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1년 2월말 기준으로 전체 펀드 판매액은 219조7000억원에 달합니다. 이 중 적립식펀드 상품 잔액은 33조2000만원으로 15%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목돈으로 한번에 투자하는 거치식 투자와 주기적으로 적립하는 적립식 투자 방법은 어떤 것이 더 유용할까요?
적립식 or 거치식, 뭐가 더 유리할까?
학자들이 연구한 국내외 결과들을 요약해보면, 적립식투자는 매입비용 평균효과(Cost Average Effect)에 의해 적립기간중 평균적으로 펀드를 싸게 매입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거치식 투자방식 대비 유리한 결과가 나온다는 의견입니다. 반면 적립식 투자는 투자횟수가 늘어나면서 투자되는 횟수에 따른 비용의 증가로 거치식 투자가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리고 투자기간이 길어지면 두 방식간에 특별한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 등 다양한 연구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이러한 학자들의 연구결과와는 별도로, 필자가 2001년부터 펀드상품을 담당하면서 펀드상품을 출시하고 직접 펀드에 가입하여 경험한 바에 따른 적립식펀드에 대한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적립식펀드는 투자를 하는 대상자가 다릅니다. 목돈을 한꺼번에 투자하기 힘든 경우나 적금식으로 목돈을 만들고자 하는 직장인, 자영업자 등이 주 투자자입니다. 목돈을 불리려는 형태가 아니므로 위의 연구결과처럼 거치식과 적립식투자에 대하여 수익률만을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둘째, 투자기간에 차이가 있습니다. 보통 1년 또는 정해진 기간단위로 투자하는 목돈 투자가 아니라 2~3년 이상 기간을 두고 적립된 금액전체에 대한 시장수익률 이상을 목표로 하는 투자에 적합합니다. 또한 적금처럼 만기일을 정해놓지 않고, 적정 수익률이 달성되었을때 해지하는 방식의 투자에 맞는 방식입니다.
셋째, 시장평균 수익률 이상을 추구하는 방식입니다. 투자기간 중 원금손실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2~3년 이상 중장기 기간동안 주식시장의 평균수익률 이상을 목표로 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투자방식입니다. 국내 투자의 경우 평균 10% 내외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적립식은 투자자부터 투자기간 등 달라
적립식펀드 투자시 은행 적금의 수익률과 적립식펀드의 수익률 계산방식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은행적금 가입시, 3%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을 가입했는데, 만기에 실제로 받는 수익률과 금액이 적어서 당황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래의 표를 참고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위의 [표]에서 매월 10만원씩 1년 적금에 가입하는 경우입니다. 원금 합계는 120만원, 이자율 3%로 계산하면 즉, 120만원 x 3% = 3만6000원을 기대합니다. 그러나 실제 계산은 위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첫번째 달에 불입하는 10만원에 대한 이자는 12개월을 계산하고, 다음 10만원은 11개월, 다음 10, 9, 8 ... 마지막 10만원은 1개월만 이자가 계산됩니다. 때문에 전체 이자금액은 1만9500원이 되고, 여기에 세금 15.4%를 차감하면 손에 실제로 쥐는 금액은 1만6497원입니다. 기대했던 3만6000원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펀드에 투자하고 주식시장의 변동이 없는 경우를 가정할때, 월 투자금액은 9만9000원(1% 수수료 차감후 납입하는 금액)이고, 12개월 투자한 합계금액은 119만9000원입니다. 여기에 수익률 3%를 곱하면 수익은 3만5640원입니다. 주식형펀드로 투자했다면 주식매매이익이 비과세이므로 차감되는 비용이 거의없이 수익을 가져가게 됩니다. 물론 해지시 주식시장이 하락하는 경우 손실이 발생합니다. (실제 펀드입금시 투자원금 계산은 수수료 1%의 경우, 투자원금 10만원 x 99% = 9만9000원이 아니고, 원금 10만원/(1+0.01) = 9만9009원으로 계산됩니다. 여기서는 이해의 편의를 위해 9만9000원으로 표시했습니다.)
이처럼 적금의 경우 원금은 훼손되지 않지만, 받을 수 있는 이자금액은 적립한 금액 전체에 대한 이자율로 계산하는 건 아닙니다. 납입 건별 금액에 대한 기간별 이자를 계산합니다. 이에 비해 적립식펀드는 건별로 투자한 금액에 대하여 매입한 좌수(주식의 주식수와 비슷한 개념)가 누적되고 이에 대한 상품의 수익은 누적된 좌수에 펀드 수익률(매입평균 펀드의 기준가격과 해지시점의 펀드 기준가격의 차이)을 곱한 평가금액으로 받게 됩니다. 따라서 적립식펀드의 경우는 해지하고자 하는 시점의 기준가격이 매우 중요합니다.
