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이은석 상무 "디지털 시대에도 '설계사의 힘' 강력"
“28년 보험영업을 하면서 ‘내 꿈은 재무설계사(FP)’라고 말하는 사람은 한 명도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의 모든 꿈을 이룰 수 있었던 건 제가 FP였기 때문이에요.”

한화생명에서 ‘영업의 전설’로 통하는 이은석 상무(55·서울지역단장·사진). 지난달 승진 인사에서 설계사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별을 달았다. 고졸 여성인 그가 유리천장을 깨자 후배 설계사들이 더 기뻐했다고 한다. 이 상무는 “더 많은 후배를 FP 출신 임원으로 키워내는 게 저의 새로운 숙제”라고 했다.

이 상무는 1993년 한화생명 설계사를 시작했다. 결혼과 함께 첫 직장인 매일유업을 그만두고 경력 단절 여성이 됐던 그는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FP를 택했다. 20대 후반이었으니 ‘지인 영업’은 한계가 있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버스를 타고 경기 수원 삼성전자 일대 공장을 돌았다. 이 지역에는 경쟁사 설계사가 많이 몰려들었지만 1년이 지나도 남은 사람은 이 상무뿐이었다. 그 ‘부지런함과 끈기’ 덕에 셋방살이를 청산하고 싶다는 꿈을 이뤘고 입사 1년 만에 팀장, 2년 반 후에는 지점장에 올랐다.

이후 25년 동안 지점장·단장으로 일하며 우수관리자 상을 아홉 번 받았다. 이 상무는 “노력한 만큼 성과가, 성과만큼 공정한 보상이 따르는 것이 보험 영업의 장점”이라고 했다.

보험산업에도 디지털 전환이 화두지만 ‘설계사의 힘’은 여전히 강력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상무는 “상담이 인공지능(AI)으로 바뀌어도 많은 사람이 0번을 눌러 상담원부터 찾는다”며 “영업에서 사람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화생명은 4월 1일 보험판매 전문 자회사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출범한다. 2만 명의 설계사가 여기로 이동해 생명보험뿐 아니라 손해보험까지 판다. 이 상무는 “판매 전문회사 출범은 FP에게 큰 기회”라며 “설계사는 더 높은 소득을 올리고, 고객은 더 다양한 상품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