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자국 양대 화학 기업인 시노켐(중국중화그룹)과 켐차이나(중국화공그룹)의 합병을 승인했다. 두 기업이 합쳐지면 연 매출 1500억달러(약 170조원)의 세계 최대 화학 기업이 된다.

1일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중앙정부 소유 기업을 총괄 관리하는 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SASAC)는 전날 시노켐과 켐차이나의 ‘연합 재편성’을 승인했다. 시노켐은 별도 성명을 통해 “두 회사가 함께 조직개편 작업을 벌이며 SASAC 산하에 새로 설립될 회사로 통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기준 시노켐 매출은 809억달러, 켐차이나 매출은 657억달러다. 합병하면 매출이 1500억달러에 육박한다. 세계 1, 2위 화학 기업으로 꼽히는 독일 바스프(695억달러)와 미국 다우(429억달러)를 압도하는 규모다. 두 회사 모두 종합화학 회사지만 시노켐은 석유정제와 화공제품에, 켐차이나는 비료와 농약 등 농업화학과 타이어에 강점을 갖고 있다. 시노켐 측은 “주력 사업이 달라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켐차이나는 2015년 이탈리아 타이어 회사 피렐리, 2017년 스위스 농업화학 기업 신젠타 등을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해왔다. 글로벌 농약 1위, 종자 3위인 신젠타를 사들이는 데 중국 기업의 단일 해외 투자 건으로는 최대인 430억달러를 투입했다. 두 회사는 지난해 1월 각 사의 농업화학부문을 분사해 합병한 신젠타그룹을 출범시켰다. 신젠타그룹은 내년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과당 경쟁을 줄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육성한다는 목표로 대형 국유 기업의 합병을 독려하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2018년 7월 닝가오닝 시노켐 회장이 켐차이나 회장을 겸임하도록 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해외 인수합병(M&A) 전문가인 양화 중국해양석유(CNOOC) 회장을 시노켐 총괄사장으로 선임했다.

중국의 양대 화학 회사 합병은 중국 정부가 올해 주요 경제 목표로 내세운 공급망 자립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과 코로나19 등을 계기로 고품질 원자재의 국산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 합병 기업이 내수 활성화 정책에 맞춰 화학제품의 자국 내 공급을 늘리면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화학 기업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사 최종 합병까지의 최대 걸림돌은 주요 시장인 미국의 반대다. 미 국방부는 작년 8월 시노켐과 켐차이나를 중국군 연관 기업이라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서방 국가들이 중국에 국유 기업에 대한 특혜 지원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부담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