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이 이사회 멤버 격인 거버넌스카운슬(GC)로 전격 합류한 클레이튼(Klaytn)은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인 카카오가 주도하는 블록체인 기술혁신 연합체다. 클레이튼 GC는 여기에 속한 회원사만이 클레이(KLAY)란 이름의 암호화폐(가상화폐)를 생성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를 통해 거래 승인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등 결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비트코인 등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가 모든 일반 사용자로 하여금 채굴 및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한 것과 다르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은 최근 거래량이 크게 늘면서 블록을 하나 생성하는 데만 10분 안팎이 소요되지만 클레이는 세계 어디서나 단 1초면 거래가 이뤄진다.

한경과 함께 분야별 1등 기업이 뭉쳤다

GC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이들 기업의 역량과 신뢰는 클레이튼 생태계의 지속적인 생존을 담보하는 필요충분조건이다. 클레이튼 GC에 참여한 31곳이 모두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IT, 콘텐츠, 게임, 금융 등 각 산업을 대표하는 초우량 기업이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주요 GC의 면면을 살펴보면 먼저 카카오 본사와 클레이튼 총괄 자회사인 그라운드X를 포함해 카카오 계열사만 6곳이다. IT업계에서는 LG전자, 넷마블, 안랩, 펄어비스, 위메이드, 베트남 VNG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유통업계에서는 GS홈쇼핑, SK네트웍스, 아모레퍼시픽이 이름을 올렸다. 또 셀트리온(바이오), LG상사(종합상사), 한화시스템(방위산업·시스템), 미국 월드페이(전자결제), 필리핀 유니언뱅크(은행) 등 분야별 최상위권 글로벌 기업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 가운데 미디어기업은 한국경제신문이 최초이자 유일하다.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 조성이 관건”

블록체인 기술을 미디어업계에 도입하려는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스팀잇, 시빌 등 해외 미디어 스타트업은 진작부터 다양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들은 모두 사용자가 작성한 글과 게시물에 대해 암호화폐로 보상하는 전략으로 승부하면서 출시 초기에 인기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2~3년이 흐른 지금은 이들 서비스 대부분이 지속적인 시장 수요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 신문사가 기사를 공유하면 반대급부로 코인을 지급하는 블록체인 신규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특정 분야에 한정된 서비스는 범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암호화폐로서 가치를 인정받기 쉽지 않다”며 “다양한 산업의 플레이어가 골고루 참여하는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분야별 1등 기업을 GC로 확보한 클레이튼은 다른 암호화폐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고 경제미디어 플랫폼으로…”

한국경제신문의 클레이튼 GC 합류로 국내에서도 블록체인 미디어 혁명이 가속화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뉴욕타임스 등에서 NFT(대체 불가능 토큰) 기반의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블록체인 기술이 미디어 시장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한경이 클레이튼에 참여함으로써 생태계 전체에 안정감과 신뢰를 불어넣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NFT 인증 기술이 상용화되면 언론사가 사실상 하나의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오 책임연구위원은 “NFT 인증이 적용된 글이나 동영상은 그 자체로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기자와 독자, 공급자와 수요자 간 경계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최근 몇 년간 디지털 뉴스 부문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해온 한국경제신문이 블록체인 기술 혁신을 통해 명실상부한 최고 경제미디어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호기/임현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