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와 'N잡러'의 시대 [민지혜의 패션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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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디자이너 석정혜 분크 대표의
의류·주얼리 신규 브랜드 '대박'
이랜드는 'N잡러' 위한 '콸콸' 내놔
의류·주얼리 신규 브랜드 '대박'
이랜드는 'N잡러' 위한 '콸콸' 내놔
본업 외에 부업을 여럿 가진 사람을 'N잡러'(N개의 job을 가진 사람)라고 하죠. 본캐(본캐릭터)와 다른 부캐(부캐릭터)로 활동하는 연예인들이 많아진 것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난 것도 'N잡러의 시대'가 왔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100세 시대'를 맞아 퇴직 이후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불러온 새로운 트렌드이기도 합니다.
가장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업계에서도 N잡러들이 늘고 있습니다.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던 인플루언서가 식품, 주얼리를 판매하는가하면, 뷰티 전문 유튜버가 홈 인테리어로 영역을 확장하기도 합니다. 또 가방 디자이너가 의류, 주얼리를 출시해 '대박'을 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대표적 예가 핸드백 브랜드 '분크'의 디자이너인 석정혜 대표입니다. 2018년 2월 핸드백 브랜드 '분크'를 처음 선보인 석 대표는 '쿠론'을 만든 디자이너로도 유명하죠. 일명 '가방의 여왕'으로 불리는 그는 분크로 2019년 매출 120억원을 올렸고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150억원의 매출을 냈습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가방의 성공에 이어 올해는 의류와 주얼리 신규 브랜드도 선보였다는 점입니다. 통상 가방과 옷, 주얼리 등은 같은 패션 영역이라 할지라도 디자인 과정이 완전히 다른 분야입니다. 소재가 다르고 고려해야 할 요소도 다르죠. 그런데 석 대표는 3월 초 미국 프리미엄 캐주얼 브랜드 '클루'의 서브 브랜드인 '클루투' 의류 라이선스 사업을 시작해 '대박'을 쳤습니다. 출시 첫 날 반나절 만에 매출 1억원을 돌파했고 대부분의 옷이 품절돼 재생산에 들어갔죠. 석 대표가 지난달 30일 첫선을 보인 신규 주얼리 브랜드 '트리마치'도 첫 날 1억원어치 이상 팔렸다고 합니다. "클루투보다 가격대가 낮은 제품인데도 같은 매출을 냈다는 건 주문량이 의류의 두 배가량 됐다는 뜻"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현재 트리마치 온라인몰에서는 첫날 '완판'된 인기 주얼리의 예약주문을 받고 있습니다.
가방 디자이너가 만은 옷, 주얼리가 잘 팔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더 이상 소비자들이 특정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충성심) 없이 감각적으로 매력적인 브랜드를 평가, 구입한다는 뜻일 겁니다. 브랜드나 제품, 특정 이미지를 접했을 때 "매력적이다"라는 생각이 들면 주저없이 지갑을 연다는 얘기죠. 물론 여전히 샤넬, 루이비통, 구찌 같은 기성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내 마음에 드는 이미지, 콘셉트를 가진 신규 브랜드'를 나만의 쇼핑 리스트에 담으려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겁니다.
석 대표가 분석한 인기 원인도 비슷합니다. 그는 "자유로운 생각과 거침없는 자기 표현으로 도전적이지만, 안락하고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는 브랜드"라고 트리마치를 정의했습니다. 그러면서 '패션과 트렌드를 즐기는 힙한 감성,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태도, 자유분방함을 추구하는 유연함'을 브랜드 가치로 제시했죠. 평소 석 대표의 스타일을 닮고 싶어하는 팔로워들이 많다는 것도 세컨 브랜드들의 인기 요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석 대표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보여주는 자신만의 패션 감각, 주얼리를 믹스매치하는 스타일링 팁 등을 물어보는 댓글과 디엠(DM)이 많다는 걸 감안하면, 가방뿐 아니라 옷과 주얼리까지 석 대표의 감각을 구입하려는 소비가 몰렸다는 해석이 가능하죠. 이제 본업만 고집하면 "재미없다", "고리타분하다"는 평가를 받는 시대입니다. 인기 뷰튜버(뷰티 유튜버)인 레오제이가 최근 이사를 하면서 홈 인테리어, 인테리어 소품 관련 유튜브 콘텐츠를 올린 것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뷰티의 영역을 "얼굴 화장을 하는 것"에서 "내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으로 확장한 겁니다. 팬데믹 시대를 맞아 색조화장품 시장은 주춤한 반면, 인테리어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한 것으로도 볼 수 있죠. 대기업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패션업체 이랜드가 N잡러를 위한 새로운 플랫폼 '콸콸'을 오는 6월 선보이기로 했습니다. 콸콸은 일반인들이 지인들에게 '추천'을 통해 상품을 소개하면 판매금액의 3~5%를 수익으로 얻을 수 있는 '소개' 방식의 신소매 플랫폼입니다. 중국 위챗에서 운영 중인 '샤오청쉬' 모델을 적용했죠. 이제 유명 인플루언서가 아니더라도, 주변 지인들에게 제품을 추천해 구매까지 이어질 경우 일반인도 부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겁니다. 'N잡러'의 시대, 당신의 'N잡'은 무엇입니까?
