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오피스 아키고스 캐피털의 마진콜 충격이 월스트리트 주요 은행들의 주가 조정으로 이어진데 이어 미국 금융감독당국의 헤지펀드 관련 대책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아키고스를 고객으로 둔 노무라 등 은행 주가가 29일(현지시간) 급락한 와중에 미 금융감독당국은 31일 관련 회의를 계획하고 있다.

아키고스와 거래한 주요 은행들은 어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키고스와 거래했던 주요 은행들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노무라, 크레디트스위스, UBS, 도이체방크 등이 있다고 30일 보도했다. “미국 고객사가 20억달러의 채무를 지고 있다”고 발표한 일본 증권사 노무라의 주가는 29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전날보다 14.07% 하락했다. 노무라 주가는 이날 장중 16% 떨어지며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노무라가 언급한 미국 고객사는 아키고스로 알려졌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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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날 크레디트스위스 주가도 NYSE에서 11.5% 하락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아키고스 관련 손실이 1분기 실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크레디트스위스의 손실액이 30억~40억달러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아키고스가 일으킨 충격은 은행별로 차이가 날 전망이다. 아키고스 관련 대출액과 최종 손실이 은행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아키고스가 25일 거래 은행들에 손실 가능성을 통보했으며 이날 은행들이 대규모 블록딜을 자제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는 했지만 합의를 도출하는데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26일 아키고스가 투자한 주식을 대규모 블록딜로 처분한 골드만삭스의 경우 관련 손실이 미미할 것으로 전해졌다. 역시 같은날 지분 정리에 나섰던 모건스탠리는 28일 고객들에게 추가 블록딜 참여 의사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웰스파고는 29일 비아콤CBS 지분을 처분했고 고객들에게 아키고스 관련 청산이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도이체방크도 아키고스 관련 손실것으로 알려졌다. 웰스파고는 29일 비아콤CBS 지분을 처분했고 고객들에게 아키고스 관련 청산이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도이체방크도 아키고스 사태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명 한국계 펀드매니저인 빌 황이 설립한 아키고스는 헤지펀드 전략을 구사하며 미국과 아시아 상장사에 투자하는 패밀리오피스다. 아키고스는 대규모 레버리지를 일으켜 공격적으로 주식 투자에 나섰다가 비아콤 등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마진콜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진콜은 부족해진 증거금 등을 보충하라는 요구를 의미한다.

운용자산이 100억달러 수준인 아키고스의 손실액이 수배로 불어난 이유는 총수익스와프(TRS)에 있다는 분석이다. 아키고스는 TRS를 통해 레버리지를 일으켜 보유 자금보다 더 많은 액수를 투자에 활용할 수 있었다.

미국 금융감독당국의 대처는

월가에서는 31일로 예정된 미 금융감독당국의 회의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미 금융감독안전위원회(FSOC)는 31일 회의를 계획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회의로 미 중앙은행(Fed), 재무부 등이 참여한다. 회의의 주요 안건 중 하나는 헤지펀드 관리감독이다. 그런데 회의 직전 아키고스 사태가 터지면서 FSOC의 헤지펀드 관련 대책에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헤지펀드가 미 증시에 영향을 준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1990년대 후반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는 러시아 모라토리엄 등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했다. LTCM도 아키고스처럼 TRS를 활용하는 투자전략을 취했다. 최근에는 멜빈캐피털이 게임스톱 주식을 공매도하다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