011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인터넷 홈페이지와 카달로그 등에 플라즈마 이온발생장치 '바이러스닥터'를 탑재한 이온식 공기청정기를 광고했다.

회사측은 이 제품의 성능을 광고하면서 "독감 HINI 바이러스 제거율 99.6%, 조류독감 바이러스 제거율 99.99%, 코로나 바이러스 제거률 99.6%"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2018년 공정위는 '표시 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를 위반했다며 관련 제품들의 매출에 0.02%에 해당하는 4억8800만원을 과징금으로 부과했다.

공정위는 바이러스가 99% 이상 제거되는 실험 결과가 밀폐된 소형 챔버 내부에서 진행되는 등 제한된 환경과 조건 아래에서 전체 공기청정기 제품이 아니라 개별 부품인 '바이러스닥터'를 대상으로 행해진 실험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명시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이를 공기청정기의 성능으로 오해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쟁점은 해당 광고가 사실을 은폐, 축소해 소비자를 속이거나 공정한 거래 질서를 해칠 수 있는 광고인지 여부였다.

1심은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도 "실험 공간 및 방법이 소비자의 실제 제품 사용 환경과 크게 차이가 나고, 실험조건과 실제 사용 환경의 차이를 파악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치정보 등이 없다"며 "기만적인 광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제거율은 실험실 조건이며 실사용 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형식적인 제한사항을 표시한 것만으로는, '바이러스 99% 이상 제거율'로 표시된 대부분 광고행위의 전체적인 인상에 비춰 소비자의 오해를 막기엔 부족하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2개 모델에 대해서는 카탈로그 등에 이온발생장치의 바이러스 제거율을 표시하면서 실험에 사용한 챔버 크기, 가동시간 등을 명시해 기만적 광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에 따라 과징금을 4억7200만원까지만 인정했다.

대법원도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규정과 법리, 기록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며 "과징금 납부명령 등에 공정위의 재량권 일탈 및 남용의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