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월 24일 백악관에서 반도체 등 4개 품목의 공급망에 대한 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월 24일 백악관에서 반도체 등 4개 품목의 공급망에 대한 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EPA연합뉴스
미국이 반도체 자립을 이루려면 4200억달러(약 474조원)을 투자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등 세계 각국이 반도체 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 반도체 가격이 최대 65% 뛸 수도 있다는 전망도 함께 제시됐다.
로이터통신의 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미국, 중국,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APAC), 유럽이 반도체 공급망을 자체적으로 확충하려면 최대 1조2250억달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우 최대 4200억달러, 중국은 최대 2500억달러를 투자해야 하며 매년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자료: 미국반도체산업협회
자료: 미국반도체산업협회
SIA는 각 지역이 반도체 자립을 위해 공급망 확충에 거액을 투자하게 되면 결국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SIA는 투자액이 100% 가격에 반영될 경우 반도체 시세는 35~65% 급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종적으로는 전자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며 최종소비자의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패권을 확보하기 위해 반도체산업에 500억달러(56조원), 반도체 관련 기술 등을 개발하는 국립과학재단 설립 및 운영에 5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미 기업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진출을 선언하고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이 일본 낸드플래시 기업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배경에는 미 정부의 반도체 자립 의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다고 SIA가 미국의 반도체 자립 노력을 의미없다고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SIA는 “공급망 중 일부가 취약한 경우에는 인센티브 등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존 뉴퍼 SIA 회장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 정부가 나서서 국내 반도체 칩 생산능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SIA는 최근 반도체 칩 부족 현상의 원인에 대해 제조공정별로 집중화 현상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대만의 가뭄, 일본 르네사스의 화재 등 자연재해나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세계 반도체 칩 수급에 충격이 크다는 주장이다. 대만의 TSMC, 한국의 삼성전자 등 아시아 기업들이 반도체 칩 제조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다. 칩 설계 능력은 미국 기업들이 뛰어나며 칩 제조에 필요한 가스의 주요 산지는 유럽이다. SIA는 칩특정 지역의 점유율이 65%를 넘어가는 칩 관련 제조 공정이 50개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