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에서 생산된 골판지가 전년 대비 1235㎢ 급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년 전과 비교해 서울 면적(약 605㎢)의 두 배에 달하는 크기의 골판지가 더 생산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전자상거래가 급증하자 골판지 박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미국 섬유박스협회(FB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생산된 골판지 박스 규모는 전년 대비 3.4%(1235㎢) 증가한 약 3만7811㎢로 조사됐다. 한국 국토 면적(10만210㎢)의 3분의 1보다 큰 규모다.
골판지 박스 생산업체들은 올 가을 박스 가격을 앞다퉈 인상하고 있다. 미국이 애초 목표대로 오는 6월 코로나19 집단 면역을 이뤄내면 경제가 재개되면서 골판지 수요가 더욱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장식장 제작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존 K. 모간은 1년 전보다 22% 더 비싼 돈을 주고 골판지 박스를 구매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장식장 재료인 나무 가격과 운송 요금 등이 올라 비용 부담이 급증했다"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골판지 가격까지 올랐다"고 했다.
박스 가격은 골판지 가격이 좌우한다. 통상 42파운드(약 19㎏)짜리 비 표백 골판지가 가격의 기준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초기 골판지 생산업체들은 박스 수요 급증을 예상하지 못하고 장기적인 경기 침체 대비에 들어갔다. 미국 내 2위 골판지 생산업체인 웨스트록은 지난해 5월 배당을 절반 이상 줄이기도 했다.
아담 조셉슨 키뱅크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박스 수요는 두 달 연속 곤두박질쳤다"며 "하지만 경기 부양책 덕분에 경제에 활력이 돌기 시작하면서 작년 6월부터는 박스 수요가 격하게 늘어났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집 꾸미기 열풍이 일어난 것도 박스 수요 급증 이유로 거론된다. 가전제품과 장식장 등 큰 물건을 포장하기 위해 많은 골판지가 소비됐다. 외식, 여행 등 서비스 부문에 투입됐던 가계 지출이 상품 구매로 전환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