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수에즈운하를 6일간 막아 글로벌 무역 위기를 초래했던 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에 대해 이집트 당국이 조사에 들어갔다. 사고 원인을 따져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이집트 당국은 이번 사건으로 이집트가 입은 손실만 10억달러(약 1조 1290억원) 이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문가들로 이뤄진 조사팀이 31일(현지시간) 에버기븐호 선체를 조사했다. 에버기븐호는 운하에서 넓은 구간인 비터레이크호(湖)에 정박 중이다. 이날 조사팀 일부는 잠수해 정박 중인 선체 밑쪽을 확인했다.

사이드 셰샤 조사팀장은 "이번 조사에서 에버기븐호 상태가 항해에 적합했는지, 에버기븐호 선장의 판단과 행동은 정확했는지 등을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수에즈운하관리청(SCA)는 에버기븐호 선원에 대한 조사도 벌였다. 오사마 라비 SCA청장은 이날 이집트 현지 매체에 "에버기븐호는 조사가 끝날 때까지 움직일 수 없다"며 "조사가 언제 끝날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라비 SCA청장은 "조사를 통해 이집트 당국의 피해액과 손실, 준설비용 등을 산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비 청장은 에버기븐호 소유기업인 일본 쇼에이기센, 용선사인 대만 에버그린 중 어느쪽에 비용과 배상액을 청구할 것인지는 따로 밝히지 않았다. 이집트가 이미 보상을 요구했는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쇼에이기센은 일단 지금까지 수에즈운하 관련 어떤 소송도 제기된바가 없다고 알려왔다"고 보도했다.

라비 청장은 이날 "에버기븐호 사태로 인한 이집트 손실과 피해액이 약 10억달러에 달하고, 이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며 "이를 따져 청구하는 것은 이집트의 국가로서의 권리"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에즈운하 봉쇄 사태 이후 선박 소유주와 용선사에 보험금 청구가 쇄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보험사 로이드는 보험금 청구액만 1억달러(약 1130억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이집트 렛트에이전시는 수에즈운하 항행이 재개된 이후 이날까지 선박 총 163척이 운하를 빠져나갔고, 현재 292척이 대기 중이라고 집계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