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의 증강현실(AR) 헤드셋을 착용한 미군 병사. 미 육군 제공
마이크로소프트의 증강현실(AR) 헤드셋을 착용한 미군 병사. 미 육군 제공
미국의 대표적인 정보기술(IT)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 육군에 12만 개가 넘는 홀로렌즈 증강현실(AR) 헤드셋을 납품하는 계약을 맺었다. MS는 향후 10년간 최대 219억달러(약 25조원)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MS는 미 국방부와 이같은 내용의 계약을 공식 체결하고 본격적인 납품 준비에 들어갔다. 수년간 연구해온 미래지향적 기술 연구가 실제 제품화로 연결된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MS는 2016년 통합 비주얼 증강 시스템(IVAS)을 개발했으며, 2018년 미 육군에 이 방식을 적용한 헤드셋 시제품을 4억8000만달러에 제공했다.

MS가 개발한 홀로렌즈 헤드셋은 머리에 쓰는 고글 모양으로, 이를 착용하면 바깥 세상과 컴퓨터가 보여주는 입체 영상이 겹쳐 보이게 된다. 지도와 나침반을 눈앞에서 보여주며, 열 화상을 통해 어둠 속에서도 적군을 식별할 수 있다. 손과 음성으로 컴퓨터를 제어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병사의 생존 능력과 전투 효율을 크게 높여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홀로렌즈 헤드셋의 가격은 개당 3500달러다.

MS 측은 “이 헤드셋이 군인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육군은 “병사들이 전투와 예행 연습, 훈련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MS는 2019년에는 미 국방부와 10년간 100억달러에 달하는 클라우드 통합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증강현실(AR) 헤드셋을 착용한 미군 병사. 미 육군 제공
마이크로소프트의 증강현실(AR) 헤드셋을 착용한 미군 병사. 미 육군 제공
다만 MS 내부에선 자사의 미래 기술이 살상용으로 쓰이는 데 대한 반발도 나온다. MS 직원 50여명은 2019년 2월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에게 편지를 보내 홀로렌즈 헤드셋이 살상용으로 쓰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쟁으로 부당한 이익을 누리고 싶지 않다”며 “폭력을 초래하는 모든 무기 기술 개발을 멈추고, 군을 지원하는 사업 활동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나델라 CEO는 “우리가 누리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선 민주주의 국가의 기술 제공 요구에 반대해선 안 된다는 원칙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미 육군도 “신기술이 적을 겨냥하고 민간인 피해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MS 주가는 전날 대비 1.69% 오른 주당 235.77달러로 마감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