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신청 2주 내 하라면서…발급 10주 걸리는 '예술인 증명서' 내라니
서울시가 코로나19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술인 1만 명에게 지급하기로 한 ‘예술인 긴급재난지원금’을 놓고 ‘그림의 떡’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원금 100만원을 받으려면 ‘예술인 활동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를 발급받는 데 10주 넘게 걸려 신청 기한을 맞추지 못하는 예술인이 속출해서다. “고사 위기에 처한 문화예술계를 지원하자는 좋은 취지의 정책이 탁상행정으로 빛이 바랬다”(하응백 문학평론가)는 지적이 나온다.

내막은 이렇다. 예술인 활동 증명서는 일종의 ‘예술인 주민등록증’이다. 예술인에 대한 각종 정부 지원의 근거로 쓰인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발급한다. 예술인이 최근 예술활동 실적 등을 담은 서류를 제출하면 행정 심사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 이를 승인하는 방식이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예술인에 대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지원이 늘면서 신청 및 발급 건수가 대폭 증가했다.

문제는 행정 심사를 담당하는 재단 인력이 5명(정직원 기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재단의 한 관계자는 “행정 절차에 익숙지 않은 예술인이 많아 서류 작성 요령 등을 알려주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매주 1000건 이상의 서류가 들어오는데 매일같이 야근해도 도저히 모두 처리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심의위원회 심사도 시간이 걸리기는 마찬가지다. 엄격한 요건을 충족했는지 꼼꼼히 봐야 하는 데다 심의위원들도 본업이 있다 보니 실시간으로 승인을 내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부터는 증명서 신청에서 발급까지 최소 10주 이상이 걸리게 됐다.

반면 서울시가 요구하는 지원금 신청 기간은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13일까지 2주간이다. 신청 요건으로 예술인 활동 증명서를 요구한 건 행정편의주의적 조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예술인을 사칭해 지원금을 부정 수급하는 사례를 막으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증명서 발급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도 고려했어야 했다”며 “자격이 충분하고 지원이 절실한 예술가들이 정작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문화예술계 지원을 총괄하는 문체부의 대응도 아쉽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발급 지연 문제가 불거진 만큼 산하기관의 심사 인력을 확충하거나 다른 인증 수단을 내놨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대책을 마련해야 예술가들을 한 명이라도 더 돕고 문화예술계의 경쟁력을 지켜낼 수 있다. 정부가 생색만 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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