펀드투자 첫걸음, 인덱스펀드부터 여유자금으로
이해를 돕기 위해 적립식펀드 투자에서 가장 좋은 투자사례 중 하나인, 시장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였다가 상승으로 마감하는 경우를 예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주식시장이 V자 형태를 보이는 경우로 주식시장이 5%씩 하락한다고 가정할때, 최초 투자시에는 9만9000 좌를 확보했다가 시장이 하락하면 5%씩 좌수를 더 확보합니다.반대로 시장이 상승하면 비례하여 더 적은 좌수를 확보하게 됩니다. 이러한 사례의 경우 매입한 평균좌수는 10만9520좌로 최초 투자시점 대비 해지시점 시장이 변동하지 않을 때를 가정할때 시장이 변동없을 때의 9만9000좌보다 평균 10.6% 더 많은 좌수를 확보합니다. 주식투자의 경우 주가하락시 같은 금액으로 더 많은 주식수를 확보하듯이 적립식펀드도 같은 투자금액으로 더 많은 좌수를 확보하게 됩니다. (실제 펀드상품의 평가는 최초 평가기준가격이 1000원부터 출발하고, 투자하는 금액이 기준가격 대비하여 몇좌를 확보하는지(주식의 경우 주식수)를 계산하여 입금건마다 좌수가 누적이 됩니다. 계좌별 평가금액은 ((좌수 x 기준가격)/1000)으로 계산됩니다. 그리고 수익률은 입금건별 평균 기준가격과 해지시점의 기준가격의 차이로 평가됩니다.)
그렇다면, 수익률만 좋을 때 펀드를 해지하면 될까요? 10만원씩 투자해 원금이 50만원이고 평가금액 100만원 즉 100% 수익률이 달성될때 해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수익률은 훌륭하지만, 100만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용처는 많지 않고, 목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적립식펀드 투자의 목적은 수익 뿐만 아니라 목돈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펀드를 해지할때 목표금액과 목표수익률 두가지를 같이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시 말해 '펀드의 평가금액이 1000만원, 수익률은 20%가 되면 해지하겠다'는 식으로 목표를 정하고 꾸준히 적립하고 관리하면 됩니다. 일부 금융회사의 경우, 이 같이 목표금액과 목표 수익률을 정하면 전산에서 관리합니다. 그리고 평가금액과 수익률이 모두 달성할때 고객에게 SMS 등으로 통지하거나 자동해지하는 시스템을 운용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관리 방법입니다.
적립식펀드 투자에 적합한 펀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추천하는 첫번째 상품은 국내의 인덱스펀드입니다. 시장수익률로 적립이 되고, 수익률 추이를 이해하기 쉽기때문에 국내의 대표 인덱스펀드를 첫번째 적립식펀드로 투자해보시기 바랍니다.
두번째는, 시장상황에 맞는 펀드스타일을 정해서 투자해보는 것입니다. 2021년 올해의 경우는 단기간 급등한 성장형 펀드상품보다는 소비, 내수위주의 가치주 스타일의 펀드에 좋은 기대수익률이 예상되기 때문에 시장의 벤치마크 지수보다 나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세번째, 투자경험이 충분히 쌓이고 난 후에는, 시장에서 판매되는 펀드중 판매액 상위펀드, 수익률 상위펀드 10위권내에 있는 펀드들을 검색하고 검토한 후에 자신의 투자성향과 스타일에 맞는 펀드를 결정하여 투자해보는 방법도 추천드립니다.
투자하기 전, 가장 기본적인 사항은 적립식 투자방식으로 위험이 분산되기는 하지만, 원금손실에 유의해야 한다는 겁니다. 보유자금 중 여유자금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필자는 아침 9시가 되면, 인덱스펀드를 비롯하여 고객분들에게 권유한 대표펀드 3~4개에 매일 1만원씩 입금을 하면서 펀드의 수익률 추이를 확인합니다. 그냥 숫자로 보는 펀드상황과 소액이라도 투자금액이 입금되면 펀드를 관리하는 관심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적금과 완연히 다른 적립식펀드, 관리가 필요하지만 중장기 투자시 시장의 평균수익률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방식이므로 목돈을 마련하고자 하는 투자자라면 적립식펀드를 꼭 시작해보시기 바랍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하준삼 신한은행 PWM서울파이낸스센터 PB팀장,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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