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장 조사업체 와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미국 자동차 판매는 11.3% 증가했다. 3월 판매 속도를 기준으로 예측한 올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1680만대에 달한다. 코로나19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연간 판매량이다.
자동차 시장 조사 업체인 모터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1월과 2월 미국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각각 3.3%, 13% 감소했다. 하지만 3월 들어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판매량이 최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급증했다.
올해 초 미국 자동차 산업에는 각종 악재가 겹쳤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생산 차질을 빚은 공장이 적지 않았다. 지난 2월에는 기록적인 한파가 미국 전역을 강타해 공급망이 마비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도 미국 고객들의 자동차 구매는 끊이지 않는다고 WSJ는 분석했다. 주디 휠러 닛산자동차 미국 판매 책임자는 "반도체 부족과 날씨는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다"며 "그런 일이 없었다면 판매량은 더 많이 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닛산은 올해 1분기(1~3월) 작년 동기보다 11% 많은 차량을 판매했다.
같은 기간 미 제너럴모터스(GM) 자동차 판매량은 4% 증가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푸조시트로앵그룹(PSA)이 합병해 출범한 스텔란티스는 5% 증가했고, 포드자동차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반도체 부족의 영향을 덜 받았던 도요타자동차와 혼다자동차는 올해 1분기 미국 판매량이 각각 22%, 16% 늘었다. 한편 현대자동차는 딜러 재고를 안정적으로 유지한 덕분에 판매량이 1년 전보다 28% 급증했다. 자동차 산업이 봄철 성수기를 맞은 데다가 새로운 경기부양책이 발표되면서 차량 수요는 더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찰리 체스브로 콕스 이코노미스트는 "올 1분기에는 구매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재고 부족이 심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수개월 안에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와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이미 지난 2월 말 미국 자동차 대리점 재고 수준이 1년 전보다 26%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여름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공장 폐쇄에 돌입하기 시작한 이후 최저 수준이다.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자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도입했던 각종 할인 혜택을 없앴다. 시장조사 업체 JP파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미국의 신차 구매 평균 가격은 3만7314달러로 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부 딜러들은 재고 부족이 장기화함에 따라 신차 출시 일정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 딜러 셰이커오토모티브그룹을 이끌고 있는 조 셰이커 사장은 "포드의 브롱코와 지프 웨고니어 등 기다렸던 신차들의 출시가 늦어질까 걱정된다"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