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사나이 김재철 회장, 150분간 KAIST 두뇌들과 'AI의 미래' 대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AI라는 망망대해, 융합하고 속도내라”
지난해 사재 500억원 털어 KAIST 기부
약정 금액 2배 이상 미리 납부해 '속도' 강조
"AI는 거스를 수 없는 일, 대한민국 미래 달려"
연구 분야 아우르는 융합 인재 육성하고
인류의 미래 고민하는 이타심 가져달라 당부
지난해 사재 500억원 털어 KAIST 기부
약정 금액 2배 이상 미리 납부해 '속도' 강조
"AI는 거스를 수 없는 일, 대한민국 미래 달려"
연구 분야 아우르는 융합 인재 육성하고
인류의 미래 고민하는 이타심 가져달라 당부

1969년 작은 원양어선 2척으로 바다를 누비며 국내 최대 수산 종합기업을 만든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86)은 2일 KAIST 대전캠퍼스 본원에서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과 ‘인공지능(AI)의 미래를 말하다’ 대담을 열었다. KAIST의 AI 관련 연구진 등 공학도들이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대담은 150분 넘게 이어졌다. 김 명예회장은 1분도 쉬지 않고 대화를 이어갔다. 창업과 경영, AI의 중요성과 공학도의 마음에 대한 다양한 주제가 이어졌다. 김 명예회장은 질문이 쏟아질 때마다 꼼꼼히 메모한 뒤 답했다.
“AI라는 망망대해, 융합하고 속도내라”
“유능한 어선의 선장은 고기를 잡고 있을 때조차 어느 어장으로 갈지 한 발 앞서 생각합니다. AI라는 큰 바다를 향해하기 위해서는 여러사람이 힘을 합쳐 속도전을 내야 합니다.”
그는 “AI라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는데 규모가 작아서는 미래가 없다”며 “첫째도 둘째도 속도전이 가장 중요한 만큼 석사과정 연구생을 현재 40명에서 100명 이상으로 늘리고 유명한 교수들도 빨리 초빙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약정서에 적시된 기부 약속을 충실히 지킬테니 KAIST가 특허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도록 스피드(속도)를 내 달라”고 당부했다.
바다사나이가 AI에 꽂힌 이유
원양어선 말단 선원으로 시작해 종합식품회사와 금융 분야를 아우르는 재계 45위의 대기업을 일군 김 명예회장은 국가의 미래가 AI 혁명에 달렸다고 수년 전부터 강조해왔다. 경영자로서 김 명예회장의 산 경험이 AI 혁명에 집중하는 밑바탕이 됐다. 동원그룹은 지금까지 기술 혁신을 통해 성장했다.김 명예회장은 창업 당시 1000만원으로 참치잡이 어선 두 척을 산 뒤 7년간 지구 200바퀴를 돌았다. 23세였던 그는 당시 ‘우리는 자원이 없는 나라지만 바다 개척을 통해 일어설 수 있다’고 확신에 차 있었다. 김 명예회장은 첨단 시설 갖춘 배를 과감하게 도입해 4년 만에 인도양과 대서양에 진출했다. 1979년 국내 최초로 헬리콥터 탑재식 참치 선망선을 도입하는 등 혁신을 이뤘다. ‘참치캔 생산기술’도 1980년대 도입해 2차 가공산업에 진출하는 발판이 됐다.
2019년 4월 퇴임한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AI 인재 양성과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동원그룹 계열사 동원산업은 한양대에 30억원을 기부해 국내 최초의 AI 솔루션 센터인 ‘한양AI솔루션센터’를 설립했다. 2년 전 동원그룹 차원의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전 계열사에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프로젝트를 도입했고, 최근 대표이사 직속 AI 전담조직도 신설했다. KT가 주도하고 있는 AI 기술 산학연 협의체 ‘AI원팀’에도 합류했다.
"공학도의 가슴에 이타심을 새겨달라”
김 명예회장은 “선장의 길과 AI 공학도의 길이 닮았다”고 했다. 미지의 세계를 개척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는 공학도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당부를 잊지 않았다.융합형 인재가 더 중요해지는 시기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는 “본업을 버리면 망하고, 본업만 해도 망한다는 명언이 있다”며 “자기만의 전문 분야 연구와 함께 다른 분야의 연구와 관심,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보라/박종필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