민지혜 생활경제부 기자 spop@hankyung.com
가장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업계에서도 N잡러들이 늘고 있습니다.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던 인플루언서가 식품, 주얼리를 판매하는가하면, 뷰티 전문 유튜버가 홈 인테리어로 영역을 확장하기도 합니다. 또 가방 디자이너가 의류, 주얼리를 출시해 '대박'을 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대표적 예가 핸드백 브랜드 '분크'의 디자이너인 석정혜 대표입니다. 2018년 2월 핸드백 브랜드 '분크'를 처음 선보인 석 대표는 '쿠론'을 만든 디자이너로도 유명하죠. 일명 '가방의 여왕'으로 불리는 그는 분크로 2019년 매출 120억원을 올렸고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150억원의 매출을 냈습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가방의 성공에 이어 올해는 의류와 주얼리 신규 브랜드도 선보였다는 점입니다. 통상 가방과 옷, 주얼리 등은 같은 패션 영역이라 할지라도 디자인 과정이 완전히 다른 분야입니다. 소재가 다르고 고려해야 할 요소도 다르죠. 그런데 석 대표는 3월 초 미국 프리미엄 캐주얼 브랜드 '클루'의 서브 브랜드인 '클루투' 의류 라이선스 사업을 시작해 '대박'을 쳤습니다. 출시 첫 날 반나절 만에 매출 1억원을 돌파했고 대부분의 옷이 품절돼 재생산에 들어갔죠. 석 대표가 지난달 30일 첫선을 보인 신규 주얼리 브랜드 '트리마치'도 첫 날 1억원어치 이상 팔렸다고 합니다. "클루투보다 가격대가 낮은 제품인데도 같은 매출을 냈다는 건 주문량이 의류의 두 배가량 됐다는 뜻"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현재 트리마치 온라인몰에서는 첫날 '완판'된 인기 주얼리의 예약주문을 받고 있습니다.
가방 디자이너가 만은 옷, 주얼리가 잘 팔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더 이상 소비자들이 특정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충성심) 없이 감각적으로 매력적인 브랜드를 평가, 구입한다는 뜻일 겁니다. 브랜드나 제품, 특정 이미지를 접했을 때 "매력적이다"라는 생각이 들면 주저없이 지갑을 연다는 얘기죠. 물론 여전히 샤넬, 루이비통, 구찌 같은 기성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내 마음에 드는 이미지, 콘셉트를 가진 신규 브랜드'를 나만의 쇼핑 리스트에 담으려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겁니다.
석 대표가 분석한 인기 원인도 비슷합니다. 그는 "자유로운 생각과 거침없는 자기 표현으로 도전적이지만, 안락하고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는 브랜드"라고 트리마치를 정의했습니다. 그러면서 '패션과 트렌드를 즐기는 힙한 감성,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태도, 자유분방함을 추구하는 유연함'을 브랜드 가치로 제시했죠. 평소 석 대표의 스타일을 닮고 싶어하는 팔로워들이 많다는 것도 세컨 브랜드들의 인기 요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석 대표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보여주는 자신만의 패션 감각, 주얼리를 믹스매치하는 스타일링 팁 등을 물어보는 댓글과 디엠(DM)이 많다는 걸 감안하면, 가방뿐 아니라 옷과 주얼리까지 석 대표의 감각을 구입하려는 소비가 몰렸다는 해석이 가능하죠. 이제 본업만 고집하면 "재미없다", "고리타분하다"는 평가를 받는 시대입니다. 인기 뷰튜버(뷰티 유튜버)인 레오제이가 최근 이사를 하면서 홈 인테리어, 인테리어 소품 관련 유튜브 콘텐츠를 올린 것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뷰티의 영역을 "얼굴 화장을 하는 것"에서 "내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으로 확장한 겁니다. 팬데믹 시대를 맞아 색조화장품 시장은 주춤한 반면, 인테리어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한 것으로도 볼 수 있죠. 대기업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패션업체 이랜드가 N잡러를 위한 새로운 플랫폼 '콸콸'을 오는 6월 선보이기로 했습니다. 콸콸은 일반인들이 지인들에게 '추천'을 통해 상품을 소개하면 판매금액의 3~5%를 수익으로 얻을 수 있는 '소개' 방식의 신소매 플랫폼입니다. 중국 위챗에서 운영 중인 '샤오청쉬' 모델을 적용했죠. 이제 유명 인플루언서가 아니더라도, 주변 지인들에게 제품을 추천해 구매까지 이어질 경우 일반인도 부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겁니다. 'N잡러'의 시대, 당신의 'N잡'은 무엇입니까?
민지혜 생활경제부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